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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밤에 더워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한참 선풍기를 끼고 살아야 할 시기이나, 집에 하나 있는 선풍기가 청소하기 무지 힘든 기종이다 보니, 동생에게 상품권 하나 던져주고 청소하기 쉬운 날개달린 새 선풍기 사오기를 이제나저제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탓인지 유난히 더위에 약하고, 어렸을 때 여러 번 빠져죽을 뻔한 터라 여름이 제철인 물놀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커서 그런 것인지 벌레와 친하지도 않으니 그 벌레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여름이 좋을 턱이 없다.  게다가 그리 하얗지도 못한 내 피부는 햇빛만 닿으면 금새 발갛다가 새까매져서, 우리 엄니 표현을 들자면(우리 엄니 기준에선 하얗고 뽀사시한 얼굴이 부티나 보이는 얼굴이다) 없어 보인다고 하고, 조금 심한 경우엔 햇빛 알러지 증상이 살짝 나타나기도 하며, 행여 푸른 잡초 근처에만 가도 풀독이 올라 종아리가 팅팅 부어 밤마다 잠을 설쳐대야 할 정도가 되니, 어찌 여름을 좋아할 수가 있으랴.   그나마 우리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여름이 없어서도 안되고 더운 게 좋겠다라고 생각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내가 요즘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읽으면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견디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타클라마칸과 고비 등  썹씨 4,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을 횡단했던 그를 생각한다면, 젊은 나이로 이까짓 더위쯤이야.

사람은 길들여지기 마련이라고, 편해지려고 하면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지만, 반대로 불편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도 견딜 만하다.  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게 샤워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누워 있으면, 뭐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올 여름은 선풍기 없이 지내볼까.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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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티다 버티다... 결국 선풍기 청소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했는데...^^

무탄트 2004-07-2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견디기가 좀 그랬죠? 하하하 저도 어제는 그 선풍기를 청소해버릴까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만, 오우! 그 선풍기, 장장 두 시간을 청소해도 한동안 까만 먼지들이 날아다닐 정도라서, 차라리 더위를 견뎌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내일 제 동생이 선풍기를 사가지고 들어오겠다고 장담했으니,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 보구요, 안되면 제가 나서야죠. 호랑녀님도 더운 날씨, 더위 조심하세요~ ^^
 

Film-Titel :빵과 꿀의 사랑이야기 The Toast
Director : 기욤 콜롱브 Guillaume COLOMB
France, 2004, 8min30sec, DV6mm, Color
매일 아침 주인님을 위해 아침 식탁을 차리는 주방용품들과 갖가지 음식 재료들. 어느 날 주인님은 부드러운 토스트 빵에 어울릴 짝으로 잼을 선택한다. 언제나 뒷전으로 밀리던 꿀은 마침내 분노를 터뜨리고 결투를 신청한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찻잔과 설탕들의 움직임. 이런 아침식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가? (홈페이지에서 퍼옴)
---뭐, 별로 그런 아침식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다.  아침식탁이, 부드럽고 가냘픈 식빵에 발려지길 원하는 꿀과 쨈의 피터지는(?) 결투와, 매번 소외되다 못해 결국은 부드러운 식빵과의 자멸을 택하는 꿀의 비극으로 얼룩(?)지길 바라지 않으니까. 그리고 움직이고 노래하는 아침식사 재료들을 어떻게 목구멍으로 감히 넘길 수 있을까. ㅋㅋㅋ

