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칸토
앤 패칫 지음, 김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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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칸토>를 읽기 위하여 1963년 12월에 훗날 LA 경찰서장을 지낼 경찰 간부 아버지와 간호사였다가 소설가도 될 어머니 사이의 두 딸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앤 패칫의 개인사, 경력, 가방끈 기타 등등을 알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성장과정 중에 경험했던 일은 물론 이 책의 어디선가 뾰족하게 드러나기는 하겠지. 패칫은 1996년 12월에 일왕 생일 축하연이 진행중이던 주 페루 일본 대사관애 테러단체인 투팍아마루 게릴라 14명이 난입해 우리나라의 이원형 대사를 비롯해 7백여 명의 인질을 억류하면서 시작한 무려 126일 간의 인질극이 있었는데,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요구를 전면 무시하고 1997년 4월 22일, 특공대원 150여 명을 투입하여 최종 인질 71명을 구출하고 인질 한 명과 열네 명의 게릴라 모두 사살하면서 종결한 사건을 작품의 모델로 선택했다.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은 페루에서 출생한 일본계 페루 국민이다. 당시 대통령 투표에서 최종투표까지 후지모리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가 결국 영광의 준우승을 차지한 인물이 우리가 알고 있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였다. 후지모리는 대통령 직을 괜찮게 수행하다가, 아마도 일본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페루에 산업시설을 지을 수 있으면 코카나무와 양귀비의 재배 인구가 대거 도시로 유입되어 공장에 들어갈 수 있으니, 페루 경제를 이끌어 가던 동력을 코카인과 헤로인에서 공산품으로 이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었으리라. 하여간 어지러운 페루 현대사에서 후지모리가 가장 빛나던 시기가 바로 투팍아마루 게릴라의 일본대사관 점거 사건이었다. 후지모리는 자신이 직접 흰 와이셔츠 위에 검정 방탄복을 입고 대사관 너머에서 소총을 들고 지휘하는 흉내를 기가 막히게 냄으로써 잠시동안 국민들의 지지율을 팍 끌어올리기도 했다.


  앤 패칫이 이 사건의 부분을 가져와 소설로 쓰기로 했다. 그냥 그대로 복사를 하면 제대로 된 소설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아서 새롭게 만든 등장인물이 벨칸토와 베르디, 푸치니, 드보르자크, 오펜바흐와 비제의 작품 공연을 위하여 세계만방에 연주여행을 다니는 당대 최고의 미국산 소프라노 록산 코스를 캐스팅했다.

  장소는 일본 대사관이 아니라 부통령 관저. 일왕 생일 파티가 아니고 일본 최대 전자회사인 난세이사의 호소카와 가쓰미 회장의 쉰세번째 생일을 맞아 이 나라의 일본계 마스다 대통령이 허락을 해 부통령 관저에서 쇼타임을 벌이고 있다. 한 나라가 일본의 전자회사의 회장 생일 파티를 해준다고? 파티의 목적은 앞에 써 놓은 것과 같다. 혹시 일본 자본으로 공장을 짓는다면… 하는 기대. 호소카와 회장이 미쳤나? 아무런 인프라도 되어 있지 않은 밀림 속에 공장을 지어 놓으면, 수시로 쿠데타가 벌어져 정정이 불안할 뿐만 아니라 밀림 속의 공산주의 무장 게릴라들 캠프에서 언제 바추카포가 날아들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동네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지. 직원을 뽑아 놓으면 십중팔구 직원 안에 마약 카르텔이나 공산 게릴라 요원들이 잠입해 공장을 점거할 것이고, 어떤 형태로도 끝내 공장을 거덜내고 말 터인데, 아무리 돈이 많은 회사라고 해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럼? 자기 생일 파티에 이 나라 정부가 거액의 돈을 써서 현 시대의 최고라고 불리는 소프라노를 초청해 생일파티 석상에서 오페라 아리아 여섯 곡을 노래할 것이고, 이 가운데 한 곡은 호소카와 회장이 신청한 곡을 노래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호소카와 회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열한 번째 생일이었던 1954년 10월 22일, 한국전쟁 특수로 일본이 살만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2차 세계대전 패전의 정신적 황량함이 가시지 않았던 때로, 이런 집단 각성은 실제 나이보다 사람들을 각성시켜 누구나 좀 일찍 철이 드는 법인데, 이때 아버지 호소카와 씨가 아들 가쓰미와 함께 기차를 타고 도쿄 메트로폴리탄 페스티벌 홀에서 베르디의 열여섯번째 작품이자 중기의 황금시대를 여는 명작 <리골레토>를 함께 관람한다. 원작 <환락의 왕>을 쓴 빅토르 위고가 훗날 이 공연을 보던 중 3막의 4중창을 들고, 환상적인 하나의, 같은 멜로디로 네 명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초 연극적 표현에 턱이 쑥 빠졌다는 일화가 있는 작품이다. 훗날 호소카와 회장이 되는 가쓰미 소년은 공연에 더없이 매료되어, 이후 누구보다 엄격하게, 열심히 사업을 넓혀가는 와중에도 “진정한 삶이란 결국 음악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오페라 공연에 가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세계적 대기업의 회장이 그리 한가한 자리가 아니라서. 그래 주로 CD를 통해 오페라를 들었는데 특히 슈바르츠코프와 서덜랜드의 음반이라면 보이는 족족 다 모았다. 칼라스는 워낙 특별하니까 별개로 놓고. 이제 회사가 무지하게 커지고 자리를 제대로 잡아, 이왕 출장을 갈 바에 근처에 근사한 오페라 홀이 있고, 마음에 드는 공연이 있는 곳에 회의장소를 정해, 그곳에서 공연을 관람하고는 했다. 일본인 특유의 드러내지 않는 마음으로 R석 말고 S석 정도에서. 이러니 일년에 한 서너 편의 오페라를 볼 수 있었을 듯.

