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폭력과 추방의 시대, 촛불의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다 당비의생각 2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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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여름은 길었고 치열했고 뜨거웠다고 기억 된다.
매일 밤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지난여름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오닌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당면 문제인 교육문제와 광우병 소고기가 수입된다면 제일 먼저 단체 급식으로 제공될 것이고 그러면 자기들은 그대로 그것을 먹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식에서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먹을 것에 대한 안전성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시작은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평,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언론은 주목하기 마련이고 언론의 보도전쟁에 집에 있던 다수는 촛불시위에 참가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누군가 ‘당신은 왜 그렇고 있소? 당신도 당신에게도 해당 되는 일 아니요. 당장 촛불 들고 광화문으로 오시오.’ 할 것만 같았다.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외침을 정부는 불평, 불만에 다른 화로 인식을 했다. 얼마간은 화를 내게 했고 얼마간은 화를 부추기기도 했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강경진압.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여름에 광화문을 밝혔던 촛불집회를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나온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들었던 생각은 그 많은 사람들의 그 외침을 정부는 모르쇠 했다는 것이다. 국가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듣고 배웠는데 그들은 국민이 아니었나?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내가 알고 있는 국민이 다른지 궁금했다. 법이 전하는 의무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는 국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지 화가 났다.  

촛불집회에서 우리가 보여주었던 비폭력은 우리의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었다는 주장에는 상당히 공감이 갔다. 스스로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지 않을 것을 안 정부는 사람들의 화를 부추기고 이간질 시키면서 강경무력진압의 시기를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1년.

촛불시위는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펼쳐 보여주었다. 일부의 사람들에 의하여 부분적인 문제점을 이야기 해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우리 안의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행동은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왜, 어째서?’ 라는 질문을 가지고 돌아 온 사람들에게 ‘여기가 끝인가? 우리는 과연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는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나는 촛불집회에 모였던 다수 중 절반 이상이 생각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리라고 믿는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내면에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에게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묻는다면 그들에게서 우리가 들을 말은 단 하나다. “나는 아직 촛불을 끄지 않았습니다. 내 가슴의 촛불은 더 활활 타고 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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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한 걸음씩 미래의 고전 7
이미애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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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 할 때 어렸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자신들의 꿈을 두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구체적이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다만,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미래에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아이들을 양육하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면서 아이가 꾸는 꿈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중고등학교에서 이야기 하는 꿈은 이제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과 관련이 있고 직업은 그 사람의 사회, 경제적 위치까지도 생각 해 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꿈을 찾아 한 걸음씩>은 2000년 문학사상사에서 첫 출간이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2009년에 출판사가 바뀌어 재출간 된 작품이다. 내가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와 지금은 여건이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열세 살짜리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어린 시절과 견주어 보고 우리 아이들과 견주에 볼 때 그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미디어 매체에서 우리가 흔하게 만나게 되는 소위 재능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재능을 자신의 평생 업으로 이어갈 아이는 얼마나 될까 생각도 들었다. 가끔, 정말 가끔 자신의 꿈을 찾아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도전을 매체로 접하면서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손두본은 열세 살의 남자 아이다. 가정 사정에 의하여 어려서 시공 외할머니에게서 키워지다가 학교 갈 때가 되자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아이다. 두본이는 요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두본이 엄마는 두본이가 요리하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두본이 엄마가 요리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데는 백수로 두본이네 집에 얹혀사는 두본이 외삼촌 때문이다.  두본이가 요리사가 된다면 두본의 외삼촌의 전철을 밟을까 두려워 두본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부엌 근처에도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사의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색을 하지 못하는 두본이도,  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모른 체하면서 다른 직업을 제안하는 엄마도 둘 다 딱하다. 우연한 기회에 외삼촌이 과거 촉망받는 요리사였으며 현재 미각을 잃고 요리사를 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본이는 자신의 우상인 삼촌을 원래 자리로 돌리고 싶어 한다. 외삼촌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미각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런 두본에게 친구 나경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는 두본이를 인터넷 상의 요리하는 사이트로 안내하게 되고 삼촌이 다시 일하게 된 호텔 주방을 드나들면서 요리사의 꿈을 더 확실하게 다지게 된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지만 이내 엄마에게 들켜 엄마와 갈등이 커진다. 속상한 마음에 삼촌 일하는 데를 드나들며 그것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요리사가 요리만 잘 하면 된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다. 두본의 엄마도 두본이 삼촌의 미각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과 미각을 회복한 동생의 당당한 삶을 보면서 아들의 꿈인 요리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에 스스로 필요에 의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두본에게 생일 선물로 부엌을 내주면서 이 책을 끝을 맺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와 우리 집을 많이 생각 해 보았다.