당근파이 음악회 Concert for a Carrot Pie
헤이키 에르니츠 Heiki ERNITS 야노 폴드마 Janno PÕLDMA
Estonia, 2002, 11min, Beta, Color
해와 달이 정겹게 악수를 나누고 자리를 바꾸는 아침. 잠에서 깨어난 한 가족이 당근밭에서 키워낸 커다란 당근으로 파이를 만들기까지 일어나는 하루의 크고 작은 일들을 오페라 형식으로 보여준다. 즐거운 파리들과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쥐들, 당근파이 등 작은 챕터로 나눠진 구성과 귀여운 그림체, 장엄한 코러스의 하모니가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59
---할아버지와 손녀 당근밭에 가다. 손녀 커다란 당근에 표시를 하고, 할아버지 긴 장검, 멋진 폼으로 정확하게 표시된 부분의 당근을 싹둑 잘라내고, 손녀 자르고 남은 부분을 잘 꿰메는 동안, 할머니 파리와의 사투를 벌리다.  시커먼 시궁창에 빠진 커다란 두 파리녀석들, 할머니 갓 해놓은 하얀 빨래를 시커멓게 망쳐놓다. 할머니, 두 파리가 속에 든 빨래를 붙잡고 하늘을 나르다, 아마도 바다에 빠지다. 할머니 특기인 솔로 청소해주기 실력을 바닷동물들에게도 발휘하다. 할아버지와 손녀 집에 돌아오니 난장판, 할머니를 찾아나서다. 할머니가 하늘을 날다 떨어뜨린 신발을 멋진 옷을 입은 쥐아저씨 탐내다. 긴 코트 입고 썬글라스 낀 장님 토끼, 우연히 할머니가 하늘을 날다 떨어뜨린 빨래를 줍고, 뒤로 걸어가는 역추적 끝에 바다에 빠져서 발만 보이는 할머니 발견하다. 할머니 솔로 문어 목욕시켜주기에 여념없다. 말썽꾸러기 파리 녀석들 예쁜 파리 아가씨에 반해 할머니께 솔 목욕을 부탁하고 마침내 깨끗해진 몸으로 멋진 개인기를 발휘하여 파리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할머니, 하루 해가 결코 짧지 않게 우연곡절 겪은 후, 드디어 당근 파이를 만들다.   고양이 지휘의 동물 음악대의 멋진 음악에 맞춰, 시종 유머러스한 동물들의 행동이 재밌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체다.  아마도 비슷한 그림의 동화가 있었던 것 같은... ^^

나들이는 힘들어 Get in the Car
그레그 홀펠드 Greg HOLFELD
Australia, 2003, 5min42sec, Beta, Color
휴일을 맞아 자동차를 타고 놀러가는 한 가족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간다는 간단한 문장 속에는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세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녀오는 부모의 이야기다.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1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 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짐을 꾸리고 싣는 일에서부터 뒷자석에 있는 세 아이들의 선 긋기, 토하기. 엄마가 안고 있는 갓난 아기가 토하려고 할때 부모의 당황스런 표정과 긴박한 몸놀림이란...ㅋㅋㅋ  파스텔톤의 화사함같은 건 눈 씻고 찾아볼 순 없지만, 일상의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만화의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컷으로 잘 표현했다.

내가 아는 흰 난쟁이 A White Dwarf Who I`ve Known
김희성 KIM Hee-sung
Korea, 2004, 10min30sec, Beta, Color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마법의 가위로 오려 자기 집에 가둬두려 했던 흰 난쟁이 이야기. 동네 사람들은 점점 없어져 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되찾기 위해 흰 난쟁이네 집으로 몰려가고, 흰 난쟁이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흰 난쟁이는 각박한 사회에 눌려 살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외로움을 대변한다.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72                                                                                                                            ---슬펐어. 앞의 유머러스한 전작들에 비해 더욱.  외로운 흰 난쟁이에게 주어진 선물, 마법의 가위. 아름다운 꽃, 나비, 밝은 달, 아름답고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러 한 난쟁이지만, 왠지 밉기보다는 가슴 아팠어.  마지막에 사람들이 막 몰려오니까 자기 자신까지 마법의 가위로 오려서 그 곳을 탈출하지만, 결국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두고 다시 혼자가 된 난쟁이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가득 묻어나왔어. 아이에게 흰 난쟁이 얘기를 해주던 그가, 어쩜 흰 난쟁이였을까...