  아빠의 생일 선물로 다 큰 딸이 준 것이 바로 록산 코스의 음반이었다.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프라노. 회장이 들어보니, 물건이고, 천재라고 판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록산의 공연도 출장 코스에 끼어 한 일곱 번 정도 보았다. 아무리 회장이라도 공연만 보고 나왔다. 인사도 하지 않고. 추앙하는 마음만 속으로 전했다. 근데 라틴아메리카의 낯선 나라에서 자기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록산 코스까지 데려와 축가를 부르게 한다니, 비록 거금을 투자하라는 의미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 참석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가기로 했다. 이 나라에 투자할 생각은 정말 1도 없지만, 일단 약속을 했다가 철회하는 방법쯤이야 아랫것들이 수백가지 알고 있을 터. 걱정할 필요 없으리라.


  대기업 회장이 떴으니 회사의 프로젝트개발부장 야마모토 아키라, (나중에 큰 역할을 하는)부사장 가토 데쓰야 등 임직원 몇 명, 일본 대사, 스미토모은행 부행장 오가와 사토시, 일본은행 부행장 아오이 요시키를 비롯해 이 나라에 대사급으로 와 있는 거의 모든 외교관들, 그리고 황망하게도 일본계 이민자 출신의 마스다 대통령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다. 다만 마스다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다른 행사 때문에, 사실은 매주 화요일의 중요한 TV 드라마가 오늘 클라이맥스를 방영할 예정이라서 그걸 보느라고 행상에 불참했다. 호소카와 회장은 전혀 섭섭하지 않다. 오히려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을 속셈이라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했을 뿐.

  소프라노 록산 코스는 노래하기 전에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록산이 아리아를 다섯 곡 부르고, 마지막 곡으로 호소카와 회장의 신청곡으로 록산의 주특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드로브자크의 <루살카>에서 루살카의 아리아 <달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첫곡 벨리니부터 차근차근 더없이 아름답게 노래하기 시작하는 록산 코스.


  한편 이 시간, 공산주의 게릴라 라 파밀리아 데 마르틴 수아레스단은 직접 부통령 관저에 침입해 입수한 설계도를 연구한 후 송풍구를 통해 소년병을 투입시켜 기다리고 있다가, 가수가 여섯 곡을 부른다고 했으니 그때를 맞추어 모든 조명을 끊어버릴 계획이었다. 세 명의 장군과 14세에서 20세 정도로 보이는 병사 열다섯 명으로 구성된 중소형 부대. 이들은 전혀 몰랐다. 여섯 곡을 노래하기로 했으면 딱 여섯 곡만 노래하는 것으로 알았다. 이 가운데 장군이라고 불리는 사람 세 명은 나름대로 현지인 또는 산악지역의 원주민 가운데 괜찮은 교육을 받은 지도층 출신이지만 오페라는 그만두고 음악공연 한 번 보지 못해, 공연이 끝나도 의례적으로 앙콜곡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못했다.

  그리하여 <달의 노래>가 딱 끝나자마자 볼룸의 모든 조명이 암전 되었으며, 이 짧은 완전 어둠의 순간, 관객들은 거구의 스웨덴인 반주자가 록산 코스를 안고 키스를 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심지어 테이블 위의 촛불까지 모두 꺼졌는데도 누구 하나, 전기가 나간 건 이해하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맞춰 촛불까지 꺼졌는지에 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이 한 것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치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휘파람을 휙휙 날리며 앙코르, 앙코르를 연호할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준비한 앙코르 곡을 노래할께요, 불 좀 켜주세요.

  록신 코스의 아름답고, 귀엽고, 그러면서도 고귀한 품격이 깃든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때쯤 처음으로 프랑스 대사 시몽 티보는 주방으로 향하는 문의 아래 틈에서 전기 불이 스며드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불안한 기색을 감지해, 아내 에디트의 팔을 가볍게 쥐고 그쪽으로, 일종의 도피를 시작한다.

  그러나 소용없다. 갑자기 천장을 향해 들어올린 총구에서 천둥처럼 들려오는 총소리 세 발. 세 명의 장군 가운데 한 명이 외친다. 마스다 대통령은 나와! 이들은 대통령만 데리고 가능한 최소의 시간 안에 밀림으로 복귀할 작정이었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정부를 전복시킨 후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낭만적 공산주의 게릴라들. 이 가난한 나라와 대통령은 시청률 50%가 넘는 연속극, 특히 연속극 주인공 마리아가 다 죽다가 살려냈다는 걸, 지금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후 몇 달 동안 부통령 관저에서 벌어지는 인질극.

  여기까지는 무척 재미있었는데, 물론 이후에도 재미있지만, 작품의 무대가 부통령 관저와 마당에 한정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재미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느낌. 그래도 이게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백대 저작에 포함된 책이다. 순위가 98번째가 되어 좀 그렇지만. 아, 거기 낀 게 얼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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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비시선 174
이상국 지음 / 창비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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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28년 전에 읽고 책장에 꽂아 놓은 시집. 1998년 초판1쇄. 52세의 이상국이 절정의 시기에 쓴 작품을 담았다. 1946년에 양양군에서 출생해 속초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나이 들어 여러 학교를 더 다닌 모양이다. 위키피디아에는 강원대학에서 철학 박사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이상국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이이의 가방끈을 알 필요 없다. 지금과 과거의 양양, 시인의 가슴 속에 음각화로 새겨 있는 그림과 1990년대 후반에 찍은 사진을 대조하는 일, 음각화와 사진 속에서 본 자신의 시의 원전을 알아 내는 일, 양양이라는 찬란한, 찬란했던 자연 같은 것을 노래하는데 굳이 그깟 가방끈은 아무 소용도 없다.