큰 아이는 사회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애 아빠는 법학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 작은 아이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작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선뜻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그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잠깐 보이는 흥미가 아닐까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하고 그들이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더 많이 고민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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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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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때 디에나는 토미와의 관계 현장에서 아빠에게 발각이 되었다.
토미는 사건에 대하여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디에나는 그럴 수 없었다. 사람들은 디에나를 ‘헤픈 여자’로 낙인을 찍었고 손가락질하며 함부로 대했다. 사건을 두고 새로운 버전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디에나와 그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디에나만 있는 게 아니라 토미도 있었다. 디에나는 죽을 만큼 힘든데 사건을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토미의 태도를 보면서 디에나는 화가 났다. 사건 이후 디에나는 아빠에게 사과를 할 만큼 했다. 그러나 아빠는 디에나와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아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싸늘함은 디에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내가 디에나의 아빠였다면.......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게 다가 올 것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기만 하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것 같다. 속일 수 있으면 나 자신까지도 속이고 싶을 것 같다. 이렇게 아이를 키운 자신과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아이가 한 없이 미울 것 같다. 그럴 때 내 몸에서 뿜어지는 분노는 내 주위에 누구도 근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 내 감정에 빠져있다가도 자식의 앞날을 생각하면 한숨만 푹푹 나올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이성은 이 일로 나도 상처를 받았지만 나보다 더 크게 상처를 입은 사람은 아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아이를 보듬어 주고 아이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진짜 부모라고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장담을 할 수 없다. 나 역시 디에나 아빠와 같지 않았을까?

내가 디에나였다면.....

일의 잘, 잘못을 떠나서 그런 상황에서 아빠를 마주치는 것은 당황스런 일이다.

아빠가 화를 내는 것을 볼 때 내가 뭔가를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화가 나있는 가족들은 무슨 이야기든 제대로 눈 맞추며 이야기하고 웃어줄 수 없다.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 내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해도 싫다. 정말로! 이건 싫다.

사람들의 수군댐......  니들에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니들이 더 난리야. 이건 내 일이라고! 당신들, 내게 있었던 일이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라면 토미에게는 손가락질 하지 않으면서 왜 내게만 손가락질 해?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가족들이 날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내 행동이 가족들을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날 품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무섭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겁이 난다. 잘 한 거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날 좀 봐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모두가 싸늘한 눈으로 디에나를 볼 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준 사람은 대런 오빠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제이슨이었다.

대런 오빠도 어린 나이에 아기 아빠가 된 일로 아빠에게 근심과 걱정을 이미 안겨 준 일이 있어 지금 디에나가 겪는 마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 할 수 있었지만 대런이 디에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웃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해 주는 것 밖에 없었다. 숨 막히는 집안에서 언젠가는 대런과 아기, 올캐와 탈출을 꿈꾸어왔다. 그러나 대런 오빠의 분가 계획에 디에나는 없었다.

친구 제이슨은 사건 이후에도 디에나의 곁에서 디에나를 바라봐주었다. 그러던 제이슨이 디에나의 친구 리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디에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사건의 주연은 어디까지나 디에나였지 제이슨이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더 이상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디에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디에나는 한층 성숙하게 된다.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다시 만난 토미.... 불편했다. 그렇지만 제이슨와 리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성장한 디에나는 토미와 이야기 할 필요성을 느낀다. 디에나에게 토미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했고 토미를 미워하면서 자신만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만큼 디에나가 성장 한 것이다. 오빠 데런, 제이슨과 리, 토미와의 관계 속에서 디에나는 문제를 풀 당사자가 자기임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주변의 약간의 도움은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자신의 일은 자신이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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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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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는 아주 아기일 때부터 학교 들어가지 전까지 유모 오하마에게 맡겨져 키워졌다.

오하마의 집에 사는 동안 지로는 오하마의 다른 자식과 다르지 않았다. 오하마에게는 지로 역시 자식일 뿐이었다. 오하마의 집에서 지로는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한 삶도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본가로 들어가면서 변하게 되었다.  