체리 따먹기 The Beezes - The Cherries
그레가 마스트낙 Grega MASTNAK
Slovenia, 2003, 5min, 35mm, Color
체리를 향한 열정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슬로베니아의 애니메이션. 체리를 따먹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힘을 기울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과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보여준다.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56
--- 정말 처절한 몸부림에 오히려 웃음이 터지고 말았지.  사다리도, 세명의 어깨동무로도, 모터달린 헬리콥터로도 체리는 손에 닿지 않았어. 드뎌 열받아 폭발한 닭(?)의 헤딩(?)으로 앙상해진 나무, 체리 바다에 빠져 춤을 추는 주인공들, 마지막이 또 압권이었지. 과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화장실 앞에서. ㅋㅋ

폭풍우 치는 밤 Stormy Night
미셸 르미유 Michéle LEMIEUX
Canada, 2003, 9min49sec, 35mm, Color
바람이 부는 언덕 위의 집. 폭풍우가 몰려오고, 소년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궁금증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영원한 것의 끝은 어디일까? 우주에 구멍이 뚫린다면? 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런 질문들로 잠 못 들던 시간들이 한번쯤은 있었을 법하다. 귀여운 상상력으로 색칠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애니메이션.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8
---소년이었나? 난 소녀라고 생각했는데. 암튼 누구나 어릴 적에 한번쯤엔 궁금해하던 온갖 일들을 끊임없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발하게 표현한 작품. 음...하도 금방 지나가서 뭘 봤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남극 낚시통신 Islet
니콜라스 브로 Nicolas BRAULT
Canada, 2003, 7min, 35mm, Color
남극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고기를 잡던 에스키모 소년은 너무 큰 물고기 때문에 빙하 섬에 갇혀 바다를 떠내려가고, 사람들은 꺼지는 얼음을 피해가며 고래를 사냥한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 얼음이 깨지는 상쾌한 소리가 인상적이다.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3
---물고기에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을 만드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눈사람, 내 친구 Fellows
세실리아 마레이로스-마렝 Cecilia MARREIROS-MARUM
France/Belgium, 2003, 8min30sec, 35mm, Color
한 꼬마가 온 힘을 기울여 자신의 친구인 눈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따사로운 해는 훼방꾼으로 나타나 계속 친구를 녹여나간다. 험한 날씨 속에서도 꼬마는 자신의 친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누군가를 온 힘을 다해 지켜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그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함을 느끼게 해주는 애니메이션.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0
---화면을 분할하는 컷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작품.   햇빛에 녹으면 또 만들고, 파라솔을 씌워주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눈사람 친구를 지키려는 몸부림이 애틋하지만 익살스럽다.

오늘이 O-nu-ri
이성강 LEE Sung-gang
Korea, 2003, 16min, 35mm, Color
잃어버린 소중한 친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보여주는 로드 애니메이션. ‘오늘이’는 마치 한국판 어린 왕자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책벌레 친구, 비구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 용이 되고 싶어 여의주를 한아름 모은 이무기 친구 등 오늘이의 친구 찾아 삼만리(?)는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마리 이야기> 이성강 감독의 따뜻한 단편 애니메이션.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7
--- 한국화나 병풍, 단청의 전통 문양과 색감이 어우러지는 배경 그림들이 인상적인 작품. 특히 오늘이는 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우리 가족의 걱정은 The Most of My Worries
카린느 타르디유 Carine TARDIEU
France, 2003, 9min43sec, 35mm, Color
토머스에게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러나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어머니가 있다. 오늘도 토머스는 어머니에게 멋진 가발을 골라주고,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외출 준비를 한다. 하지만 언제나 바람이 문제다. 어느 순간 잽싸게 어머니의 가발을 채가고, 어머니를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만드니 말이다. 가슴 뭉클해지게 만드는 엔딩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 http://www.pifan.com/program/detail.asp?Film=166
---머리에 양면 테이프를 붙여도, 똑딱이 단추를 달아도, 어김없이 바람은 가발을 날려버려. 그때마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항상 걱정스럽게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망울이 맘에 걸리더니, 드뎌 그 아들 일을 낸다.  엄마를 생각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반전의 장면. 가족들 모두 머리를 밀고 자랑스럽게 외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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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기다리느라 깨어있던 한밤중.
번개 퍼퍽 때리더니,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하늘에 구멍뚫린 것 같다는 표현 그대로, 무서울 정도로 퍼붓기 시작하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하고 포근한 내 집 안에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하루 제껴버릴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핀바를 찾아서'란 아일랜드(?) 영화에 정신없이 빠져들다가, 여느 때처럼 늦은 시간에 집을 나오려는데, 또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고 귀찮기도 해서, 순간 하루를 제껴버릴까는 유혹에 또 빠질 뻔 했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마비(?)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집을 나서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퍼붓는 빗줄기에 아스팔트 바닥이 제대로 보이질 않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강을 헤치고 올라가는 듯한, 그래서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로 떠밀려 내려오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비가 와서 옷이랑 가방이 흠뻑 젖는데도, 평상시 같으면 투덜댔을텐데 오늘은 괜스레 즐거워하면서 마치 물놀이하는 아이같은 장난스런 기분으로 걸어왔다.