  제일 앞에 실은 시. 시인의 가슴 속 음각화 한 장면이다.



  별에게로 가는 길



  별 보면 섧다


  첫새벽 볏바리 가는 소 눈빛에 어리고

  저물어 돌아오는 어머니

  호미날에도 비치던 그 별


  어둠의 겨울이었던

  고향집 우물은 메워지고

  이제 내 사는 곳에서는 

  별에게로 가는 길이 없어


  오래 전부터

  내가 소를 잊고 살 듯

  별쯤 잊고 살아도


  별마다 별은

  머나먼 마음의 어둠 지고 떠올라

  기우는 집들의 굴뚝과

  속삭이는 개울을 지나와


  아직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문. p.8~9)



  촌스럽지? 시어들이 짤막하고, 읽자마자 시인의 노래가 확 귀 속으로 들어온다. 별을 보면 섧단다. 그렇지. 전엔 밤에 고개만 올렸다 하면 별이 쏟아졌지. 쏟아져도 그냥 쏟아지나, 어디? 정수리에서 물벼락 맞듯 와장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내며 확 떨어질 것 같은 별. 저 눈 닫는 곳에서 금빛 금을 긋듯 죽 미끄러지는 별똥, 한꺼번에 별이 쏟아지면 세상에 그런 불꽃놀이도 없을 텐데. 그래, 나도 가끔, 아주 가끔 빼곡한 별을 보면 섧기는 하겠다. 그렇다고 첫 연을 한 줄로 “별 보면 섧다”라고 쓴 시인. 누가 시인 아니랄까봐.

  이어지는 2연이 시인의 가슴 속 음각화. 어려운 단어가 숨었다. 볏바리. ‘볏바리’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바리’가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을 뜻하니까 ‘볏바리’는 벼를 실러 가는 일을 말할 것이다. 정확하지 않지만 “첫새벽 볏바리 가는 소”, “저물어 돌아오는 어머니 호미날”이라 했으니 새벽부터 들에 나가 벼를 바리바리 싣는 작업을 하고 별이나 떠야 다시 집에 돌아오는 소를 뜻하는 거다. 그건 그거고.

  새벽 들일 가는 소의 큰 눈, 하루 종일 들일에 지쳤을 어머니의 호미날에, 비치는 별이라니. 설마 별빛이 소 눈과 낫과 칼이 아닌 호미의 날에 반사되겠어? 그래도 혹시 아는가, 범부의 눈에 결코 보일 리 없는 별빛이 시인의 눈에는 소의 눈알에도 어머니의 호미날에도 비치는지. 하여간 2연은 시인 가슴에 새긴 음각화이다.

  3연부터 나머지는 별을 상실한 아쉬움. 별은 아직도 시인을 내려다보고 있건만 시인은 별과 별빛이 어렸던 소의 눈을 잊고 세월을 살고 있다. 사실 시인은 지금 삶이 섧지도 모른다.


  두 번째 실은 시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에서 눈에 띄는 건, 기막힌 수미반복.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전문. p.10!11)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좋은 표현은 벌써 시인, 소설가, 수필가들이 다 가져다 썼든지, 자기들이 만들어 써먹어 버렸다. 그래 지금은 웬만한 묘사를 해 놓아도 데자뷔나 클리셰 취급을 받는다. 근데 이건 아닐 걸?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이라니. 그럼 쨍, 하고 추운 겨울 새벽을 말하는가 싶은데 그것도 아니다. 나무들의 몸이 물을 끌어올리느라 흠뻑 젖었다니 봄 아니면 여름. 그런 새벽도 작두날처럼 푸르고 푸르다. 양양 산 속에서는.

  그것 참 이상하지. 시집을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좀 쉬었다 다시 읽으면 여전히 저 속에 있는 촌스러움을 찾는다. 소설책을 읽고 읽어도 가장 마음을 콕콕 쑤시는 작품이 결국 추운 산골지역의 없는 사람들 사는 모습이다. 3천장의 CD 가운데 오랜만에 한 장을 골라 기계에 거는 건 결국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인 것처럼.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혹시 모르지, 나와 비슷한 동년배 정도도 또 그럴 지는. 비록 그러거나 말거나 별 관심도 없지만. 무슨 뜻인가 하면, 내 세대가 끝나면 이런 공감 역시 막을 내릴 거라는 거다. 내 속에서 공명하는 감상도 함께 소멸하는 것. 이게 시간이겠지.


  시인은 어떻게 하다가 시를 쓰게 됐을까? 물론 팔자소관이겠지만 그렇게 콕 집지 말고 이상국만의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 아닌가? 그걸 시인은 탁 집어 자신의 마지막 원전이라 했다. 이 원전이 되는 두 사람, 두 여성이 있다.



  작은 어머니



  저녁 여물 때 송아지 낳던 이야기 하자면 미나리 꺾어 물치장에 가던 아침나절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야기꾼 작은 어머니, 목고개가 수수이삭처럼 껑충하고 허우대 크신 당신이 가마에서 내리자 큰머슴 하나 들어왔다고 입이 쩍 벌어졌다는 할아버지, 그 시아버지 모시느라 피란도 못 가고 국군 인민군 뒤바뀌던 난리통에 속병을 얻으셨는데 내가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작은어머니는 속앓이가 도지면 소총 화약이나 휘발유를 한숟가락씩 드셨다. 열여섯에 감동골집에 시집와 팔순이 넘으셨는데 오늘 새벽 큰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솔지 아범이너,

  ―엊지냑에 작은어머니가 돌아가셨다야.


