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그제는 내가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 ㅇ의 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시단 소리에 넋을 잃었더랬다. 다행히도 지금까지의 검사 결과는 괜찮단다.  ㅇ만큼이나 강하신 어머님, 꼭 건강해지실 거라고 믿는다.

-신이시여, 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사람이 살다보면 힘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큼은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없으면 좋겠다.

ㅇ의 어머님의 쾌유를 위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

 

둘.

내가 사직서를 내고 난 뒤에 제일 아쉬워하는 사람은 나랑 4년을 넘게 함께 일해온 동생 ㅎ이다. 벌써부터 조금씩 우울해하는 기색이 맘에 걸렸었는데, 그런 ㅎ가 오늘은 웬일로 기분이 좋다 싶었더니, 나보고 맘에 두고 있는 게 있으면 얘기하란다. 직원들에게 돈을 거둬서 이별선물을 사주겠다나 뭐라나. 다들 뻔한 살림을 아는 터라 미안하고 민망했지만, 모처럼ㅎ가 기분좋게 얼른 갖고 싶은 것을 정하라고 독촉하기에 못 이기는 척하고 전부터 맘에 두고 있었지만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던 에어워크 백팩을 골랐다. 이 가방을 매고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난다. 히힛.

이별선물을 해준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메일 한통씩 보내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해도 될까. 모두 보고 싶을 것이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으니...

 

셋.

갈 날이 가까와지니, 평소엔 연락 없던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실은 그들도 나처럼 여행을 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자기가 아는 나란 사람이 회사도 때려치우고 여행을 간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자신도 맘이 들뜨는 것 같은 건지도...

오늘도 지인이 그러더라. 내가 가면 거기서 머물러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내 친구들도 내가 왠지 그럴 것 같다고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랬다. 음... 어쩌면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다.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서 눈이 맞아 정 붙이고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으니까.  정말 그래서일까. 갔다 온 후의 일이 별로 걱정안된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오라버니가 그렇게 갔다 온 사람이 잘 되더라면서 힘을 실어주셨다.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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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무탄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분들은 누구나, 어떤 이야기든 하실 수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홀로 떠돌고 있을 탄트가 보고 싶으시다거나 생각나는 분들은

보고 싶은 만큼, 생각나는 만큼, 글을 올려주세요.

확인하는 대로 따끈따끈하고 생생한 현지의 소식 및 답변을 올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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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5-07-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탄트 2005-07-1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2005-07-1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젠 말단 직원들끼리의 속닥한 분위기의 모임인 줄 알았더니, 웬 걸 사장이랑 이사도 참석하는 나름의 대형 모임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내 퇴사 문제도 언급되고 또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송별회 분위기 비스무리하게 되었다. 1차에서 끝내고 집에 가서 발 닦고 삼순이나 봤으면 딱 좋았을텐데, 본의아니게 송별회 분위기가 되었으므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서 사실은 피곤해 죽을 것 같았는데 억지로 2차를 갔다. 역시나 가기 싫었던 내 느낌은 들어맞아서 회사의 안 좋은 상황과 그 책임을 묻는 청문회 비스무리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사장님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들었다. 내가 끼여들어서 뭐라고 말할 처지도 못 되거니와,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인정한다. 우리 사장이 멍청했다는 사실을. 바보같이 여러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구덩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우리 사장을 이용했을 뿐이고 우리 사장은 그 덫에 얼씨구나 하고 빠져줬던 것이라는 것을. 미래를 위해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좋은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잘못은 순전히 우리 사장에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있는 자리와 업무 성격상 사장이랑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고, 남들은 알지만 또한 모르는 사실과 고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사장의 입장에 가깝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난 편치 않았다. 그들이 짚어내는 실수와 잘못된 점은 나도 인정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태도와 생각-그들로서는 당연할 수도 있는-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 역시 자기 편의에 따라 사장님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나 그들이나 사장이나 다들 자기 입장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사장도 진작에 포기하지 못한 것이고, 그들 역시 맘에는 안들지만 월급은 나오므로 당장 뜻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이렇게 뒷다마나 까고 있는 것이다. 

