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눈여겨 봐왔던 배낭용품들을 주문했다. 확 지르지 않으려고 무척 고심했으며 J친구의 도움으로 맘에 드는 힙쌕과 후레쉬도 하나 장만했다. 가능하면 가볍게 떠나고 싶은 맘과는 달리 긴 여행이라 준비할 것들이 은근히 만만찮아 걱정이다. 필카를 가져갈까 디카를 가져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손에 익은 것을 가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맘 같아선 두 개 다 가지고 가고 싶지만 긴 여행에서 그 무게가 적잖이 부담될 것 같아서) 디카로 결정했다.

필카는 필름량이 문제라면, 디카는 사진들을 저장할 만한 메모리 혹은 저장장치가 문제다. 이미지뱅크G2 OTG부터 컴팩트드라이브 PD7X인지 뭔지, 엑시즈II 엑시즈프로인지 뭔지까지, 심지어는 하드용 MP3까지 헤집고 다녔지만, 아직 결정 못했다. 사진파일뿐만 아니라 MP3파일까지 저장되고 저장된 파일을 다시 MP3으로 다운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건 없나? 게다가 MP3 플레이어도 문제. 음성녹음도 잘 되면서 소리도 짱짱하며 메모리도 1G 정도 되는 걸로 괜찮은 건 어디 없을까? 아는 사람 말에 의하면 작고 이쁘고 가벼우면서 내가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그런 제품은 없다고 했다. 정말 이 부분이 맘에 들면 저 부분이 걸리고, 저 부분을 만족시키면 이 부분이 영 맘에 안든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평소 전자제품이랑은 그다기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구닥다리같던 내가 갑작스레 각종 최신 전자제품을 잘 이용하는 요즘 신세대가 된 듯한 기분이다. 히히히

 

!! MP3 혹은 이미지저장장치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계시면 좀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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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 일정 변경 - 6/11 에서 7/9 로 변경된 이후, 아무래도 7월 두번째 주까진 머물러야 할 것 같아서 7/22 영국 맨체스터로 가는 싱가폴 항공을 예약했다. 7/9 에 가는 타이항공도 아직 취소 안했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선 7/22 출국이 유력하다. 7/9 일 출국하려면 이번달말까지만 일해야 하는데, 아직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도 구하지 못했고 그때까지 일을 마무리하기는 조금 벅찰 것 같다. 지금 계획으로선 7/8 일 혹은 늦어도 7/15일까진 정리를 끝내고 며칠 쉬면서 내 몸과 마음을 추스려야할 듯.                                             

1 SQ 887 B FR 22JUL  ICNSIN HK1 X  1630 2145   DS-K3WAZQ      

2 SQ 328 B FR 22JUL  SINMAN HK1    2350 0650*1 DS-K3WAZQ      

3 ARNK                                                        

4 SQ 491 B SU  8JAN  ISTSIN HK1    1245 0715*1 DS-K3WAZQ      

5 SQ 882 B TU 10JAN  SINICN HK1    2345 0655*1 DS-K3WA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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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사표를 날려야 하는데...

사장실 문앞을 몇번이나 서성이다가 다른 사람들 모두 퇴근한 뒤, 인상을 팍 찌푸리고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몹시 머뭇거리면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저.... (슬며시 결제판을....)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는 거야?

-(앗! 나의 실수...인가)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짜증도 조금 섞인 몹시 어두워진 얼굴로)무슨 일인데?

-전에 말씀드렸듯이... 정말...

-직원들 문제는 아니고? 회사가 힘들어서?

-아니요, (절대 부정하는 듯하며) 그건 절대 아니구요(사실 조금은 맞는데...) 상황이... 저도 가능한 한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다니고 싶었습니다만.... (사실은 당장 그만두고 싶다구요)

-......알았어. 그럼 일단 서이사랑 의논해보고... (기타 등등 주절주절...)

드디어 뽑았다. 단김에 뽑는 쇠뿔마냥.

사실은 지금도 마음이 불편해 죽겠다. 정리해야 할 일이 해도 해도 태산이라 걱정이고, 앞으로 날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도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불안하다. 지금까진 그래도 내 눈치 보며 하고 싶은 말 못하셨지만, 앞으론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막 대할 가능성도(요즘 들어 보면) 없지 않다.