  그렇게 해서 흙으로 된 나의 마지막 原典은 페이지를 덮게 되었다.   (전문. p.33)



  나의 노래



  우리 어머니

  처녓적 자시던 약술에 인이 박여

  평생 술을 자셨는데

  긴 여름날 밭일하시면서

  산그늘 샘물에 술을 담가놓았다가 드실 때면

  나도 덩달아 마시고는 했지요

  그리고 어린 나는 솔밭에서

  하늘과 꽃과 놀며 소를 먹이고

  어머니는 밭고랑에서 내 모르는 소리를 저물도록 했지요


  지금 내 노래의 대부분은

  그 흙 묻은 어머니의 소릿가락에 닿아 있지요   (전문. p.34)



  이렇게 시인 이상국은 작은어머니의 끝도 없는 이야기, 열여섯에 시집와 어린 나도 들을 수 있게, 무슨 이야기를 했다 하면, 딱 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저 오랜 전 밑천부터 말을 시작했던 천생 이야기꾼의 사설을 어려서부터 들은 내력이 이이가 시인이 된 원전 1이요, 처녓적부터 괜히 약술입네 자셨겠는가, 그저 농사일이 고된 줄 모르게 해볼 심사로 한잔 두잔 하셨겠지, 그게 인이 박여 노동요 비슷하게 자기 팔자 탓을 하고, 세상 탓을 하며, 그래도 세월을 차곡차곡 걸어가던 어머니의 일 소리가 시인의 원전 2였다.

  이렇게 삶의 이야기와, 일하는 노래가 한 소년을 시를 쓰는 시인으로 만들어주었겠지. 나름대로 근사하고 따뜻하지 않나? 요즘 사내 아이들은 이런 거 없다. 사는 이야기와 일 노래가 사라져 버린 자리를 첨단 무기와 울퉁불퉁한 무기로 학살해가며 영토를 넓히는 각종 게임이 대신하고 있어서. 이런 시간의 소멸과 쇠락을 이상국은 또 애닯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독후감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면 그때를 기약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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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6-02-03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따금 소개해 주시는 시와 함께 폴스타프님의 해석과 감상은 웬만한 소설 한 편 읽고 난 뒤에 느끼는 감동과 다를 바 없는 감정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더 읽고 싶은데 끝이 나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셨으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ㅎㅎ

Falstaff 2026-02-04 04:01   좋아요 1 | URL
아이고, 뭘요. 그저 곰돌이님처럼 잘 읽어주시는 분이 그리 생각해주시는 겁지요. ㅎㅎ
3월 17일에 쇤네가 정말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시인, 황동규의 <악어를 조심하라고?>가 올라올 겁니다. ㅋㅋㅋ 3월 중순이면 온라인에서는 다음 세기 정도겠지만 말입니다.
근데.... 3월 17일? ㅋㅋㅋㅋㅋㅋ

얄리얄리 2026-02-03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생하고 성장한 곳이 양양과 속초라서 바다를 노래했으려니 했는데, 막상 소개해주신 시에서는 흙과 육지, 농사를 떠오르게 하네요. 이런 것도 선입견인가 봅니다. ‘원전(原典)‘이란 단어가 참 좋네요. 여러가지 개인적인 소회도 생각나게 합니다.

Falstaff 2026-02-03 15:52   좋아요 0 | URL
좀 오래 묵은 시인이라 세대별로 호오의 차이가 좀 있을 거 같습니다만 그거야 뭐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이이의 양양은 태백 줄기의 서쪽, 백담계곡, 십이선녀탕 때문에 해가 늦게 뜬 동네 아니었나 싶군요. 197X년 그 계곡에서는 팔뚝만한 열목어가 잡혀 곧잘 회를 떠 먹기도 했었는데요. ㅎㅎㅎ 아주 오랜 기억입니다.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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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터가 첫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내서 프래너리 오코너 상을 받은 것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장편소설 <어떤 날들>과 소설집《사라진 것들》, 그리고 작년 2025년에 장편 <상상 속 인생 Imagined Life>를 출간했을 뿐이니 과작 작가인 건 확실하다. 이이는 저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에서 출생해 뉴욕의 바시 칼리지,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을 졸업하고 지금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트리니티 영문과와 창작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작품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우리나라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라진 것들》의 책소개에서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런던타임스로부터 “무시무시한 작품집”이라는 평을 들었다는 걸 강조할 정도였는데, 글쎄 정말 무시무시한 수준이었을까 싶기도 했다. 데뷔작이 이렇다면 작가는 긴장해야 마땅하다. 독자들은 다음 작품 역시 무시무시하기를 바랄 터이니까.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나라고 중뿔날 거 없어서 《사라진 것들》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만큼 인상깊기를 바랐다. 포터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를 발표한 것이 서른다섯 살 때. 《사라진 것들》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시절의 자신을 투영한 작품이다. 남자 나이 40대. 우리나라에서 시를 쓰는 허연이라는 사람은 40대를 이렇게 노래했다. “업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뭘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린다. 때 묻은 나이.” 앤드루 포터의 이 시기는 어땠을까? 이게 이 책 《사라진 것들》을 읽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라진 것들》의 주인공들은, 극히 짧은 손바닥 소설을 제외하고, 모두 40대 남성이고 이름은 편편이 다 다르지만 한결같이 화자 ‘나’의 진술, 1인칭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대학 강사 또는 교수일 수도 있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일 경우도 있으며, 부모나 조부가 죽으면서 남겨준 재산을 까먹으며 나름대로 자기 일을 준비하는 룸펜 인텔리겐치아일 때도 있다. 많은 경우 혼자 살지는 않고 아이가 한 둘 있거나 없는 결혼생활을 하지만 부부/자식 간 까칠한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앤드루 포터처럼 텍사스의 샌안토니오에 살고 가끔은 뉴욕과 뉴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텍사스로의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당연하겠지만 앤드루 포터의 지난 시절, 그리고 지금 생활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제일 앞에 실린 <오스틴>은 텍사스주의 오스틴 시를 말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는 곳으로 귀를 쫑긋 세우면 뉴스 시간에 자주 언급하는 도시. 오스틴 외곽 웨스트레이크힐스에서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파티를 스케치한 작품인데 마음에 들었다. 흠. 앤드루 포터, 여전하군. 하면서 나름대로 즐겁게 읽었다. 여유있는 편집에다 술술 읽히는 부담없는 내용. 부담이 없기는 없지만, 정말로 책 속 삶을 사는 동안에는 괴롭기 짝이 없겠다는 동감도 이끌어낸다. 단편 전문 작가답다. 내가 극도로 짧은 손바닥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 이런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초단편이 나올 때마다 찡그리기는 했어도 그래도 술술 읽힌다. 나도 술술 읽는다. 오전에 치과 가서 임플란트 두 개 박고 와서도 그저 읽는다.

