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 엄마 자옥이라니... 참 웃기는 야그다. 삼순은 극중 이름이고 자옥은 실제 이름인데... 그러나 어쩌겠는가. 극중 자옥의 이름을 난 모르니. 기억도 안나. 안나면 어쩌겠나. 그러려니 해야지.
요즘 내가 즐겨보는 유일한 드라마. 금순도 아닌 삼순이. 내 나이 서른 남짓한 노처녀이고 보니, 삼순의 심정이 절절하게 가슴이 와닿는다. 끔찍하게도. 내 친구 하나는 삼순이에게 푹 빠져서 매주 삼순어록 체크하고 삼순이 하는 날이면 1시간 전부터 전화해서 보러가야지 한다. 크크크
어제 삼순이와 5천만원의 비밀을 알게 된 자옥 엄마, 삼순이를 빗자루로 때리는 장면에서 나의 옛 기억이 오버랩된다. 나 어렸을 때 빗자루로 무지 맞았다. 동생들이 잘못해도 내가 맞았다. 억울했지만 찍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웃음이 실실 나온다. 나도 그때 빗자루로 맞아봤었어, 히히히 하면서 삼순이를 본다.
삼순 엄마 자옥 레스또랑에 쳐들어가서 사장이랑 한판 뜬다. 교사 출신의 고상한 지배인님과도 머리 끄댕이를 잡고 싸운다. 자식 얼굴 생각하면 사실 그렇게 무대뽀로 싸우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여기서 또 울 엄마, 오버랩된다. 우리한테는 때론 계모같이 못살게 굴었지만 (그래서 지금도 엄마가 조금만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으셔도 엄마 계모같어라면서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진짜로 계모일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추호도 없다.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까. 난 아빠의 판박이고, 남동생은 외탁, 여동생은 병원에서 낳았던 걸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남들에겐 절대로 맘 상할 말 비스무리한 것도 해본 적이 없으신 울 어머니. 나 때문에 참 맘 많이 상하셨지만, 혼자서 삭혔을 망정 남에겐 내색하지 않으셨다. 가끔 그 생각만 하면 피눈물이 흐른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자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부모의 깊은 마음 백분의 일도 못 헤아릴 게다. 어쨌거나 난 자옥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금쪽같은 내 새끼, 그깟 돈 오천만원때문에 벌어진 일로 자존심과 마음이 상해야 하다니, 아마 삼식이 놈을 잡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 않았을까.
요즘은 삼순이를 보면서 삼식이 때문에 맘 상한다. 비겁하다 못해 비열하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가. 내가 얼매나 이뻐라 하는 삼식이었는데 요즘 두 여자한테 하는 꼬라지를 보면 에잇! XXX 싶다.
사무실 동생과 난 삼순이 이야기를 마치 친구 이야기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흥분도 하고 기뻐도 하고 가끔 눈물도 흘려준다. 다른 동생이 그런 우리를 보면서 웃는다. 언니, 드라마라니깐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한텐 어떨 땐 내 과거와 오버랩되면서 아주 리얼하게 느껴진단 말이지. 푸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