우리 사무실에서 사장님을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들라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나 뿐일 것이다. 요즘 우리 회사 직원들은 사장에 대해서 불만들이 많다. 뭐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월급 맞추느라 골머리 썩힌 일이 한두번이 아닌 나로서는 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지만, 다들 내 맘같진 않은가 보다. 나 역시 일하기 싫어 개기는 게 장난 아니지만, 모씨의 말에 의하면 그들 역시 밖에 외근나가서 날리는 시간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 많지 않은 월급이긴 하지만, 월급만큼 일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들 역시 할말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근데 이 이야기가 왜 나왔지? ㅋㅋ

누구 이야기 할 것도 없고. 아무튼 마음이 착잡하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쇠뿔은 뺐으니 앞으로 정리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겠다. 한달 동안 누구보다 일찍 나오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일하리라.

그나저나 내가 그만두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이 과연 있긴 할라나 몰라.... 아, 횡설수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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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날 것 같다. 프리챌의 메일박스를 확인해보니 2개의 메일이 들어와 있다. 왠지...왠지... 그 친구의 답장이 들어와 있을 것 같은 강한 예감에 사로잡혀 열어봤더니, 역시 그리운 친구의 이름이 두둥 뜬다. 친구의 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기만(사실 당연히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던 그 친구는 그렇게 살아있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가!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올라서 한달음에 답장을 날렸다.

친구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보다. 짐작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힘들었을 게다. 학교는 잠시 쉬고 불법으로 식당에서 일하면서 근근이 생활비를 버는 실정인가 보다. 지치고 외로웠을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내가 오랜 여행을 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친구는 다시 한번 생각하고 또 생각하란다. 아마 자신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뼈아픈 말일게다. 그 심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나도 다시한번 심사숙고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난 또 내 마음에 물을 것이다. 또 같은 답이 나오겠지만, 그를 생각한다면 수십번을 묻는다고 해도, 생각한다고 해도 모자랄테니까.

이제 곧 그가 그토록 우울해하고 싫어하던 겨울이 온다. 여기 날씨가 여름에 가까와지는 만큼 그가 있는 곳은 겨울에 가까와질 것이다. 그가 좀더 기운을 내면 좋겠다. 기운내서 못다한 학교공부도 마저 마치고 돌아오게 되길 바란다. 어쨌든 그와 연락이 닿아 기쁘다. 정말 기뻐서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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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길은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가벼운 길이다. 백운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우리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크게 보자면 기찻길(전철)을 따라 부평공원쪽에서 돌아들어가는 길, 상권이 형성된 큰 길을 따라 가는 길.

예전엔 아침에는 부평공원쪽 길을, 어두운 밤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큰 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은 큰 길을 따라가다가 샛길로 접어들어 조금 어두운 골목길로 간다. 처음엔 그 길이 어둑어둑해서 겁이 났었는데, 지금은 12시 넘어 들어가도 그 길로 간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우리집까지 가는 제일 가까운 길이다.

백운역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토스트가게가 두 곳이 있다. 그중 역에 가까운 곳에 있는 토스트가게의 이름은 <토스트가 맛있는 집>이다. 하얀 바탕에 빨갛고 노랗고 푸른 과일이나 채소의 그림이 어우러져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이다. 이 토스트가게의 남다른 점은 주인들(아마도 동업자 관계가 아닐까 싶다)이 전혀 장사에 어울릴 것 같지 않게 고운 미모와 감각이 돋보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인테리어와 주인이 닮았다. 아침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문을 열어놓는데, 내가 보기엔 아침보다도 오히려 저녁즈음에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 난 가끔 저녁을 먹지 않았거나 하기 싫을 때 퇴근하는 길에 토스트를 사 들고 가는데, 이 집엔 주인장 혼자서 그 모든 일을 다 하다보니 손님이 좀 많을 때는 마음이 급한 듯 서두르는 손길이 좀 서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퇴근길에 남아도는 게 시간이니 급할 것도 없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주인장이 하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토스트는 맛있다. 그중에서도 '스페셜'과 '피자'를 즐겨먹는다. 사실 나는 토스트맛이 거기서 거긴 것 같다. 물론 포장마차에서 파는 천원짜리 토스트와는 다르지만.(그 토스트보단 좀더 웰빙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토스트가게을 지나면 우측으로 책과 비디오를 같이 빌려주는 조그마한 대여점이 있다. 작은 규모인데도 신간이 많은지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사람들이 많아서 난 그곳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고 그래서 매일 흘끗 쳐다보고는 지나친다.