  그러다가 잠깐. 이게 아니지 싶다.


  하얀의 남편 허연이 말한대로 앤드루 포터의 주인공 ‘나’들 역시 이제 점점 업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이런 것들 가운데 뭘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리는 거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허연의 시구를 떠올린 순간이 바로 이때다. 정말로 주인공들이 이런 경제 범죄를 일으킨다는 건 아니고, 세월의 때가 덮인 그냥 그런 인간이라는 의미다. 내가 이의를 제기하는 건, 그냥 그런 인물이라도 충분한데, 충분해도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에 너무 충분하지만, 빛나고 무시무시한 책을 쓴 작가였으며, 트리니티 대학의 영문과 및 문예창작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니 적어도 지역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부심 뿡뿡한 입장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작가가, 그냥 그런 인물을 그 남자 속에 뭔가 응축된 것이 있는 탁월한 자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이런 노력이 내 눈에는 오히려 그냥 보통의 사람인 주인공을 더 속화俗化 시켜 “업무상 배임, 공금횡령, 변호사법 위반, 이런 것들 가운데 뭘 갖다 붙여도 다 어울리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싶은 거였다.

  실제로 작품 속 주인공, 숱한 1인칭 대명사 ‘나’들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마리화나도 피우고 그러지만 다른 작가의 작품 속에 숱하게 등장해 오히려 식상할 정도인 비행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러니 읽기에 부담도 없다. 뭐 그렇다는 거다. 새삼스럽게 이이의 데뷔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어떤 독후감을 썼나 뒤져봤다. 요약해서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읽을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수준이었다. 아쉽게도 《사라진 것들》 역시 하루 이틀만 더 지나도 비슷한 감상을 남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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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2-02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평 같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하얀의 남편 허연 시인이라고요 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Falstaff 2026-02-02 10:34   좋아요 0 | URL
호평도 아니고 악평도 아닌 걸로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읽고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기억나는 게 별로 없긴 합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꼬마요정 2026-02-02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아직 다 못 읽었어요ㅠㅠ 단편들 다 읽기 전까진 읽었다고 리뷰도 못 쓰고 이제는 기억도 안 나고...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분명 폴스타프 님 리뷰를 읽으면 참 재밌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6-02-02 15: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냥 늘 얘기하는 재미하고 조금 다른 재미를 만드는 작가더군요.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대라, 하고 누가 요구하면 아이고... 못합니다. 어떤 단편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리... 세상에나.... 흑흑....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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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2021년 10월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작품을 번역한 책이 없었다. 구르나가 호명되자 깜짝 놀란 출판사들 가운데 문학동네가 제일 먼저 구르나와 접촉해 다음해인 2022년에 네 권을 번역 출판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다. 아직 한 권의 책도 보태지지 않았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문학 쪽과 거리가 좀 있는 2016년 수상자 밥 딜런을 제외하면 가장 초라한 대접을 받은 거 아닐까 싶다. 나는 그가 쓴 <배반>과 <낙원>을 재미있게 읽었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의 평도 좋은 편이었음에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잔지바르에서 출생해, 1963년 잔지바르 독립 후 신생공화국의 특징인 쿠데타에 이은 독재와 학살을 피해 68년에 영국으로 망명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영어로 작품을 써서 <낙원>이 부커상 최종심까지 올랐고, 오늘 독후감을 쓰는 <바닷가에서>가 예심에 올랐지만 켄트대학에서 영어와 탈식민지 문학 교수로 정년퇴직하고 4년 후인 2021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아, <배반>의 독후감에서 내가 “부커상을 타는 게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기도 했다. 당연히 우스개소리였다. 노벨상은 문학성도 문학성이지만 세계각국의 눈치를 보는 것에도 도가 터서 요즘들어 홀수 해는 남자작가, 짝수 해는 여자 작가에게, 영, 불, 독, 스칸디나비아 그리고 대륙별/지역별로 골고루 상을 배분하려 하기 때문에 여차하면 한림원 판정관들의 눈알이 가자미 눈알 비슷하게 될 처지로 몰렸다. 구르나의 노벨상 수상 당시에도 “식민주의 하 식민지 문화와 (아프리카-유럽)대륙 사이의 간극에서 식민주의와 난민으로서의 운명이 끼친 영향을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관통해낸 공로”(나무위키의 내용을 약간 수정함)가 이이의 선정 사유로 꼽았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구르나의 책을 번역해 시장에 나온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영국 로컬 작가였던 모양이다. 이딴 거 사실 알 필요 없다. 나도 이번에 독후감 쓰느라 여기저기 들락날락거리다가 주워들은 풍월이다. 독자인 우리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은, 이 책 속에 (탈)식민주의와 난민/망명자들의 삶에 관한 것이 들어있을지언정, 서사는 현재 케냐의 해변 일부를 포함한 잔지바르 술탄국이 독립 전후, 쿠데타에 이은 탄압 과정에 맺힌 불화를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런던 근교 해변 동네에서 화해하는 장면까지이다. 당연히 양쪽 사이에 거의 굳어졌던 오해가 풀리는 과정에 (탈)식민주의는 다음으로 한다. 구르나가 켄트대학에서 탈식민주의 문학 교수로 지냈다는 선입견이 거의 필요하지 않지만, 이 정보를 알고 있는 독자 나는 자꾸 그 방향으로 읽는 잘못을 저질렀다.