장마철이라고 하지만, 예전의 무덥고 습하고 짜증스런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 조금 후덥지근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고, 밤에는 조금 서늘하기도 해서 불을 때고 잘때도 있다. 여름이 여름같지 않고, 겨울이 겨울같지 않은 것이, 이제 우리 나라의 기후도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란 걸 새삼 말할 것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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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7-1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멘트가 빠졌잖우. ㅎㅎㅎ

무탄트 2004-07-1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헐헐~ 신애 홈피를 이미 봐버렸구나. 마지막 멘트에 대해선, 추후에 따로 올릴려구. ㅋㅋㅋ
 

2004. 4. 15 ~ 18

강원도 정선군 고한역 앞 벤치에서 바라다보이는 고한은, 자그맣지만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예전 탄광촌 시절부터 존재해온 듯한, 다 허물어져 가는 시장 건물의 뒷모습은, 묘하게 뭉클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정선역에서 출발해서 증산역에 도착하니, 고한으로 가는 태백행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내가 탈 기차는 그렇게 떠났다.  난 그 기차를 잡아주지 못한, 아니 처음부터 놓칠 것이 뻔했던 그 기차를 못타게 만든 화풀이를, 엉뚱하게도 증산역 직원분에게 해버렸다.  그건 내 잘못도, 그분 잘못도 아니었건만.  증산역 앞의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고한행 버스를 기다리다가, 정선에서 관광도우미를 하시는 분을 만났다. 때마침 인연이 되려는 건지, 그 분은 내가 정선에서 정선아리랑 창극을 듣고 탔던, 정선역으로 가는 버스를 맡았던 분이었고, 고한에 사신다고 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자신이 타고 가는 차로 고한까지 태워다 주셨다. 또 친절하게도 묵을 곳도 가르쳐 주셨다.  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위해 자원봉사 관광도우미로 최선을 다하시는 그 분은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난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많은 기억들을 가지게 되었다.  영월과 정선을 흐르는 동강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까지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이번 여행처럼 좋은 분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이렇게나 가슴이 따뜻해졌던 적은, 전에도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연푸른빛 강물이 감돌아 흐르는 한반도 지형의 선암마을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나, 

한번 맛보고 나면 거기서 영원히 살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고 하는 어라연으로 들어가는 길의 그윽한 아름다움과, 대조적으로 아무도 없는, 이 세상 오로지 나 뿐인 듯한 길 아닌 길을 가는 아슬함.

정선군 예미에서 고성리까지 들어가는 구불구불 길가의 비탈진 밭.

고성리 매표소에서 동강 연포 마을로 굽이굽이 들어가는 길의 감탄스런 아름다움과, 소사마을 앞에서 연포 마을 앞까지, 이 세상 것 같지 않은 서릿발같이 장엄하고 준수한 뼝대 앞에서의 그 먹먹함이란.

제장마을을 지나 가수리에 이르기까지, 그 강변의 아름다운 절벽과 하얀 모래, 다 허물어져 가는 폐가.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후 아직 채 회복되지 못한 밭과 길, 곳곳에 널린 검은 비닐마저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가슴에 담고 싶지 않은 것이 없다.

 

마치 내 할머니,할아버지 같이 선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시던 거운 강변상회 할머니, 할아버지와 개표방송을 보면서 쳤던 3,5,7 고스톱,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터라 몹시 달게 먹었던 그날의 저녁밥과 부침개와 시원한 막걸리 한잔.

