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밤에 더워서 잠들기가 힘들었다.  원래대로라면 한참 선풍기를 끼고 살아야 할 시기이나, 집에 하나 있는 선풍기가 청소하기 무지 힘든 기종이다 보니, 동생에게 상품권 하나 던져주고 청소하기 쉬운 날개달린 새 선풍기 사오기를 이제나저제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탓인지 유난히 더위에 약하고, 어렸을 때 여러 번 빠져죽을 뻔한 터라 여름이 제철인 물놀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커서 그런 것인지 벌레와 친하지도 않으니 그 벌레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여름이 좋을 턱이 없다.  게다가 그리 하얗지도 못한 내 피부는 햇빛만 닿으면 금새 발갛다가 새까매져서, 우리 엄니 표현을 들자면(우리 엄니 기준에선 하얗고 뽀사시한 얼굴이 부티나 보이는 얼굴이다) 없어 보인다고 하고, 조금 심한 경우엔 햇빛 알러지 증상이 살짝 나타나기도 하며, 행여 푸른 잡초 근처에만 가도 풀독이 올라 종아리가 팅팅 부어 밤마다 잠을 설쳐대야 할 정도가 되니, 어찌 여름을 좋아할 수가 있으랴.   그나마 우리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여름이 없어서도 안되고 더운 게 좋겠다라고 생각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내가 요즘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읽으면서 끓어오르는 열기를 견디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로 타클라마칸과 고비 등  썹씨 4,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을 횡단했던 그를 생각한다면, 젊은 나이로 이까짓 더위쯤이야.

사람은 길들여지기 마련이라고, 편해지려고 하면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기 싫지만, 반대로 불편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도 견딜 만하다.  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게 샤워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누워 있으면, 뭐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올 여름은 선풍기 없이 지내볼까.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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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티다 버티다... 결국 선풍기 청소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했는데...^^

무탄트 2004-07-2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견디기가 좀 그랬죠? 하하하 저도 어제는 그 선풍기를 청소해버릴까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만, 오우! 그 선풍기, 장장 두 시간을 청소해도 한동안 까만 먼지들이 날아다닐 정도라서, 차라리 더위를 견뎌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내일 제 동생이 선풍기를 사가지고 들어오겠다고 장담했으니, 일단 내일까지 기다려 보구요, 안되면 제가 나서야죠. 호랑녀님도 더운 날씨, 더위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