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하던 사이에 알라딘 서재가 모양새를 바꾸었다.
네이버블로그 같기도 하고 교보북로그 같기도 하다.
왠지 2.0이라고 하니깐 이 곳에 늘어놓는 내 일상마저 2.0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그런데 왜 꼭 바꿨어야만 하는가.
알라딘 어딘가를 찾아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귀찮다.
적응력이 부실한 나는 주춤거리고 흘깃대며 새로운 스킨을 깔고 츠지 히토나리의 글도 찾아서 걸어봤지만, 역시나 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마냥 무난한 변화.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비좁고... 갑갑하고... 낯설기 짝이 없는 느낌은 뭐지.
어쨌든 이제부턴 이 방에서 놀라고 하니 그러는 수 밖에.
이제 수요일에 프리젠테이션 하나를 마치면 드디어 종강이다.
고작 9학점 들었고 과제물도 많은 것은 아니었으나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랴, 새로운 얼굴들과 마주하랴, 연구하랴(?)... 나름 긴장된 한 학기를 보냈다.
물론 학교 나가는 이틀 긴장하고, 나머지는 식빵에 잼 발라먹으며 공상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의 네추럴 본 신비주의, 미모의 지도교수님께도 방학 잘 보내시라고 인사도 다녀왔고 발표만 하나 마치면 정말 한 학기 끝!
발제문은 시간 관계 상 간단하게 요약해서 정리했다.
사실은 준비할 시간도, 발표할 시간도 넉넉한데 길게 쓸 여력이 안 됐다.
올 여름은 열심히 공부하며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마음만 먹었다. 일단.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전에 준비할 게 많다.
쓰기 전에 무지하게 읽어야 하고, 읽기 전에는 그 읽을거리들을 엄선해야 한다.
학교에 있을 땐 원어민 교사가 있어서 자연 회화 연습이 되었는데 대학원에 온 뒤로는 여의치 않아서 학원에 다닐까도 생각 중이다.
날이 너무 덥지 않니... 엄살을 부리다가 겨울엔 날이 너무 춥지 않니... 라고 할 생각에 날씨가 무슨 상관이니... 로 마음을 오지게 바꿔먹었다.
땡볕 아래서 토론할 것도 아니고 요즘 어학원 시설이 얼마나 럭셔리한데. 암~
H는 교수님 따라서 학회에 참가하느라 동남아에도 다녀왔는데, 어찌나 잘먹었던지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나 늘었다는데, 우리 미모의 교수님은 우리 데리고 학회 안 가시나.
우루과이나 카자흐스탄, 뭐 그런 데도 좋은데.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이 많으니 도통 자세가 틀려먹었다!
공부하자... 성실하게.
2.0으로 업그레이드 된 일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공부해서 남 주는 직업이니, 더욱 더 열심히!
집에 손님이 오면 평소에 먹던 것보다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지 않는가.
엄마 곁에서 더 크고 좋은 건, 나 달라고 땡깡 부리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른다.
넌 이제 어른이야. 잘하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