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 - 현직 선배들의 진짜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텍스트 라디오 지음, 김은성 엮음 / 바른번역(왓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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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실무자들이 쓴 거라 좋다


* 프리랜서가 친구를 잃는 방법 

  오후 3시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열심히 한다. 약속 시간까지 다 마치지 못한다. 친구를 잃는다.

-  141p

  

엄청 웃었다. 내가 매일 겪는 일이라서. 그래서 친구가 없나보다. 

 

나는 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편집자이자 기획자로서 글을 만지고 다듬고 쓰는 게 일이었지만 

막상 내 이름을 달고 나오는 글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프리랜서의 지긋한 일상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주는 충고 역시 현실적이다. 

'칼럼니스트로 먹고 살기' 라는 제목부터 현실적이지 않은가?    

 


2.  두려움을 실질적인 이슈로 바꿔주는 구성 

 

"저기... (머뭇머뭇) 저도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전공? 까짓 거 요즘 블로그 시대 아닙니까? 길을 모르겠다고요? 하다 보면 길이 생기는 거지요!" 

 

이것이 1장의 내용이다. 

여기까진 맞는 얘기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 뻔하기도 하다. 

 

'2장 칼럼니스트로 입문하고 활동하는 이야기'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사례들이 제시된다. 

일반 자기계발서들처럼 먼 나라 외국의 CEO나 캐캐묵은 옛날 위인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들의 사례가 풍부하게 나온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나의 지면은 내가 만든다. 당분간 고료를 포기한다면 기고할 곳은 많다. 

많은 독립잡지에서 원고를 찾고 있다. 재능기부도 좋은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 

- p49

 

정말 실감 나는 팁이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빅이슈 등의 재능기부 잡지 등 사실 좋은 지면은 널려 있다.

책을 낼 자료를 모은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칼럼을 기고하자, 라고 나 역시 지난 10년 간 생각해왔지만, 

돈 주는 원고 쓰기에도 팍팍한 생활에 쫓기다 보면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책을 계속 계속 읽어줘야 한다. 그래야 동기부여가 되지. 쩝. 

 

초고 집필 시에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심혈을 기울여 고르느라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발상이 떠오르지 않아 끙끙 앓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한 번에 완성하겠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도움이 되는 마음 가짐은 다음과 같다. 

"어차피 고칠 것, 대충 쓰자!"

- p78-79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어렵다. 초고 상태에서 좌절모드가 되어 때려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쓴 뒤에 100번을 소리내어 읽는 소설가 김영하나, 서체를 바꿔 몇 번이고 프린트 해서 읽으며 고친다는 

어느 칼럼니스트의 이야기를 들으면 위로가 되는 건, 남들도 다 그렇게 해서 완성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절망도 수그러든다는 거다. 나도 서체 바꿔서 퇴고해봐야지.  

 

<입문하는 칼럼니스트를 위한 자료관리 습관> 

문서 자료라면 읽기를 넘어 필사하자. 훨씬 정리가 잘 될 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사고과정이나 매력적인 문체를 배우게 된다. 

특히 자료의 내용이 난해할 경우 직접 베껴 써봐야 자료의 중요도나 핵심내용을 알 수 있다. 

타이핑한 자료는 나중에 내 칼럼에 인용할 수도 있으니 1석 2조. 

- 118p

 

성실함. 의지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나는 자료를 탐욕스럽게 모으지만 잘 정리하지는 못 한다. 

커다란 종이박스에 마구 넣어 놓고 뒤적거리면서 찾는 수준인데 간혹 이렇게 좋은 자료가 나에게 있었다니! 놀랄 때도 많다. 

엑셀로 인용문을 정리해놓거나 필사를 해서 자료를 습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자극이 된다. 

 

여기까지가 2장이다. 1장보다 2장이, 2장보다는 3장이 더 재미있는 책이다. 

그러니 4장을 읽기도 전에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3장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원고료,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  

-현직 칼럼니스트들의 유형별 시간 관리법

-브랜드로 사람들을 매혹시키자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한 번 되볼까? 하는 사람들이 어디가서 실례될까봐 물어보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궁금해 했던 내용들이 깨알같이 모여 있다. 

 

개인적으로는 칼럼니스트와 같은 프리랜서야 말로 자기만의 룰을 지켜야 하며, 

시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와 닿았지만, 다 아는 얘기니까 패스한다. 



4.  두구두구두구 4장! 현직 칼럼니스트 선배님들의 인터뷰  

 

저는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에 관해 제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이 A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어 결과적으로 A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요. 

- 193p   TV 대중문화 평론가 정석희 

 

모든 글, 요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은 있어요. '누구나 따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

-200p   푸드 칼럼니스트 이재건 

 

저는 청중과 연주자 사이의 다리 같은 역할이 되고 싶어요. 

-242p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

 

칼럼은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잖아요. 

전문지식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글. 제 칼럼의 힘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250p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저의 모토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글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사람들한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리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예요.

-272p  미술 칼럼니스트 김영숙 

 

분야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 칼럼니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다.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소통'하고자 하고 

그러기 위해 '쉽게' 써야 한다는 것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는다. 

모두들 같은 얘기를 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 찌릿했다. 

 

Q. 블로그 활용 비법을 조금만 공개해주신다면요? 

 

저는 실제 칼럼 청탁도 그렇게 들어온 경우가 많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태그를 잘 걸어두는 것이에요. 제목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찾을 법한 단어들로 써야 검색에 자주 노출이 되고요. 같은 패턴으로 꾸준히 올리게 되면 검색 순위에서도 상위에 올라가는 것 같아요. 

-202p

 

Q. 자료 수집을 할 때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세요? 

 

참고서적을 볼 때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목차부터 봐요. 이번 칼럼 주제가 '증오'라면 심리학 서적을 열어서 '분노의 이유' 챕터를 읽어요. 주제가 '프랑스 요리'라면 세계의 요리를 망라한 사전을 열어서 프랑스 편을 보고요. 글을 쓰기 위한 독서는 철저히 발췌독이 되어야 하죠.  

-234p

 

이런 실무 노하우들도 좋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고,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보면서도 놓치기 쉬운 비법들이니까.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매체를 통해 사회적인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라고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계속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고 

그것에 대한 애정과 문제의식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하는 일이죠. 

-262p   패션 칼럼니스트 홍석우

 

칼럼은 '목표가 있는 실용문'임을 잊지 마세요. 특정 작품을 당신도 읽어봐야 한다든지, 

이 작품을 즐기는 것은 쓸 만한 취향이니 자신감을 가지라든지, 

이 사안은 이런 틀로 바라보고 여러분이 이렇게 동참해볼 수 있다라든지 등 

확실한 목표가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286p   만화 칼럼니스트 김낙호 

 

하지만 이 책을 읽길 참 잘했구나, 싶게 만든 것은 

칼럼니스트로서의 지향점을 명확시 제시해준 이런 구절들이다.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예비 칼럼니스트라면 한 권쯤 갖고 있어야 할 책. 

또는 나처럼 칼럼니스트로 거듭나려는 무명의 프리랜서 글쟁이라면 

내 글의 지향점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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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17-01-02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도 유익해지는 느낌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