  또한 등장하는 난민/망명자는 특히 21세기 들어 유럽으로 밀려든 아프리카, 중동, 라틴 아메리카와 특히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사람들이 아니라, 거의 인구유동이 없었던 1960년대의 일, 그것도 예전에 자신의 식민지 지역에서 벌어진 독재와 학살을 피해 망명을 선택한 소수에 관한 일이라, 우리가 얼핏 생각할 수 있는 난민문제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난민을 직접 대하는 영국의 이민국 당사자, 공항에서 처음 접촉한 케빈 에덜만도, 이후에 오랜 세월 주인공을 직접 접촉해 관찰하는 난민위원회의 레이철 하워드도 유색인 난민인 주인공을 정중하게 대하고 편의를 봐준다. 심지어 친절하기도 하다. 친애하는 작가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에 나오는 험악하고 열악하기가 형무소보다 나을 것이 1도 없는 난민 수용소 같은 건 아예 구경할 수조차 없다. 당시 세월이 그랬었나 보다.


  중요한 스토리 라인은 두 이슬람 가족 이야기.

  한 쪽은 이슬람임에도 불구하고 만날 술타령에 성실하지 않은 생활로 일관하던 샤아반 마흐무드 가족. 아버지 무하마드가 일군 큰 재산을 홀랑 말아먹지는 않았다. 그것만 가지고도 크게 성공한 거다. 샤아반은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아들 라자브 샤아반 역시 충실하게 아버지의 전철을 좇아 술과 허랑방탕한 세월을 보냈는데 아마도 아버지처럼 여색을 밝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슬람 사회에서 네 이웃의 아내를 탐했다가는 훤한 대낮에 돌팔매를 맞아 처참하게 숟가락 놓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보잘것없고 소심한 사내 라쟈브 샤아반이 감히 마음먹지 못했지도 모른다.

  제일 먼저 계절풍 ‘무심’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아라비아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해변을 따라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이때 페르시아와 인도의 상선들이 향료와 후추와 기타 등등을 싣고 아프리카 해변을 따라 소말리아, 케냐, 잔지바르를 거쳐 탕가니카와 마다가스카르 등으로 항해했고, 이곳에서 서너달을 머무르며 사업을 진행한 다음 거꾸로 역풍이 불면 다시 품목을 싣고 북상해 온 곳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명나라 환관 정화가 원정을 떠났을 당시 잔지바르와 마다가스카르, 그리고 탄자니아와 모잠비크까지만 흔적을 남긴 것도, 이 아래쪽으로 진출하면 남극해에서 오는 한류와 부딪혀 난파하기가 십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역사책에서 읽었다. 어느 책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무사를 타고 잔지바르에 도착한 큰 장사꾼 후세인이 있었다. 그가 한량인 라자브와 어울려 잘 먹고 잘 놀았으며, 영어에 능통해 라자브의 맏아들 하산한테 영어 과외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네사람들 한테는 후세인이 하산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둘이 연인이라는 소문도 돌았고, 원래 태어나기를 님포마니아 성향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안주인과도 모종의 것을 맺지 않았느냐 하는 수근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워낙 활수한 후세인은 라자브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동업을 제의했고, 동업에 따른 자금을 대기 위하여 라자브가 그의 고모한테 유산으로 받은 좋은 집과 기물 일체를 담보로 후세인에게 돈을 빌렸다.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 살레 오마르. 1958년에 아버지가 별세하는 바람에 유산을 물려 받은 잔지바르의 전직 행정 공무원. 열여덟 살 때에 잔지바르의 다른 학생 세 명과 더불어 영국 정부에 의하여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의 마케레레 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공부하고 돌아와 영국 식민정부에 들어가 한 4년 동안 재무부 행정관으로 일했다. 캄팔라에 가 있을 동안 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가 들인 새어머니도 세상을 접으면서 이제 큰 밑천이 생겨 행정관을 그만 두고 제법 크게 사업을 시작했다. 가구상.

  주요 고객은 영국인들과 살던 곳이 크루즈 1박 기항지라서 몰려드는 유럽 관광객들. 이들에게 살레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영국인들이 헐값으로 넘긴 소품과, 무심을 타고 들어온 아라비아 상인 한테 구입한 말레이반도와 인도 등지 원산인 정밀 세공 가구를 비싸게 팔아 제법 돈을 벌었다. 당연히 큰 상인이었던 후세인과도 사업상 친하게 지낼 수밖에. 후세인은 말레이산 원목을 정교하게 가공한 검정 탁자에 눈독을 들였다. 그래서 오랜 공을 들이다 크메르에서 구한 얼마 남지 않은 향목을 선물하는 등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살레와 흥정에 성공, 끝내 그걸 구입해 라자브의 맏이 하산에게 선물했다.