반가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듯 그렇게 스스럼없이 낯선 여인네의 손을 끌고 들어가시는 어라연 나룻배 아주머니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아침 드라마를 보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적어도 석 잔은 받아야 한다시는 아저씨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꽤 이른 아침부터 흑염소 국에 말린 밥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울퉁불퉁 산길을 트럭의 뒤에 타고서 얼큰해진 볼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맞아가며 내려가는 기분이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물을 만지고, 그 그물에 걸린 물고기의 찐득한 몸뚱이를 만지고, 그물을 펴는 법을 배우게 해주신, 다음엔 꼭 고추농사 거들어줄 일꾼들을 데리고 오라며 웃으시던, 어라연 입구에 사시는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매콤 쫄깃한 메기 매운탕 한 그릇.

교통이 여의치 않은 영월과 정선의 곳곳에서 기꺼이 차를 태워주시던 여러 분들-대구에서 온 연인들, 선돌의 음식배달아저씨, 청령포 동강민박 아저씨, 거운리 새동강래프팅아저씨 등등-과 연포민박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 지낸 인연으로 연포에서 가수리를 거쳐 정선읍내까지 더듬어 오는 그 아름다운 여행길에 기껍게 자리를 내준 서울 사는 박현미씨 부부.

해발 780m에 있는 여학교보다 아랫쪽에 남학교가 있는 건, 여학생들의 아름다운 종아리 선을 위해서도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게 분명하다면서 즐겁게 조잘대던 고한의 여학생들.   어찌하다보니 고한까지 들어와서 이젠 빼도박도 못하신다는 뭔가 사연있을 법한(?) 무지 싼 분식집 할머니의 푸짐한 인심.

말하지 못한 것이 많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그 곳의 아름다움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아니, 나의 글재주로는 불가능하다.   직접 가서 봐야만 알 수 있다.

그리고......

난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번 그들을 떠올리고, 또 한번 내 가슴이 따뜻해지고, 다시 기억 속에 고스란히 잘 갈무리한 후, 내일을 위해 잠들 것이다.

 

-- 동강 가기 전, 품에 안고 즐겨 읽었던 책이다. 

 마치 내가  그 길 위에 서 있는 듯 더듬더듬 그의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동강에 가고 싶은 맘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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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토요일, 세 명의 여인네 길을 나서다.

 

08:17 ~ 10:50  영등포역에서 논산역까지,  기차비 10,300원/1인당
 
 가슴이 설렌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12:00~12:25  논산역 시내버스 종점에서 노성읍까지,  830원/1인당(버스표), 
 
 논산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 100m쯤 걸어가면, 왼쪽으로 버스종점이 나온다.
 거기서 노성리 가는 버스는 15분에 한대씩 있다는데, 내 눈엔 강경으로 가는 버스만 자주 보인다.
 썬글라스 낀 어느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지나가는 아이를 붙든다. 처음엔 그 아이의 아버지인 줄 알았으나, 아이의 서 있는 모양새나 대화의 분위기로 보건대, 아니다. 그 썬글라스 낀 아저씨, 나중에도 얘기하겠으나 재밌는 인물이다.

 시원하다. 에어컨 바람보다 더 상쾌하다. 버스의 창을 한껏 열어젖히고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살 것 같다.

 노성읍내에서 내려 위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신호등이 하나 보이고, 길 건너 왼쪽으로 윤증고택 350m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고택으로 가는 길, 논에 모내기가 한창이다.  매끄러운 수면에 비친 풍경이 마치 거울에 비친 듯 아름답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앞으로 보이는 건물이 노성향교이고, 그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 윤증고택이 있다.

 고택에 들어서니 사랑채 대청마루에 파평 윤씨 종부되시는 분과 남자 손님 두 분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종부께선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보다 많이 야위셔서 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종부께서 윤증고택엔 원래는 솟을대문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요즘엔 매스컴에서 대문이 없는 개방적인 구조라고 한다고 말씀하신다.   어쨌거나 그런 개방적인 구조 탓에 밖에 잠시 외출하여도 집 걱정때문에 오래 나가 있질 못하신다고.   종갓집 대소사에 이런 저런 객들까지, 예전엔 하인들이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손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하시는 종부님의 그간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게다.

