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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 맛의 제국
노부 마츠히사 지음, 오정미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노부 마츠히사.
내가 언제 처음 노부에 대해서 들어봤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 꽤나 오래전인것 같았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하는 일식당이라는 것 정도 였을 까.
노부 마츠히사는 이제막 50이 된 초로의 일본인이다. 인상좋게 잘생긴 외모를 하고 있다. 노부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하는 LA의 레스토랑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뉴욕, 밀라노, 도쿄, 말리부, 마이애미, 라스 베가스, 런던 등에 지점을 내고 가히 세계적인 레스토랑 체인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서점에서 이책의 원본을 봤다. 물론 비싼 이책을 살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한 번 보고 싶었는 데. 한국어판도 있었다.
그의 성공뒤에는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일단 그의 음식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 까 너무 궁금했다. 그의 식당에 직접 가보기는 힘들고 비싸기도 할 것이니까.
이 책에는 60여의 요리의 자세한 리서피가 소개되어있다. 30여개의 소스와 기본 재료의 조리법이 있다.
리서피에서 직접 해볼만한것은 거의 없다. 왜냐고. 보통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후아그라와 곁드린 장어', '전복 소면', '캐비아를 얹은 아귀간 파테.'
그런데 음식 하나 하나의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왜냐면 기본 소스에 그의 요리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음식은 전통 일식 요리라기 보다는 마츠히사의 요리다. 거의 그가 계발한 요리들이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면서 일식과 중식, 남미와 미국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재료를 혼합해서 자기 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소스의 조성을 다 공개하고 있다. 마츠히사 스스로 말하다 시피 혹자는 그런 소스를 다 공개하면 안된다고 했단다. 그러나 그는 자신 있다고 했다. 재료가 다 같아도 다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의 비법을 다 공개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그가 가진 일본 요리에 대한 사랑, 거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 그러면서 고객을 생각해서 새로운 것을 개발해내는 열정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가 책에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그는 식당이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어서 좋은 집을 사고 차를 사는 것 보다 더 좋은 고급 재료를 써볼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더 기뻣을 것 같다. 아무리 욕심이 있었어도 초기부터 캐비어나, 푸라그라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할 수는 없었을 거니까.
왜냐면 나는 그런 점에서 그가 부러웠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평생에 한번 볼까한 것을 가지고 '장난'칠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역시나 고수는 다르다. 그가 요리에서 강조하는 것은 재료에 구애를 받지 말고, (왜냐면 거의 언제나 우리는 재료에 구애를 받기 때문에, 그도 남미에서는 일본에 없는 재료를 대신할 것을을 찾아서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일본산 생선도 수입을 해서 쓸 정도가 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으로 자신의 입맛에 맛게 개발해 보기를 장려한다.
그래서 그의 요리는 하나 하나가 다 창작이며 동시에 응용이다. 어떤 소스는 친구의 소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어떤 소스는 남미에서, 어떤 소스는 이스라엘에서 어떤 음식은 이태리에서.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비록 이 책에 나온 그대로 거위간이나 캐비어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응용를 할것 은 무궁 무진하다.
요리를 잘하는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정해진 리서피를 잘 따라하는 것이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부류는 이렇게 저렇게 아무렇게 하는 것 같은 데도 맛이 나는 사람이다. 나는 두번째가 되고 싶다.
나는 요리법에 복잡한 계량이 있으면 가능한 단순화 시킨다. 그래도 맛에 큰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한다. 여러가지 재료가 필요하면 가능한 줄여본다. 그래도 맛만 있으면 그것으로 내 조리법으로 정리를 한다. 외국에서 먹어본 음식을 먹을때 굳이 없는 재료를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 다. 그러나 찾으면 쓴다.
우리가 어릴때만 해도 스파게티가 파스타에 다 인줄 알았다. 그리고 토마토 소스는 케찹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먹기를 시작해서 이제는 이런 소스에는 링귀니, 이런 소스에는 펜네을 쓰는 것이 아닌가. 맛이란 길들여기지 나름이지만 점차 발달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츠히사는 내가 좋아하는 요리사가 되었다. 그의 열정이 부럽다.
책의 서두에 그의 인생역정이 조금은 보인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요리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 수많은 미국의 일식집중에서 그의 식당이 성공을 한 이유를 알수 있다. 자기가 알고 있고 잘하는 일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기에 지금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뿌리는 일본 음식에 대한 우월감 자신감에 있다.
그는 초밥잡이로서 잔뼈가 굵었다고 말하고 가장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도쿄의 노부에는 스시바가 없단다. 왜냐면 일본의 고객들은 이미 수 많은 훌룡한 스시바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이런 생각이 멋졌다. 남들도 다하고 내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손땐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