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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D 30
시게노 수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적하고 어두운 도로, 급커브가 수없이 존재하는 산길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가 있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미끄러지며 도는 관성 드리프트로 연속된 코너를 깨끗하게 통과하는 그 자동차에는 이제 열여덟의 주인공 탁미가 타고 있다.
큰 의미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숨막힐만큼 아찔한 스피드의 세계였다. 정해진 도로에서 일정한 규칙으로 달리는 레이서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공공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와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다.
스피드광이었던 아버지에게 모르는 새에 길들여져온 탁미는 타고난 천재적인 드라이버다. 탁미의 아버지 후미타는 탁미에게 두부 배달을 시키면서 그를 훈련시켜 아키나 최고의 다운힐(언덕을 내려가는) 드라이버로 성장시킨다. 성능면에서 뒤쳐진 듯 보이는 팔육(AE86, 레빈트레노, 자동차 기종의 하나)이라는 자동차를 수족처럼 부리며 탁미는 수많은 도전자들과 싸워 이긴다. 그들과의 레이스를 통해 탁미 또한 비약할 만한 성장을 함은 물론이다.
내가 자동차를 잘 알아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용어를 다 이해했으면 좋으련만, 사실 그렇지가 못하다. 자동차와 관련되어 나오는 수많은 용어들이 생소하여, 읽다보면 그 느낌만 전달받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긴박하게 펼쳐지는 레이스의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을 즐기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그림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적당한 설명이 어우러져, 어느샌가 초조하게 승부를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은 탁미이건만, 솔직히 이 책에서 젤 마음에 드는 사람은 료우스케이다. 탁미를 팀으로 끌어들여 그에게 가르침을 주고 전략을 짜는 실질적인 두뇌이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료우스케가 만들어낸 <프로젝트 D> 팀에는 또 다른 실력자 케이스케를 비롯한 팀원들이 나름대로의 몫을 하며 자리를 잡고 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30권이 완결이 아니다. 아직도 연재되고 있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달리고 또 달리며 성장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끝이야 아무려면 어때~ 라는 생각이 든다.
운전하는데 그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레이서들이 달리 보인다.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이 이 책을 봤더라면 아마도 나보다 더 열광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케이스케가 백전노장의 노련한 드라이버와 승부를 하고있다. 아아.. 31권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