  이어 라자브한테 제안했던 것과 연결, 살레에게 큰 돈을 빌려달라고 제안했고, 이에 대한 담보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자브의 집과 기물 일체에 대한 증서를 제시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돈을 들고 북아프리카로 (라자브의 맏이 하산과 함께) 떠난 후세인은 폭삭 망해버렸으며 두 번 다시 잔지바르에 나타나지 않았고, 우연이라도 라자브, 살레와 마주치지도 않았다. 알고보면 살레와 라자브는 친척이라면 친척이랄 수도 있는 사이. 살레는 이러저러한 좋은 조건으로 자신도 돈을 받고, 라자브도 집을 건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했지만 야물딱지게 거절당했다. 그래서 화가 나, 이슬람인들의 인정상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집과 기물을 자기 소유로 해버렸다. 쉽게 말해 라자브 집안이 하나도 잘한 게 없으면서 살레를 원수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이상한 관계로 처한 것.

  세월이 흘러 잔지바르 술탄국이 독립을 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쿠데타가 벌여졌으며, 아랍 출신으로 보이는 살렘은 당연히 체포당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감옥에 처박혔다. 이 사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도 죽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어 특사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 살레 앞에는 또다시 생명의 위협이 기다리고 있어서, 출국 금지 조건으로 석방된 60대의 늙은 살레는 라자브 샤아반의 기물을 처분할 당시 보관했던 소품 한 점 안에서 이미 죽은 라자브 샤아반의 출생증명서를 발견해, 라자브 샤아반 이름의 여권을 만들어 망명길에 올라 런던 개트윅 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이 앞에서 이야기한 공항 이민국 당사자 케빈 에덜만 씨, 난민위원회 담당자 레이철 하워드 씨, 그리고 잔지바르 출신의 영국 시인이자 영문학 교수이며, 라자브 샤아반의 둘째 아들 라티프 마흐무드. 무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만난 사람들. 이들은 서로 바라본다. 자신이 알았던 사실, 알았다고 믿었던 사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세월은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드는 아름다운 마모도 가지고 있는 걸,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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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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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퍼 이건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우리나라에 장편 네 권, 소설집 한 권, 합해서 다섯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고, 미국에선 2018년부터 펜아메리카, 그러니까 미국 펜클럽 회장을 맡을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는군. 1962년,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에 시카고에서 출생한 이건은 킴프턴 가문에서 태어난 거 같다. 뭐 내가 전화해본 거 아니니까 분명하지는 않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학사 후에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석사. 이렇게만 쓰여 있다. 진짜로 영국에 날아가 학위를 땄는지, 미국에서 대학간 교류로 학위를 인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위키피디아도 웃기다. 제니퍼 이건이 대학 다닐 때 스티브 잡스와 연애를 했고, 잡스가 이건의 침실에 매킨토시를 설치해 주었단다. 설마 잡스가 이건의 침실에다 데스크탑을 설치만 해주고 끝나지는 않았겠지? 이런 건 뭐하러 올려 놓지? 이렇게 내밀한 사생활을? 웃겼어. 잡스가 그만큼 훌륭한 인간이었고, 잡스하고 연애를 했으니 제니퍼 역시 같은 레벨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여간 잘 나가는 작가라고. 이 책에 대한 책방의 독자 서평도 괜찮은 편이다. 2010년에 출간하고 2011년에 소설부문 퓰리처 상을 받은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100대 도서에 39번째로 올라간 소설이 <깡패단의 방문>이라서 그냥 심심풀이로 한 번 검색해봤더니 도서관에 있다. 제목 속 “깡패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코믹 폭력물 아닌가 싶어서 읽을까 말까 좀 망설였다가 결국 상호대차서비스 신청해서 읽었다. “뉴욕타임스 21세기 1백대 도서” 목록 안에 든 소설은 그리 믿음이 가지 않아 망설였다. 거의 영어소설이고 특히 미국작가들의 작품에 편중해 선정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프리칸 미국인 또는 중남미 출신 미국인들의 노예시절이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내 입장에서는 과하게 많다. <깡패단…>은 미국의 백인여성이 썼으니 좀 다르겠지, 해서 읽었는데, 다르다. 재미있고, 입심 좋고, 아이디어도 돋보이고, 그랬는데 유감스럽게 벌점 주면 만점은 못 주겠다.

  열세 개의 에피소드, 또는 개별적인 단편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모두 합해 한 편의 장편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단, 장편소설로 읽을 경우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포기해야 한다. 1장의 주인공은 사샤라는 이름의 서른다섯 살 뉴욕 거주 여성. 현재 직업이 레코드회사 대표의 비서. 다음 장은 사샤의 보스이자 레코드회사 사장이었다가 자기 회사 지분을 팔아 돈을 챙긴 다음 같은 회사의 고용 사장으로 있는 베니 살러자르.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아마도 북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서 이민 온 조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3장은 베니 살러자르가 젊은 시절 별 자질도 없이 밴드 “플레이밍 딜도스” 활동을 하던 시기에 함께 밴드를 하던 멤버들. 이런 식으로 시간의 수열적 배치 없이 인물끼리 얽히고 설킨 단편을 배열시킨다. 각 장마다 개별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어서 읽기 편하고 서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의 비수열적 배치는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과거와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아마도 제니퍼 이건이 보여주고 싶었을 시간의 폭력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구성이다.