맘에 안 들면 그만두면 된다. 그래서 난 그만둔다. 더이상 이꼴저꼴 보기 싫다. 비겁하다 욕해도 좋다. 난 이만 빠질란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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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빈현의 서재에 들러 그의 일기를 읽었다. 그의 일기를 읽을 때마다 우리 말과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의 글엔 그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다. 그의 글엔 성의 앞글자가 한글로 되어 있다. 이제까지 어디서 본 대로 아무 생각도 없이 영문 이니셜을 썼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안개비가 내린다. 빗방울들은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랗지만, 내 뺨에 닿는 느낌은 꽤 선뜻하다. 내 기분만큼 심란한 날씨다. 드디어 ㅇ이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단다. 11월 정도까지 다니게 될 것 같다고. 이미 그녀의 마음은 결정된 것 같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해줬던 그녀가 그렇듯 마음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난 축하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착잡한 기분이라니... 곧 나도 떠날 것인데... 내가 먼저 떠날 것인데... 내가 돌아왔을 때 환히 웃으며 반겨줄 그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일 리도 없을텐데... 전부터 외국에 나가서 자신의 능력만큼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그녀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여행을 가겠다고 친구들에게 선포했을 때, 친구들이 느낀 감정이 지금 내 기분 같을까. 그녀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몹시 허전하게 느껴지고 왠지 슬픈 기분이 든다.  

누구보다 일에 열심이고 삶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사는 그녀.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그녀는 훌륭하게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는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고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제 삼주도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은 하루하루 빠르게 다가오는데, 준비는 점점 더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아직도 못 본 책들이 산더미이고, 해야할 일 또한 태산이다.

난 대체 왜 떠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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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 엄마 자옥이라니... 참 웃기는 야그다. 삼순은 극중 이름이고 자옥은 실제 이름인데... 그러나 어쩌겠는가. 극중 자옥의 이름을 난 모르니. 기억도 안나. 안나면 어쩌겠나. 그러려니 해야지.

요즘 내가 즐겨보는 유일한 드라마. 금순도 아닌 삼순이. 내 나이 서른 남짓한 노처녀이고 보니, 삼순의 심정이 절절하게 가슴이 와닿는다. 끔찍하게도. 내 친구 하나는 삼순이에게 푹 빠져서 매주 삼순어록 체크하고 삼순이 하는 날이면 1시간 전부터 전화해서 보러가야지 한다. 크크크

어제 삼순이와 5천만원의 비밀을 알게 된 자옥 엄마, 삼순이를 빗자루로 때리는 장면에서 나의 옛 기억이 오버랩된다. 나 어렸을 때 빗자루로 무지 맞았다. 동생들이 잘못해도 내가 맞았다. 억울했지만 찍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웃음이 실실 나온다. 나도 그때 빗자루로 맞아봤었어, 히히히 하면서 삼순이를 본다.

삼순 엄마 자옥 레스또랑에 쳐들어가서 사장이랑 한판 뜬다. 교사 출신의 고상한 지배인님과도 머리 끄댕이를 잡고 싸운다. 자식 얼굴 생각하면 사실 그렇게 무대뽀로 싸우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여기서 또 울 엄마, 오버랩된다.  우리한테는 때론 계모같이 못살게 굴었지만 (그래서 지금도 엄마가 조금만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으셔도 엄마 계모같어라면서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진짜로 계모일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추호도 없다.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까. 난 아빠의 판박이고, 남동생은 외탁, 여동생은 병원에서 낳았던 걸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남들에겐 절대로 맘 상할 말 비스무리한 것도 해본 적이 없으신 울 어머니. 나 때문에 참 맘 많이 상하셨지만, 혼자서 삭혔을 망정 남에겐 내색하지 않으셨다. 가끔 그 생각만 하면 피눈물이 흐른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자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부모의 깊은 마음 백분의 일도 못 헤아릴 게다.  어쨌거나 난 자옥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금쪽같은 내 새끼, 그깟 돈 오천만원때문에 벌어진 일로 자존심과 마음이 상해야 하다니, 아마 삼식이 놈을 잡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 않았을까.

요즘은 삼순이를 보면서 삼식이 때문에 맘 상한다. 비겁하다 못해 비열하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가. 내가 얼매나 이뻐라 하는 삼식이었는데 요즘 두 여자한테 하는 꼬라지를 보면 에잇! XXX 싶다.

사무실 동생과 난 삼순이 이야기를 마치 친구 이야기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흥분도 하고 기뻐도 하고 가끔 눈물도 흘려준다. 다른 동생이 그런 우리를 보면서 웃는다. 언니, 드라마라니깐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한텐 어떨 땐 내 과거와 오버랩되면서 아주 리얼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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