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동생, 내 부모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일이라면 잘 참지 못한다.

평소엔 그럭저럭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일이 되면 일단 감정적으로 되어 버린다. 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정말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감정적으로 대처해서 해결될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했더니, 친구가 어른다. 그래도 독한 맘 품지 말라고. 나도 안다. 복수는 복수를, 피는 피를 부른다는 것을.  내 마음 속의 독기가 또 다른 독기와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 그랬다.  가장 큰 복수는 용서하는 것이라고.  나이 먹으니 그 뜻을 조금 알겠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내 마음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이젠 옛 말이 머리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절실하게 와닿는 나이가 된 걸까...

하염없이 질질 짜고 나니, 친구의 적절한 맞장구에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 하다. 내 일같이 함께 흥분하고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난 이렇게라도 속을 풀 수 있지만,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을 내 동생의 '밝은' 목소리가 더 아프다. 가슴을 후벼댄다.  무슨 일이냐고, 오히려 나보고 괜찮냐고 묻는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난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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