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1
엔도 히로키 지음 / 세주문화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엔도 히로키의 <에덴>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SF만화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그리고, 자랑하던 과학문명에 의해 인류가 얼마만큼 비참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매우 잔혹한 만화임에 틀림없다.  사람의 목숨이 한갖 파리목숨처럼 너무나도 쉽게 버려지고, 인간들의 이기심은 극에 달해 서로 믿지도 교류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인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에이즈 이후로 인류에게 다가온 것은 경질화 바이러스.. 면역계에 덤벼든 것까지는 에이즈와 같지만, 에이즈와 반대로 면역계를 과잉반응시켜폭주하게 만드는 병이다. 면역이 '자기'를 지키려 한 나머지 '외계'를 셧아웃 시켜버리고, 폐쇄상태가 되어 말그대로 체피가 딱딱한 각질층으로 둘러싸이게 되고.. 그 안에서 내장이 괴사하여 질척한 스튜화 되버리는 것.. 마지막으로 그 스튜는 몸의 구멍이란 구멍으로 모조리 흘러나와 텅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런 병은 너무 무섭다.

자신들이 만든 기계가 폭주하여 멸망하고, 병에 당해 죽고.. 이런 가운데도 인류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다친 몸을 기계로 바꾸는 것이 보편화되어버린 사회,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게 너무도 쉬운 사회가 된다. 거기다가 잔인한 인간들은 물리쳐야할 바이러스까지 다른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이용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마약상의 아들 에리어는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소년이다. 최소한 뭐가 옳은가만은 제대로 판단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은법.. 복수를 위해 결국 손에 피를 묻힌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것인가는 읽는이에게도 숙제거리다.

독자는 이 책에서만은 누구에게도 정을 주어서는 안된다. 작가는 절대로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조금만 익숙해지려고 하면 여지없이 죽어버려, 마치 이 비정한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책에서 눈을 떼놓을 수는 없게 만든다. 숨죽여 그들을 지켜봐야 하는건 한편으론 괴롭다.

미완이다. 더 이상의 출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게 너무나 안타깝다. 읽느라고 힘들었지만, 나에겐 가슴깊이 남는 책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5-04-0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미완이에요? 게다가 절판.. 흠 그리움만 쌓이는 게 아니구, 궁금증만 쌓여 가네요.

날개 2005-04-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세주출판사에서 나온거거든요.. 세주출판사 망해서 여기서 나온 책은 전부 절판입니다.. 인기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받아서 계속 발행해주는데요, 이 책은 그런 행운도 없을것 같더군요..-.-;

플레져 2005-04-0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읽는 여인, 날개님. 리뷰 잘 보았어요. 추천합니다 ^^

2005-04-02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0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이 그렇게 부르면 되게 고상하게 들려요..ㅎㅎ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님, 잘 하셨어요..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으니, 있을때 구입해야죠..ㅎㅎ

2005-04-04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5-04-0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사볼까 그랬더니 절판이네요 ... ㅠ.ㅜ

날개 2005-04-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주출판사 책들이 다 절판이랍니다..ㅠ.ㅠ

2005-04-0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0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

JUNE 2005-04-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구입하고 싶은데...아 어떻게 좀 안돼나..그럼 일본에선 계속 나왔나요?

날개 2005-04-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니님, 안녕하세요..^^ 안타깝군요. 책이 절판이어서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구요, 오프라인 서점이나 중고시장을 돌아보셔야 할 것 같네요..
저도 다른 분께 드려서 지금은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