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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글쓴이 와타야 리사는 1984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2001년 17세 때 <인스톨>로 제 38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
2후인 2003년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일본 아쿠타가와 상을 공동수상.
요즈음에 청소년 책에 관심을 두다보니 선택하는 많은 책이 일본책이 되어 가는듯하다.
나는 책을 선택할 때 서점에서 둘러보고 책을 고를 때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아무런 정보를 갖고 가지 않을 때는 책을 구경하는 것이고 대개가 적어도 제목 정도는 알고 서점에 가서 찜해 둔 책을 실물 확인하고 책을 현장 구입하는 편이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기로 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도 찜 해 둔 책 중 한 권 이었다.
찜 해 둔 책이라고 사서 금방 읽지는 않는다.
어떤 책은 몇 달씩 책꽂이에 얌전히 꽂혀있다 반년 후에나 간택이 되기도 하니까.
이 책을 찜 해두고 한 달, 구입하고 다섯 달 만에 책을 읽는다.
이 책을 구입 할 당시의 나는 내 아이의 그림의 한 컷을 보는 듯했다. 어딘가 외로워 보이고 예민해 보이고 날카로워 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인터넷 소설 같은 표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에게 먼저 권했었다.
아이는 “표지가 인터넷 소설 같은 분위기네. 귀여니의 소설을 표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그런가? 귀여니와 거의 나이가 비슷한데.... 아쿠타가와 상? 그거 얼마나 권위 있는 상이야? 뭐가 상을 받게 했지? ”하며 관심을 보였다.
귀여니의 소설을 읽다가 종내는 다 읽어 내지를 못한 경험이 있는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까 나는 궁금했었다. 아이는 무난히 책을 읽어 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스토리는 없어, 불안한 심리묘사를 잘했어. 아쿠타가와 상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지만 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아이가 했던 ‘불안한 심리 묘사’라는 게 뭔가 많이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내 아이는 이 책의 맥을 제대로 잡은 걸까?
아무튼 ‘불안한 심리묘사’ 어쩌고저쩌고는 아이의 생각이고 나는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처음 과학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과학실험을 위하여 선생님은 적당히 조를 짜서 앉으라고 한다.
‘적당히 조를 짜 앉아라!’는 표현을 두고 하츠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 한마디에 과학실에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적당히 앉으라고 해서 정말로 적당히 앉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극히 한 순간에 치밀한 계산-다섯 명 전부 친한 친구로 뭉칠 수 있을지 아니면 모자라는 부분을 다른 아이들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될지- 으로 이루어지고 친구를 찾아 헤매는 시선들이 순식간에 뒤엉키며 조가 짜여진다(6~7쪽)”
그러면서 하츠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2개월이 지난 현재 반 아이들의 교우관계를 도표로 그려 낼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츠 자신이 집단의 일원이면서도 자신을 아웃사이더(outsider: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아웃사이더 하츠를 왕따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는 없다. 왕따란 학교 또는 직장에서 특정한 사람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이르는 말인데 하츠가 친구들로부터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는다..
키누요는 중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내던 아이다. 키누요가 교제의 폭을 넓히자 하츠는 더 이상 키누요를 잡지도 못한다. 키누요가 새로 사귄 친구 그룹에 합류 할 것을 권해보지만 하츠는 거절을 한다. 하츠는 키누요가 정말 웃고 싶을때만 웃는 아이였는데 그룹에 끼면 언제나 억지웃음을 웃는 다며 키누요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츠는 스스로 친구에게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친구와 무리를 바라볼 뿐이다
과학실험을 위한 조 편성에서 또 하나의 아웃사이더 니나가와와 만난다.
니나가와는 ‘올리짱’이라는 패션모델을 좋아하고 그 세계에 빠져 사는 아이다. 하츠가 ‘올리짱’을 만났었다는 것을 알게 된 니나가와는 하츠를 집에 초대를 한다. 니나가와는 몸이 어디에 있던, 누구와 있던 그것은 상관이 없다. 올리짱이 세상의 중심인양 올리짱의 세계에 푹 빠져 산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견고하게 자신의 성을 쌓고 그 성밖의 세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니나가와를 바라보며 하츠는 답답하다. 등을 발로 차주고 싶어 할 만큼 말이다. 왜 니나가와를 바라보는 하츠는 답답할까? 하츠가 보기에 니나가와는 세상과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데 니나가와는 언젠가 무너져야하고 스스로 무너트려야 할 성안에 너무나 꽁꽁 숨어있다. 하츠는 니나가와를 바라보면서 숨이 막힌다.
올리짱의 첫 라이브 콘서트.
니나가와는 비를 맞으며 4장의 콘서트 티켓을 구했다. 특별히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지는 않았지만 어렵게 줄서서 겨우 한 장을 구입하기는 너무나 억울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사람이 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티켓을 구했다고 하면서 하츠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하츠가 친구를 동행해도 좋다는 제안을 따라 니나가와와 하츠, 키누요는 라이브 콘서트에 간다.
TV를 통해서 보여지는 한국의 보통 콘서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콘서트장에서 키누요는 분위기를 단다. 니나가와는 무대만을 노려본다. 그러나 하츠는 니나가와만 바라본다.
“니나가와만 보지 말고, 스테이지 쪽도 좀 보지 그래”
키누요의 지적, 그랬다. 키누요의 눈에는 하츠 역시 니나가와라는 섬에 같힌 또 하나의 섬이었다.
키누요도 하츠의 등짝을 발로 차고 싶었을 것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갑자기 니나가와가 사람을 헤치고 올리짱에게 접근을 한다. 결국 허용한계선 이상을 넘으려던 니나가와는 스테프에 의하여 냉정하게 제지를 당한다.
“올리짱에게 다가갔을 때, 나, 그 사람을 이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멀게 느꼈어. 그녀의 부스러기들을 긁어모아 상자 안을 채워 넣던 그때보다, 훨씬”(149쪽)
그리고 니나가와는 이렇게 자신의 성을 깨치며 세상에 나왔을 것 같다.
그럼, 키누요가 바라는 세상으로 하츠는 나왔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