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기다리느라 깨어있던 한밤중.
번개 퍼퍽 때리더니,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하늘에 구멍뚫린 것 같다는 표현 그대로, 무서울 정도로 퍼붓기 시작하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하고 포근한 내 집 안에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하루 제껴버릴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핀바를 찾아서'란 아일랜드(?) 영화에 정신없이 빠져들다가, 여느 때처럼 늦은 시간에 집을 나오려는데, 또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조금 무섭고 귀찮기도 해서, 순간 하루를 제껴버릴까는 유혹에 또 빠질 뻔 했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마비(?)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집을 나서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퍼붓는 빗줄기에 아스팔트 바닥이 제대로 보이질 않고,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치 강을 헤치고 올라가는 듯한, 그래서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로 떠밀려 내려오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비가 와서 옷이랑 가방이 흠뻑 젖는데도, 평상시 같으면 투덜댔을텐데 오늘은 괜스레 즐거워하면서 마치 물놀이하는 아이같은 장난스런 기분으로 걸어왔다.
장마철이라고 하지만, 예전의 무덥고 습하고 짜증스런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 조금 후덥지근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고, 밤에는 조금 서늘하기도 해서 불을 때고 잘때도 있다. 여름이 여름같지 않고, 겨울이 겨울같지 않은 것이, 이제 우리 나라의 기후도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란 걸 새삼 말할 것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