책비디오 대여점을 지나면 우리집으로 가는 골목 어귀에 또 토스트가게가 하나 있다. 아마도 <토스토피아>인지 뭔지 하는 이름일게다. 거긴 주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아르바이트생 두 명 정도가 가게를 보고 있다. 토스트가게의 선구자격이라고 생각하는(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이삭토스트>체인 비스무리한 맛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뭐랄까, <토스트가 맛있는 집>은 집에서 만드는 토스트란 분위기가 풍긴다면, 이 가게는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소스와 맛도 이삭과 비슷하다. 여기서 내가 즐겨먹는 토스트는 '피자'토스트이다. 난 빵도 '피자'빵을 좋아하고 '피자'도 무척 좋아한다. 이렇듯 내가 '피자'란 글자와 맛에 정신없이 약한 걸 보니 정말 이탈리아를 가야할 운명인가보다. 큭큭

그 토스트가게 바로 옆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곧 <영화마을>이란 간판이 보인다. 내가 즐겨가는 책비디오대여점이다. 주인은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아주머니신데, 책을 참 좋아하시는 분이다. 전에 헌책방을 하셨다는 말에 필이 꽂혀서 한시간이 넘도록 책 이야기를 했었다. 비디오테이프는 많지 않고, 낡고 오래된 책들이 많은 반면에 새책은 좀 부실한 듯 하지만, 일단 조용해서 좋다. 그리고 공간이 좁지 않고 널직해서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가끔 기분이 울적할 때, 만화책을 읽어줄 필요가 있을 때, 그곳에 들려서 구석구석에 처박혀 있는 낡은 만화책들을 끄집어 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길 건너편은 대규모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어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빌라들 사이에 낡고 오래된 단층 집들이 많다. 어떤 집은 정말 많이 낡아서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간혹 사람이 사는 집지 아닌지 궁금해 하다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이상하게도 위안이 된다.

집에 가까워지면 하얀 집이 보인다. 처음에 이 집을 봤을 땐 무슨 장난감집처럼 집 같지 않게 느껴졌다. 지금은 조금 낫긴 하지만 아직도 그런 느낌은 남아 있어서 가끔 그 집 앞을 지나면 대체 왜 이 집은 사람이 사는 집같지 않고 장난하는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본다. 하얀 집은 일단 다른 집에 비해서 평수가 작다. 1층엔 거실과 부엌이 있고 아마 2층엔 방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집이 놓여 있는 장소가 다른 집들 사이도 아니고 빈 공터같은 곳에서 자동차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집엔 담이 없는데 베란다문같은 홑문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서 밤에 안에서 불을 켜놓으면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꼭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 민망해서 보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 집 앞을 지나면 왠지모르게 궁금해져서 고개가 그쪽으로 쏠리고 시선이 꽂힌다.  어젠 한 남자가 천장을 보고 침대 위에 누워있고, 한 여자가 열심히 가슴을 맛사지하듯 주물러주고 있었다. 그 곳에 침대가 있는 줄은 어제 처음 알았다. 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일일텐데도 난 괜히 낯뜨거워져서 서둘러 그 앞을 지나왔더랬다.

우리 집 안방(안방은 동생차지)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면 낡은 집들의 마당이 훤히 보인다. 옥상에는 장독들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고 햇볕 좋은 날은 커다란 이불같은 것이 빨랫줄에 널려있는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예전에 내가 살았던 집도 마당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좁고 길다란 옥상 한쪽 구석에는 장독들이, 중간엔 빨랫줄이 무거운 이불들을 매달고 늘어져 있었다. 엄마가 빨래 좀 걷어오너라,고 말씀하시면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옥상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투덜대곤 했었지만, 지금도 햇볕에 그을리는 게 싫어서 태양을 피해 다니지만, 햇볕 구경하기 힘들만큼 다닥다닥 붙은 대도시의 작은 빌라에 사는 지금은(그래도 지금 사는 집은 햇볕이 잘 드는 편이다, 빨래를 말릴 베란다가 없어서 탈이지만) 오히려 꿈에 나타날 만큼 그 강렬하고 온전한 햇볕 가득한 옥상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금도 이러할진대, 토탈리콜이란 영화에서처럼 순수하게 햇빛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머나먼 미래에는 어쩌면 한줄기 빛을 차지하기 위해서 피터지는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못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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