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사표를 날려야 하는데...
사장실 문앞을 몇번이나 서성이다가 다른 사람들 모두 퇴근한 뒤, 인상을 팍 찌푸리고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몹시 머뭇거리면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저.... (슬며시 결제판을....)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 내일 당장 그만두겠다는 거야?
-(앗! 나의 실수...인가)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짜증도 조금 섞인 몹시 어두워진 얼굴로)무슨 일인데?
-전에 말씀드렸듯이... 정말...
-직원들 문제는 아니고? 회사가 힘들어서?
-아니요, (절대 부정하는 듯하며) 그건 절대 아니구요(사실 조금은 맞는데...) 상황이... 저도 가능한 한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다니고 싶었습니다만.... (사실은 당장 그만두고 싶다구요)
-......알았어. 그럼 일단 서이사랑 의논해보고... (기타 등등 주절주절...)
드디어 뽑았다. 단김에 뽑는 쇠뿔마냥.
사실은 지금도 마음이 불편해 죽겠다. 정리해야 할 일이 해도 해도 태산이라 걱정이고, 앞으로 날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도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불안하다. 지금까진 그래도 내 눈치 보며 하고 싶은 말 못하셨지만, 앞으론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막 대할 가능성도(요즘 들어 보면) 없지 않다.
우리 사무실에서 사장님을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들라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나 뿐일 것이다. 요즘 우리 회사 직원들은 사장에 대해서 불만들이 많다. 뭐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월급 맞추느라 골머리 썩힌 일이 한두번이 아닌 나로서는 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지만, 다들 내 맘같진 않은가 보다. 나 역시 일하기 싫어 개기는 게 장난 아니지만, 모씨의 말에 의하면 그들 역시 밖에 외근나가서 날리는 시간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 많지 않은 월급이긴 하지만, 월급만큼 일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들 역시 할말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근데 이 이야기가 왜 나왔지? ㅋㅋ
누구 이야기 할 것도 없고. 아무튼 마음이 착잡하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쇠뿔은 뺐으니 앞으로 정리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겠다. 한달 동안 누구보다 일찍 나오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일하리라.
그나저나 내가 그만두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이 과연 있긴 할라나 몰라.... 아, 횡설수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