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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임의 비밀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6
로버트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해인가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했던 아버지께서 크게(?) 다치신 적이 있다. 사고는 산모롱이를 도는 자동차의 강렬한 불빛에 눈을 제대로 못 뜬 나머지 논두렁으로 굴렀다는 것이다. 그때 아버지는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저 죽일 만큼은 다 된다."고 하시면서 어떤 물건을 사용 할 때 조심하라고 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매스컴이나 활자 매체를 통하여 과학적인 어떤 결과를 접할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더 곱씹게 된다.
<니임의 비밀>을 읽으면서도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려 보았다. 우리는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을 하여 수많은 실험을 한다. 그 실험의 목적은 오로지 '인간을 위함'이다. 인간을 위한 실험을 하는데 인간을 직접적으로 쓸 수는 없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시점은 실험과 실험을 거듭한 끝에 안정 적인 데이터를 얻었을 때다.
안정적인 데이터를 얻는 그 시점까지 수많은 실험을 하게 되는데 그 실험을 대상이 바로 동물들이다. 그들이 실험용 동물로 단순한 대상물이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가진 생명체며 인간에 의하여 인간을 위하여 희생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좀더 신중하게 실험용 동물들을 대해 주길 바란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인 니임의 한 실험실에서도 인류의 지능향상과 노화방지 연구를 위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 실험의 대상물은 쥐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연구원들이 그 결과를 미처 다 도출해내기 이전에 쥐들은 자기들의 존재를 인식 시켰다. 한 무리의 쥐가 탈출을 한 것이다. 인간을 위한 실험도구로 이용이 되었던 쥐들은 실험과정에서 얻은 지능과 길어진 수명을 선물로 받았다. 탈출을 한 쥐들은 더 이상 인간들의 쓰레기나 뒤지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쥐들은 책을 통하여, 신문을 통하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습득했으며 끝도 없는 인간의 욕심이 이루어 놓은 인간들의 문명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보게 된 인간 사회는 모순투성이였다. 모순투성이의 이난 사회에 쥐가 기생 해 산다는 것은 쥐의 앞날을 위하여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잘만하면 쥐는 쥐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지하에 그들만의 문명을 남들에 낸다. 그러나 그 문명의 기초가 되는 자원은 자연에서 얻는다기보다는 인간들이 떨어뜨리어 놓은 부스러기를 재창조한다거나 훔치는 것으로부터 가능하다. 그들은 아직 그들 스스로 어떤 재화를 만들어 낼 능력까지는 얻지 못했다. 쉽게 주변에서 재화를 얻어 오는 것(훔치는 것)을 두고 뭐 어떠냐는 쪽과 우리가 인간 사회에 기생하지 않겠다고 한 애초의 뜻과 다르다는 파와의 대립은 첨예하다. 결국 재화를 쉽게 얻는 파는 독립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쥐들은 인간들과 좀 더 떨어져서 정말 자신들만의 세계를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한다. 그들은 힘들더라도 인간 세상에 기생하여 먹을 것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먹을 것은 스스로 재비 할 계획을 세운다. 비록 초기 재화로서 씨앗은 또 인간의 창고에서 훔치지만 말이다.
쥐의 독립을 위하여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을 보면서 다시금 인간 사회를 되돌아본다. 더 편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물건들, 그 결과는 수만의 쓰레기들을 배출한다.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란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는 감추어진 여러 개의 불편과 모순을 갖고 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기에 쉽게 알아챌 수 없다. 내재하는 문제를 감추기 위한 덧씌우기 작업은 연결고리가 되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몇 발자국 앞까지 바라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쥐들이 보기에 인간들의 용심과 허영은 자신들이 경계할 가장 큰 것 이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인간과 등 붙이고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명을 조금씩 빌려 쓰면서 사는 삶을 포기하고 그들만을 위한 문명 건설을 위하여 몸을 낮추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