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동생, 내 부모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일이라면 잘 참지 못한다.

평소엔 그럭저럭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일이 되면 일단 감정적으로 되어 버린다. 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정말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감정적으로 대처해서 해결될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어른다. 그래도 독한 맘 품지 말라고. 나도 안다. 복수는 복수를, 피는 피를 부른다는 것을.  내 마음 속의 독기가 또 다른 독기와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 그랬다.  가장 큰 복수는 용서하는 것이라고.  나이 먹으니 그 뜻을 조금 알겠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내 마음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이젠 옛 말이 머리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절실하게 와닿는 나이가 된 걸까...

하염없이 질질 짜고 나니, 친구의 적절한 맞장구에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 하다. 내 일같이 함께 흥분하고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난 이렇게라도 속을 풀 수 있지만,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을 내 동생의 '밝은' 목소리가 더 아프다. 가슴을 후벼댄다.  무슨 일이냐고, 오히려 나보고 괜찮냐고 묻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난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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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 대화명이다.

이렇게 살벌한 간판을 달아놓으면 가끔 채팅(대화)신청을 하는 얼굴도 모르는 인간들이 정신차리려나 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뜨겁다. 살벌하군요. 무섭다...등등의 반응이지만.

하지만, 이건 단순히 방어용으로 던진 말이 아니다. 내 구구절절 뼛속깊이 사무치는 심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말이다.

마음 같아선 그 조직의 패악성을 까발리고 싶지만, 동생 때문에 참고 또 참는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참는다. 돼먹지도 않는, 정말 때려죽여서 뼈째 오도독오도독 씹어먹고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그 놈들!!!때문에 내 동생은 미쳐간다. 죽어간다.

지금 내 동생의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진 않다. 하지만 내 동생은 지금 마음이 몹시 상하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스스로를 자학할 만큼, 피가 마를 만큼 사람을 괴롭히는 돼먹지도 않은 개만도 못한 그 남자들 때문에, 남자라면 치가 떨린단다. 그럴 땐 지 남자친구도 하등 도움이 안된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뜨기도 한다.

난 남자들의 사생활에 관심없다. 자기들이 더럽게 놀든 말든 알고 싶지도 않다. 근데, 그들은 왜 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아니 꼬투리라고 할 것도 없는 걸 가지고, 왜 내 동생을 자기들 술자리 도마 위에 올리는가. 기가 막힌다. 내 동생이 무얼 잘못했다고. 자기들이랑 직접적인 관계도 아닌데. 자기들도 아닌 걸 알면서, 그게 사실도 아니고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 왜?

어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여자들보다도 입이 더 가벼워진다. 가슴에 담아둬야할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자랑스레 내뱉는다.  자기 이야기면 괜찮기라도 하지. 나 걔 맘에 들어. (걔는 이 놈한테 눈꼽만큼도 관심도 없고, 그와 그러고 싶은 맘도 없고, 엄연한 애인도 있으며, 그 애인이 누군지 다들 알고 있고, 이렇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단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그래? 그럼 도장찍어버려.(덥쳐버려란 뜻. 이때 여자의 의사나 감정,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 그렇게 얘기해도 그 자리에서 끝나고 모두 잊어버리면 다행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거기서 나온 말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부풀어 돌고 돌아 치명타를 때린다. 그 치명타는 남자의 경우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또 그들에겐 비교적 관대한 반면에, 아무리 별것아닌 이야기일지라도 혹은 그게 사실이 아닌 거짓일지라도 여자에겐 공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영향을 미친다. 아니 사생활이라고 피해갈 수도 없다.  대범한 여자라면, 그래, 씹어라 하고 개무시할 수도 있겠으나, 내 여리디 여린 동생은 미쳐서 죽고 싶단다.

지금 내 심정으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놈들을 다 때려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내 동생이 더 고달파질까봐. 내 동생이 말리므로. 내 동생을 위해서. 경력에 흠이 될까봐 정신과 치료도 받지 못한다는 불쌍한 내 동생을 위해서.

다만 속으로만 그 놈들을 때려 죽여서 뼈째 오도독오도독 씹어먹고 갈아마실 뿐이다. 수천번을 그래도 시원치 않을 것 같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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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또 사막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니, 마음 속으로 사막이 들어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 사막은 목구멍 위로 치밀어 오르기 직전의 슬픔을 가지고, 자꾸 눈물 속으로 침잠하려고 한다.

사막의 별이 보고 싶어졌다.

별을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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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에이드중독자 2005-01-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방향을 찾는데 요긴하지요.
지금도 곧장 나아가고 계시지만. ^^


무탄트 2005-01-2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을 길잡이 삼아 때론 조금 돌아가더라도 언젠가는 원하던 곳에 닿게 되길 소망해본다. ^^
 

오늘 사장님이 회사 이사 얘기를 꺼내시길래, 내친 김에 내 집주인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나가야할 것 같다고 어렵사리 용기내어 얘기했더니, 웬걸 이 주인 너무도 시원하고 수월하게 그러란다. 언제쯤 나갈 거냐고 해서 3월 안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니까, 자기가 2월쯤엔 돈이 될 것 같다고 그때는 집이 안 나가도 내 전세금을 줄 거란다.  사실 내가 집주인에게 전화 걸기까지 혼자서 고민이 많았다. 돈을 안 준다고 하면 어쩌나, 전세 빼서 가라고 하는데 전세가 빨리 안 빠지면 어쩌나. 몇 달 동안 끌어온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주인이 너무도 쉽게 수긍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 마음엔 의심이 생기고 김샌 기분마저 든다.  안 나간다고 그럴 걸 그랬나.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위치적으론 그리 빠지는 데는 아니지. 새집이라서 벽지나 장판도 깨끗하고, 주위에 시끄러운 교회도 없으며, 남자 고등학교도 없어서 시끌시끌하지도 않고 혹시나 싶은 위험부담도 없으며, 시장이 가까이 있고 교통편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며, 병원도 가까이에 많이 있고...등등.

아, 막상 접고 새로 집을 구하려고 하니 이곳저곳 잠시 둘러봐도 별로 맘에 드는 곳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맘에 좀 든다 싶으면 집값이 생각보다 세고. 전세값이 내렸다더만, 지금이 또 철이라서 그런지 약간 오른 것도 같고.  집주인이 흔쾌히 전세금 해준다고 해도, 이래저래 괜한 고민하느라 머리 빠질 것 같고 잘 하던 일도 손에 안 잡히며 괜히 맘만 싱숭생숭해지니,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참 간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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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난 행복했다. 나이같은 건 전혀 문제되지 않을 만큼, 내게는 소중한 친구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 한 친구에게 말했다. 나이를 먹어도, 한동안 떨어져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 만나면 여전히 편안하고 좋은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물론 세상살이라는 게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란 걸 나도 안다. 나이 들어 서로의 생활에 보다 충실하다가 보면 조금 소원해지기도 하겠고, 또 이런저런 세파에 시달리다가 보면 예전의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게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이들과 죽을 때까지 마음을 나누고 싶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으론 항상 그리운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면 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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