한 물체를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지로는 유모 오하마의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거기서 길러진 습성대로 사물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로는 본가의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 오타미는 생모인 자신보다 유모인 오하마 만을 그리워하는 지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기 페이스대로 지로를 끌고 가려했다. 거기에 지로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형제들은 데면데면하고 할머니는 다른 형제들만 감싸고돌며 지로에게 비난의 말만 쏟아냈다. 엄마가 죽자 지로를 위하여 외할아버지가 세심하게 짠 새엄마 프로젝트는 할아버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기 생각은 없는 사람마냥 할머니 뜻을 너무나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었다. 가족들 사이에서 늘 지로는 외로웠고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지로가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아버지였고 마사키 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지로가 옮겨 심어진 생명이라는 것을 이해했고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로가 본가 왔을 때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올수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지로는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을 외할아버지 마시키는 간파했다. 외할아버지는 지로에게 많은 시간을 외가에서 보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로는 웃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지로의 내부에는 자기는 마사키 가의 사람이 아니라 혼다 가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다. 혼다 가에서는 자기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지로는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 ‘착하게 굴면 사랑해 줄 거야.’ 지로도 다른 형제들처럼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지로는 착한 가면을 쓰고 행동을 했다. 
 

 

지로가 가정에서 받은 상처만 생각한다면 문제아로 자랄 요건은 다분하다. 그러나 지로가 중학교에 입학 할 때까지 지로는 크게 엇나가지 않고 비교적 잘 자라주었다. 지로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단순하게 한 가지 요인만으로 말을 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오하마의 집에서)의 행복한 기억,  아버지와 마시키 가의 사람들, 오마키의 운페이 노인의 따뜻한 보살핌은 지로가 받은 상처를 어느 정도는 치유 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오늘의 지로를 만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지로는 본능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아이다. 그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남들보다 더 빨리 알아채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빠른 판단을 내린다. 자신의 행동을 늘 돌아보고 잘못한 것을 깨달으면 즉시 수정 할 줄 아는 아이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아이이기도 하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귀를 가졌고 판단해서 수용 할 줄 아는 아이다.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이고 멀리 보는 눈을 가진 아이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지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생각해본다.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떤 어른으로 내 아이와 주변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쪽수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행복했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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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남자 올 에이지 클래식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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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알몬드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다른 작품 <푸른 황무지>때문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푸른 황무지>를 읽다가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책꽂이에서 그 책을 볼 때마다 책을 추천한 사람에게 미안했고 데이비드 알몬드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선뜻 그 책을 다시 잡지 못한 채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불을 먹는 남자>로 데이비드 알몬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역시, 어려워......’ 그런데....... 이번엔 다 읽었다. 그리고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이젠 <푸른 황무지>를 꼭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맥널티라는 불 마술을 하는 사람과 보비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맥널티는 보비의 아빠가 버마 전에서 돌아 올 때 배안에서 만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배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부둣가에서 보비가 보았던 마술에서 맥널티가 쇠꼬챙이 마술을 할 때 조수역할을 한 후 보비는 그를 잊을 수가 없었다.

보비는 칼리 만의 바닷가에서 중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소년이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평온한 일상 속에서 보비는 미래에 대한 찬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의 병환과 쿠바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배치하게 되자 매스컴은 연일 전쟁에 관한 보도를 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는 날마다 쿠바에 배치된 무기, 더 많은 무기를 싣고 가는 소련군함, 미사일, 폭탄, 폭발물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폭동 소식, 핵군축운동자들의 시위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이들마저도 자주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보비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의 모습이 더 힘든 일이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채찍을 휘둘렀다. 그 채찍은 언제, 어떤 아이들에게 가해질지 몰랐다. 선생님들의 채찍질은 일상화 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에 사진 한 장이 나붙었다. 운동장의 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의 토드 선생님도 처음의 사진에서는 그냥 군중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토드 선생님의 한 손은 학생의 이마를 잡고 있고 다른 한손은 채찍을 휘두르려는 찰나의 동작은 아이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동작 일뿐이었다.

다음 날에는 사진이 좀 더 클로즈업 되었는데 사진 속의 선생님과 학생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의 사진은 좀 더  확대가 되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토드 선생과 학생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사진 주위에는 짧게 ‘악마’, ‘악질’, ‘냉혈한’, ‘죄인’ 같은 단어가 쓰여 있었다.

사진이 뿌려진 일 때문에 특별 조회가 있던 날 토드 선생님은 앞줄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기울인 채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선생님이 한숨을 쉴 때 가슴이 부풀어 오르곤 했는데 꼭 어딘가 심하게 잘못되어 고통 받는 사람 같았다. 토드 선생님의 채찍은 어디에도 없었다. 교장 선생님은 생지옥 같은 사람을 선사하겠다고 우리를 위협했지만 아무도 자신이 사진을 뿌렸노라고 나서지 않았다.

‘아빠의 병이 낫게 해 주세요.’

‘아빠의 고통을 제게 대신 주세요. 전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니까요.’