 잠시 대청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으려니, 빨간 모자를 쓰신 종손께서 오신다.  남의 집 좋은 구경에 어찌 빈손일 수 있으랴. 그 분께서 농담삼아 텃밭의 잡초를 뽑던지, 뒷산의 솔잎을 따오라고 하신다.

 도시 처녀가 구절초와 잡초 구별하기도 쉽지 않으니, 우린 차에 쓸 솔잎을 따오겠다고 비닐주머니 하나씩 꿰차고 산을 오른다.
 그런데, 이 솔잎을 따는 일도 만만찮다.  우선 솔잎차를 한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우리들은 어떤 잎을 따야하는지도 모르니 막막하고, 또 소나무야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대체 솔잎의 어떤 부분을 따야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결국 우린 금방 구별할 수 있을 거라는 종손님의 말씀을 떠올리고는 푸르게 올라오고 있는 어린 솔잎을 조심스레 딴다.

 찐득한 거미줄에 송진에, 게다가 우리 손에 닿는 소나무는 몇 그루 없으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은은한 솔잎 향기 가득한 곳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있어 평소엔 경험하기 힘든, 좋은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솔잎에게 미안해하면서 솎아내다가 차라리 잡초를 뽑는 게 낫겠다며 내려오니, 종손께서는 사랑채 누마루로 올라오라고 하신다.

 큰사랑방보다 조금 높이 들어올린 누마루에서는 우물과 연못과 저 멀리 논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누마루의 창 턱 높이는 사람 머리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누우면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  또한 그 턱에 팔을 올려 놓으니 그지없이 딱 편할 높이이다.

 큰사랑방과 그 뒤의 골방 사이에 있는 미닫이여닫이문은 독특하다. 미닫이로 열고 그 문틀과 문짝이 맞물린 상태에서 여닫이로 열리는 문이다.   이 문은 안채에서 준비된 음식들을 골방을 통해 큰사랑방으로 쉽게 옮길 수 있게 필요할 때 방 사이의 칸막이를 완전히 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우리 조상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또한 안채로 들어오는 방문객을 확인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아랫부분이 뚫리어 있는 안채중문 앞의 내외벽이나,  빗물의 배수가 잘되도록 곳간과 안채 사이의 기단과 처마의 높이와 폭을 다르게 사선으로 해놓은 것이나,  안채 대청 위의 날렵한 대들보와 널직한 대청의 아름다움과,  며느리가 거처하는 건넌방 뒷쪽에 높이 돋우어져 있는 화단에서 바깥 구경을 하면서 시집살이의 고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배려한 것 등에서 우리 조상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생각과 마음씀을 엿볼 수 있다.

 폐가 될까 조심조심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종손께 인사를 드렸다.   올 가을쯤엔 담배와 인삼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의 찻집에서 구절초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란다.

15:15~15:45 노성에서 다시 논산으로, 버스표가 없으면 850원/1인당

16:05~16:15 논산에서 관촉사로, 역시 시내버스요금 830원/1인당,                        관촉사 입장료 1,500원/성인1인당

  관촉사로 가는 버스의 운전기사 아저씨는 재밌는 분이다. 여고생부터 초등학생, 복고풍 장발이 인상적인 젊은 남자에 이르기까지, 차를 몰면서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특이하게도 마이크에 대고 동네방네 크게 인사하는 아저씨는 처음 오는 손님도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버스를 출발시키지 않을 거라고 하신다.    그런 아저씨의 투정(?)이 왠지 밉지 않고 재밌다. ^^

 관촉사 입구에 내리면 낮은 산 중턱에 있는 관촉사가 보인다. 버스정류장 앞에는 좀 알려진 관광지에 가면 어딜 가나 있을, 조금 허름한 식당들이 몇 있다.    일주문은 늘씬하니 꽤 볼만하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사천왕문을 지나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면 입구와는 다른 느낌이다.   사천왕문을 지나 겹겹의 계단을 오르면 기념품 가게가 있는 강당 앞에 이르게 된다.  강당 아래를 지나면 대웅전인데, 거기를 곧장 올라가지 않고 강당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편편한 평지가 나온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하늘아래 저 멀리 일주문이 보이고 그 뒤로 펼쳐지는 드넓은 논밭등 확트인 풍경이 꽤 괜찮다.

