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장님이 회사 이사 얘기를 꺼내시길래, 내친 김에 내 집주인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나가야할 것 같다고 어렵사리 용기내어 얘기했더니, 웬걸 이 주인 너무도 시원하고 수월하게 그러란다. 언제쯤 나갈 거냐고 해서 3월 안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니까, 자기가 2월쯤엔 돈이 될 것 같다고 그때는 집이 안 나가도 내 전세금을 줄 거란다.  사실 내가 집주인에게 전화 걸기까지 혼자서 고민이 많았다. 돈을 안 준다고 하면 어쩌나, 전세 빼서 가라고 하는데 전세가 빨리 안 빠지면 어쩌나. 몇 달 동안 끌어온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주인이 너무도 쉽게 수긍하는 바람에, 오히려 내 마음엔 의심이 생기고 김샌 기분마저 든다.  안 나간다고 그럴 걸 그랬나.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위치적으론 그리 빠지는 데는 아니지. 새집이라서 벽지나 장판도 깨끗하고, 주위에 시끄러운 교회도 없으며, 남자 고등학교도 없어서 시끌시끌하지도 않고 혹시나 싶은 위험부담도 없으며, 시장이 가까이 있고 교통편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며, 병원도 가까이에 많이 있고...등등.

아, 막상 접고 새로 집을 구하려고 하니 이곳저곳 잠시 둘러봐도 별로 맘에 드는 곳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맘에 좀 든다 싶으면 집값이 생각보다 세고. 전세값이 내렸다더만, 지금이 또 철이라서 그런지 약간 오른 것도 같고.  집주인이 흔쾌히 전세금 해준다고 해도, 이래저래 괜한 고민하느라 머리 빠질 것 같고 잘 하던 일도 손에 안 잡히며 괜히 맘만 싱숭생숭해지니,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참 간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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