‘아빠의 병이 낫는 다면 언제나 좋은 일만 하겠으며 악과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보비의 기도는 날로 간절해 갔다. 그런 보비를 보면서 에일사는 기적은 있으며 그 증거로 자신의 아기 사슴을 보여주었다. 아기 사슴은 모두가 죽었다고 했지만 아침이 되자 까만 눈을 반짝였다고 말하며 에일사는 보비와 기도를 했다.

대니얼과 함께 한 사진 뿌리는 일은 그 결과가 뻔한 일이었다. 대니얼과 보비의 행동은 발각이 되었다. 서류를 뒤적이며 교장선생님이 뱉은 조롱과 멸시, 협박 그 곁에서 거드는 러빅 선생님...... 핵무기확산금지 배지를 떼어 내려는 교장 선생님에게 대니얼이 당하게 저항하자 폭력을 휘두르려고 하지만 데니얼은 에 다시 항거를 한다. 그러나 보비에게 했던 것처럼 고장 선생님과 러빅 선생님은 대니얼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화를 내고 나가려는 대니얼을 씩씩대며 바라보면서 잡지도 못한다. 대니얼이 교장실을 뛰쳐나가자 교장 선생님은 토드 선생님을 불러 체벌을 할 것을 명하지만 토드 선생님은 거절을 한다. 교장 선생님은 보비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라고 하지만 보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픈 아빠를 생각 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쫓겨나 집에 돌아 왔을 때 집에는 병원에 간다는 엄마의 급한 메모지만 있었다. 보비는 빠르게 기도를 했다.  

 

바닷가에 나타날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바닷가에 나타난 보비를 보고 조지프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말에 조지프는 “대학은? 네 미래는?” 하고 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지프는 자신의 용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 용 문신은 조지프가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채워 넣던 것이었다. 용 문신은 완성이 되어 있었다. 그간의 사정을 들은 조지프는 넌 옳은 일을 했고 아바는 좋아 질 것이라고 위로를 하면서 잔뜩 위축 되어 있는 보비를 향하여  “기운 내, 보비! 적어도 넌 고함치고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고 모닥불을 하늘까지 높게 쌓을 수 있잖아. 그리고 넌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라며 소리치라 했다. 조지프를 따라 보비는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용납 못 해!’ 소리쳤다.  

 

보비의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보비가 집에 갔을 때 엄마의 노랫소리와 음식냄새와 아바의 음식을 씹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어 부모님의 웃음과 아빠의 건강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비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의 전후 사정을 듣게 된 부보님은 보비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날 밤 보비는 공책을 찢어 칼리 만의 모든 것과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썼다. 지금 잘못하고 있는 일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제물로 써도 좋다. 제발 자신을 제물로 받아달라고 썼다.

불안이 극에 달했던 날 사람들은 바닷가에 모였다. 모든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맥널티는 공연을 했다. 평소에 그는 “돈을 내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그 날 맥널티는 돈을 요구하지도 사람을 불러 모으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하여 공연을 했다. 보비는 환영을 보았고 아마도 에일사도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보비는 믿었다. 보비는 에일사와 산책을 하면서 기도를 했다.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게 먹을 것을 권하고 서로를 사랑하려고 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기도를 했다. “핵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들을 지켜주세요.”

보비가 맥널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맥널티에게 담요를 덮어주었고 그를 위해 기도를 했다. 맥널티가 죽은 지 이틀 뒤 보비와 대니얼은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엔 엘리사도 함께 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 잃은 아기 사슴을 찾아 먼 들판에는 먼 들판에 수사슴과 암사슴 한 쌍이 와 있었다. 에일사와 보비는 기적의 아기 사슴은 이제 들판으로 몰았다.

책을 덮으면서 전쟁으로 맥널티의 공허한 눈빛과 혼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맥널티는 자신의 공포를 안으로 삼키면서 스스로의 영혼을 좀 먹으면서 살고 있는 존재로 보여 졌다. 별다른 말이 없음에도 그는 내 곁에서 인간이 가지는 공포에 대하여 쉼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하다.

물론 극적인 장치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학생들을 채찍으로 통제하려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채찍을 사람에게 휘두른다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짐승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에 선생이라고 있는지 화가 났다.  운동장의 수많은 사람들을 찍은 사진 한 장, 그 속에 한 장면을 클로즈업하고 또 클로즈업 했을 때 만나게 된 진실. 아마도 토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면서 채찍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떨까 생각 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누구를 행하여 채찍을 휘두르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 같은 것은 감히 생각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로즈업된 사진을 보면서 토드 선생님은 채찍을 휘두를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채찍이 누구를 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간절한 기도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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