 뒤를 돌아 돌로 된 해탈문 아래에서 그 석문을 통해 설핏 은진미륵을 보고,  겸손한 마음가짐을 일깨우라는 의미가 깃들어져 있는 낮은 높이의 해탈문을 지나 관음전 앞에 서면,  다른 곳과 다르게 이곳의 관음전엔 불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관음전의 정면 중앙의 창을 통해 은진미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기법을 건축에서는 '차경'이라고 하는데,  조각작품을 닫집 안에 넣어 사람의 손에 의해 하나의 고정된 장면으로 완성시켜 제시하는 서양의 '장경'과는 달리,  여기에는 주변요소를 포함하는 큰 틀을 제시하는 포괄적이고 은유적이며 간접적인 방식으로 외부의 경치를 빌어 '관음전의 창'이라는 일정한 프레임 안에 경치를 담는 방법으로,  18.2m라는 거대한 불상의 크기가 그 그릇인 건물의 크기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기막힌 시각조작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이 큰 불상을 건물 안에 넣어야 한다고 하면 그 건물이 얼마나 커져야 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크기인 것이다. 눈높이, 시선각도, 거리에 따라서도, 보이는 불상의 모습은 수시로 바뀐다.

 삼등신의 거대한 은진미륵은 그 크기와는 달리 상당히 귀엽고 친밀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얼굴부분과 손부분의 조각은 조금 세밀하나 하반신의 옷주름등은 단순하고, 상반신과 하반신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위엄있으면서도 친근한 모습이다.

 은진미륵앞 석등의 화사석이 만들어내는 공간 사이로 은진미륵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자료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탓이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16:55~17:05 관촉사에서 논산역으로, 역시 버스표가 없어서 850원/1인당
 
 논산역전 좌측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사실 맛이 별로 없었다. ^^;    관촉사에서 막걸리라도 한 사발 마시고 싶었는데, 기차 발차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역전의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는다.   조금 싱겁긴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다.  거기에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물고 앉아 있으니 괜스레 행복하다.

16:04~20:43 논산역에서 영등포역으로, 갈때와 똑같이 10,300원/1인당
 
 이제 녹음이 무성한 산과 들이 사뭇 싱그럽다.   벌써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초목의 향기와, 머리카락 휘날리게 씽씽 달리던 버스 창으로 숨막힐 듯 밀려오는 바람의 상쾌발랄함이 그립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우리 옛것의 아름다움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숨쉬며 삶의 작은 기쁨을 공유하는 이들이 있어서 좋다.

 낯선 이들을 위해 어쩌면 자신들의 사적인 공간을 양보해주신 파평 윤씨 윤증고택의 종손,종부님, 그런 분들이 계셔서 소중한 우리 것들이 지켜지는 것이리라.

 

덧붙이는 글)

    1. 윤증고택에 가려면 가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하여 허락을 구해야 한다. 

    2. 서울에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소풍 가는 기분으로 미리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다면, 차비를 포함한 비용이 도합 3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3. 차를 가지고 간다면, 강경포구의 미내다리를 보는 것도 좋겠다. 찾아보면 논산에는 볼거리가 꽤 많다. 개태사, 쌍계사, 계백전적지를 비롯해서 서원, 향교도 여럿 있다.        

    4. 1박 2일의 일정을 생각한다면, 관촉사를 들러 윤증고택을 거쳐, 계룡산의 갑사나 동학사 근처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다.  아, 대둔산도 들러봄직하다. 좀더 무리한다면 공주나 부여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어딜 가든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 윤증고택과 관촉사를 방문하기 전에 열심히 읽은 책이다.

다른 책이나 자료의 설명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에 좀 식상한 분이라면, 건축학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책을 한번쯤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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