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하는 후회 때문입니다. 결국 그 후회는 내가 내 삶의 순간순간에 체계를 가지지 않고, 무조건 닥치는대로 열심히만 살아온 것에서 비롯됩니다. "무조건 돈만 잘 벌면 그냥 잘 살아지는 것"이라는 막연한 비전만 가지고 살았고, 돈은 곧 나라는 생각으로 살았죠. 그러나, 지나고 보면 어떻게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소비를 할 것인지 등 돈으로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할 계획도 체계도 없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깝게만 여겨집니다. 물론, 그런 계획과 체계를 세우면 시간이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기회만 주어지면 닥치는대로 했고, 닥치는대로만 했는데 무너졌을 땐 허무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나 우리 삶은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윤택하기도 했다가 칙칙하기도 하며, 일상의 흐름을 조금더 여유있게 관찰하고 들여다봤다면 삶을 살아가는 힌트를 얻고 목적성이 생겨서 체계와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 삶에 대한 철학도 생기기 마련이죠. 유명한 서평작가가 쓴 서평을 보고 선택한 기획자의 습관. 이 책을 통해서 단조로운 일상을 "기획해보면서" 특별하게 바라보는 눈을 얻는 기회를 만난 듯 합니다. 



■ 기획자의 습관 내용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그는 기획은 일상에서 이미 이루지고 있다는 아주 가벼운 발상을 던져주며, 기획자의 사소한 습관과 기획에 대한 노하우 등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가장 일상적인 습관의 깊이도 들여다 보고 인문학적, 철학적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획자의 습관 구성 


책은 기획자의 생활습관, 기획자의 공부습관 그리고 기획자의 생각습관, 총 3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part 1에는 생활의 발견, 관찰의 힘, 정리력, part 2에는 공부는 노력, 독서이론, 대화의 격률, 표현학습법, part 3에는 생각의 두 관점, 발상의 힘,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이라는 작은 주제로 기획으로 이끄는 저자만의 의견, 생각과 노하우가 담겨져 있습니다.




■ 느낀 점 


블로그를 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고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획"이라는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기획서"라는 단어는 중압감 그 자체고요. 하지만 마케팅과 기획은 땔레야 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근접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서평가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서평을 통해서 기획이라는 건 일상에서 이미 이뤄진다는 표현을 보곤 "기획"이라는 것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 속 기획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고, 퇴근 후 만날 친구를 정하고 주말 일정을 정하는 등, 우리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하며 행하는 것들이 기획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기획 자체가 이렇게 친숙할 수 있다니. 저자의 말에 빌어 조금더 오버하자면 우리는 매순간이 기획자라는 것 입니다. 오호-! 거기에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습관들로 실력과 내실을 잘 다듬어 전문 기획자로 거듭할 수 있는 방법들도 담겨져 있어서,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자의 습관은 아주 특별한 것 같지만, 아주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기본으로, 인간관계에서 늘 필요로 하는 말하는 센스, 섬세한 관찰력, 발상의 전환, 정리력, 공부 등등. 일상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그러나 실상에선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습관들입니다. 이런 습관들이 상품의 가치를 홍보하는 기획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삘이 꽂혀 있는 내실단련과 직결됩니다. 


그리고 서문에서도 언급했지만, 기획력이 생활 속에 습관이 되어 있었다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크고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재미로도 살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습니다. 목표를 위해 기획한 후, 그 일이 풀릴 때까지 방황은 하겠지만 기획한 바를 조금씩 조금씩 이행하는 과정을 재미삼아 살았을텐데, 그렇게 살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가 있죠. 그러나 딱 3년 후에 내가 나를 돌아봤을 때 지금과 같이 크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독서와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맞이하는 사소한 습관을 기획하고 조금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나의 동기가, 일상 속에서 내가 실천 가능한 습관을 기획한다는 것, 그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 기획하면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내 주변에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 조차도 아주 특별하게 바로 보는 눈까지 생겼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꼭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아도 내 삶을 위한 기획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단조로운 내 삶을 기획해보고 싶거나,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 정처 없이 방황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서, 공부, 정리력이 저자가 말하는 기획자의 습관인데요.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실천이 절대 쉽지 않은 기본을 언급하지하는데, "이런 습관들이 정말로 기획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습관은 결코 기획자로 거듭나기 위한 습관만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특정한 꿈과 목적이 있다면 그들을 이루기 위해 기획하는 습괍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좋은 글귀 


p. 22 기획 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劃. 기획이 없으며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 은 기획한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p. 36 생활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환히 웃는 자','변화한 자','빛으로 감싸인 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 내일의 기획은 공식이나 방법론, 프로세스 따위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p. 38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감각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감각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세상에 '관심'을 보이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 짓는다. 그리고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를 파악한 뒤 내 생각과 행동에 반영할 정보들을 취사선택한다.


p. 93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그저 많이 공부했을 뿐 무언가 정신의 산출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p. 97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필요한 경우, 대화 중간 중간 내용을 정리하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다. 이렇게 하면 항상 상대가 말하는 핵심도 명확히 정리할 수 있고, 대화가 끝났을 때 요약이나 회의록도 굉장히 따른 속도로 작성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미 상대방의 말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p. 115 정리는 정보를 배열하는 기술이다. 언제든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잘 구분해두는 기술이고,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을 통해 내게 남아 있는 건 다양한 방식으로 고생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그에 대한 증거 자료들이다.


p. 125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 활동이다. 우린 잘 살아가기 위해 노하우를 터득해간다. 공부 또한 잘 살기 위한, 그리고 결국은 잘 죽기 위한 생명 유지 활동이다.


p. 169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화를 한다. 상대가 없을지라도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사유를 발전시켜나간다. 혹은 책을 읽으며 텍스트화된 저자의 대화를 나눈다. 시각텍스트(회화, 사진, 조각, 건축 등)를 마주할 때도 대화가 가능하다. 홀로 있을 때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혹은 내 머릿속에 각인된 타자의 흔적들과 나누는 대화일 수도 있다.


p. 170-171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저 '달변가'인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고 헤어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경청傾聽의 달인'이라는 것 역시 강조하고 싶다.


p. 178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즐기는 철학자였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단계별 질문을 던졌다. 계속된 질문 속에서 상대는 자기가 던진 말의 의미를 깨닫고 인사이트를 준 소크라테스에게 가사의 인사를 하게 된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논증은 상대의 말을 하나씩 반문하면서 결국에는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고 비판한 것인데도 말이다.

p. 188-189 기호학semiotics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화는 수많은 '기호'들이 오고가는 장이며, 대화의 주된 기호는 '말'이다. 우린 그 말에 집중하여 의미를 해독하고, 나만의 의미를 생산한다. 그런데, 그 말에 둘러싼 화자 話者, speaker의 표정, 시선, 제스처 등 동작, 말의 뉘앙스, 억양 등 '말'과 무관한 기호 요소들이 있다. 이들 기호를 '준어어적paralinguistic'이라고 부른다.


p. 223 때론 생각을 멈추고 포기해야 생각이 날 때가 많습니다.


p. 257 우리는 진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면 그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는', 혹은 '인류는 똑똑해지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생활과 사유의 양식을 규정짓는 도구의 힘이 인류를 진화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 도구는 지금까지 문자, 책, 현미경, 망원경,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형식으로 나타났다.


p. 289 우리의 일상은 기획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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