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밤에 더워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한참 선풍기를 끼고 살아야 할 시기이나, 집에 하나 있는 선풍기가 청소하기 무지 힘든 기종이다 보니, 동생에게 상품권 하나 던져주고 청소하기 쉬운 날개달린 새 선풍기 사오기를 이제나저제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탓인지 유난히 더위에 약하고, 어렸을 때 여러 번 빠져죽을 뻔한 터라 여름이 제철인 물놀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커서 그런 것인지 벌레와 친하지도 않으니 그 벌레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여름이 좋을 턱이 없다. 게다가 그리 하얗지도 못한 내 피부는 햇빛만 닿으면 금새 발갛다가 새까매져서, 우리 엄니 표현을 들자면(우리 엄니 기준에선 하얗고 뽀사시한 얼굴이 부티나 보이는 얼굴이다) 없어 보인다고 하고, 조금 심한 경우엔 햇빛 알러지 증상이 살짝 나타나기도 하며, 행여 푸른 잡초 근처에만 가도 풀독이 올라 종아리가 팅팅 부어 밤마다 잠을 설쳐대야 할 정도가 되니, 어찌 여름을 좋아할 수가 있으랴. 그나마 우리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여름이 없어서도 안되고 더운 게 좋겠다라고 생각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내가 요즘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읽으면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견디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타클라마칸과 고비 등 썹씨 4,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을 횡단했던 그를 생각한다면, 젊은 나이로 이까짓 더위쯤이야.
사람은 길들여지기 마련이라고, 편해지려고 하면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지만, 반대로 불편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도 견딜 만하다. 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게 샤워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누워 있으면, 뭐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올 여름은 선풍기 없이 지내볼까. 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