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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국이 황우석 문제로 떠들썩할 때, 사실 나는 황우석 사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우리나라 과학자가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거짓말이었더라는 것 정도밖에는 알지 못했고, '어차피 나랑은 별로 관계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별 관심도 갖지 않았다.
황우석 교수가 거짓말을 한 게 밝혀졌을 때도 그냥 혀를 끌끌 찼을 뿐, 나는 황우석에 대해서도 PD수첩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정이 없다.
사실 책을 다 읽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전에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조금 검색을 해 보았는데, 한학수PD를 믿는 사람들은 황우석 교수의 파렴치한 행동을 욕하고 있었고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PD를 마치 거짓말쟁이에 매국노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애초에 나는 어느 누구 편도 아니었고, 어떤 선입견 없이 책 내용만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편을 드는 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황우석 사건에 대해 얼마나 잘 서술하고 있는지 보다, 그것을 쓰는 과정에서 녹아든 노력과 책 자체에 대해 평가하는 시각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처음 글을 읽어나가며 '굉장히 자극적이고 상업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현직 방송PD에 있는 사람이 쓴 글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더 잘 끌 수 있는지, 어떤 표현을 써야 더 흥미로운지를 잘 알고 그걸 바탕으로 해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내용을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 없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번 읽기 시작하니 쉽게 끝을 볼 수 있었다. 독자가 책을 중간에 놓지 못한다는 것은 그 책이 재미있고 내용 전달이 빠르다는 뜻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황우석 사태와 잡다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던 것처럼. 흰 종이 위의 검은 글씨로 된 텍스트에 불과했지만 마치 머릿속에서는 한 편의 시사다큐를 보고 있는 듯했다.
한PD가 6개월간이나 전문 지식과 자문을 얻어가며 취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읽기는 조금 벅찼다.
내내 무슨 세포라인이니 스키드 마우스니 하며 잘 모르는 내용을 열거하는데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얘기뿐이었다. 한PD역시 취재 전에는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고 하니, 그 방대한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서 6개월 동안 얼마나 열심히 취재했을지 짐작이 갔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을 취재하다 보니 주변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조사를 했을 텐데 이 정도의 양을 책으로 펴내려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취재를 위해 일상을 바칠 정도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문장 곳곳에서 당시의 노력이 엿보인다. 유혹도 많고 위험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신념을 위해 끝까지 진실을 쫓는데, 보면서 굉장히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저 정도의 강한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안 될 게 없겠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나 같은 심약한 사람은 그런 위험부담이 큰일에는 섣불리 도전할 생각을 갖지 못할 텐데, 한PD는 그런 면에서 굉장한 사람인 것 같다.
이 책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나는 알 방법이 없다. 황우석 문제가 아직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감추어진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어느 한 쪽을 맹목적으로 믿고 다른 쪽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의 모든 내용을 의심하거나 비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나는 지식도 얕고 황우석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생각도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 책에서 '진실을 쫓는 신념'과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황우석을 비판한 내용 자체만을 읽지 말고 그 안에 녹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느껴가며 읽을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