  이런 구성인 줄 모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괜찮은 독서법이었다.

  1장의 주인공은 사샤. 35세의 뉴요커. 오하이오 출신으로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부모답게 어린시절 사샤의 아빠가 (아마도 남자)애인과 함께 야반도주를 해버려 집안이 쫑났다. 엄마는 현명하게도 마음이 넉넉하고 재산은 훨씬 더 넉넉한 괜찮은 남자를 골라 두번째 결혼을 했다. 사샤는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여자애들과 완전히 재미로 잡화점에서 무엇인가를 슬쩍 훔쳐내는 장난을 한 적이 있다. 소녀들은 경쟁적으로 자잘한 상품을 훔쳤는데 친구 누구도 몰랐다. 사샤는 이 일탈을 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지극한 간질거림, 공포와 긴장 속에서 몸 전체가 꼼질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이후 사샤는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해 끊임없이 도벽을 향상시켜나갔으니, 글쎄 새아빠로 들어온 남자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황당한 꼴을 겪느냐는 말이지. 그럼에도 새아빠는 몇 번이나 경찰서에서 사샤를 찾아오고, 변상도 하고, 전문 상담사와의 비싼 상담도 진행하면서 온 정성을 다했다.

  사샤가 점점 자라 17세가 되자, 무슨 생각이 들었든지 갑자기 집을 나가 세상 방방곡곡을 헤매기 시작한다. 일본, 홍콩, 중국, 중동, 유럽 각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돈 좀 보내달라는 전화를 할 때마다 새아빠는 엄마와 함께 사샤를 찾으러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안 가본 곳이 없다. 이 정도면 정말 보살도 이런 보살이 없다. 이런 새아빠들이, 많은 작품 중에서, 사실 알고 보면 별 희한한 파렴치한 작자일 경우가 많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거 1도 없다. 그저 착한 새아빠.

  사샤가 집을 나가 세계를 떠돈 지 3년이 흘러 이제 스무 살.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에는 새아빠가 엄마와 함께 직접 날아갈 짬이 없어서 어릴 때 사샤를 돌보곤 했던 외삼촌을 대신 보냈다. 외삼촌은 3류 대학의 미술사 종신교수. 그는 나폴리에 도착해 사샤를 찾는 대신 미술관과 성당 등 훌륭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명소들만 순례하고 있다. 그러다 물론 사샤를 만나기는 하지. 사샤가 돈도 없이 어떻게 나폴리에서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나폴리에서 수없이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나폴리 주민만큼의 인구를 구성하는 미국과 유럽의 관광객. 사샤는 어린시절부터 단련해온 화려한 절도 및 소매치기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해 현지 안목 없는 소매치기가 눈여겨보지 않을 섬세한 품목을 훔쳐 스웨덴인 플루티스트에게 넘겨 돈을 만들었다. 때로는 장물 없이 자기 몸을 허락하는 대가로 조금의 돈을 얻기도 하고.


  위에서 한 사샤의 이야기는 1장에 나오지 않는다. 저 뒤에, 작품 후반부에 가면 사샤의 시절들이 등장한다. 위 장면은 20세까지, 훗날 1장보다 한 10여년 흘러, 도벽이 드러나 회사에서 아무리 사장이라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을 무릅쓴 채 사샤를 자를 수밖에 없었고, 이제 의사가 된 옛 대학시절 애인과 연락이 되어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나이로 보아 인생에서 거의 마지막 가능성이 있을 때 아들과 딸을 낳아, 중서부 사막지대에 큰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 중에 나온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해서 좋을 것 없지만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한 명에 불과하니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벌써 이런 작은 이야기들은 싹 잊었을 확률이 높아 말해버리는 거다.

  1장에서의 사샤는 여전히 못 말리는 도벽을 갖고 있는 35세의 커리어 우먼. “소우 이어Sow Ear” 레코드 회사의 제너럴 매니저 베니 살러자르의 비서로 12년째 일하고 있다. 즉, 나폴리에서 돌아와 개과천선해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 와 자리를 잡은 거다. 집에 돈이 좀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사샤처럼 열일곱 살에 가출을 감행해 3년씩이나 전 세계를 유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과단성도 있고, 매사 결단력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뇌가 다른 이들과 비교해 쌩쌩 돌아가는 총명함도 구비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관리직 높은 자리를 꿰찰 수도 있건만 사샤 본인이 그냥 비서자리를 유지하기 원해서 그렇게 지내고 있을 뿐이다. 사장 베니도 이를 알고 있지만 당장 자신이 일하기에 사샤만한 인물이 없다.

  소설의 막이 오르면 장소는 라시모 호텔 화장실. 소개팅에 나온 사샤가 거울을 보면서 아이섀도우를 다시 칠하고 있다가, 바닥에 놓인 가방을 발견한다. 화장실 안에서 여자 오줌누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여자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가방을 놓고 들어간 거 같다. 한눈에 척 보니까, 전문가이니만큼 딱 한 번의 눈길로 가방 가장자리 안쪽에 옅은 초록색 가죽 지갑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심리상담사한테 비싼 돈을 주며 도벽에 관한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사샤는 절대 훔치려 하지 않았지만, 오줌 누고 있는 여자의 사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짜증이 났다. 그랬다고 믿기 시작했다. 사샤는 무엇인가로 이 여자한테 징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오줌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지갑을 자신의 백 속으로 집어넣고 유유히 화장실을 떠났다.

  이 장면을 스토리만 잡아서 이야기하니까 별 감흥이 없지만, 제니퍼 이건의 화려한 입심으로 각 장면마다 심리상담사와의 대화를 연상하기도 하고, 절도 순간의 마음 같은 것의 묘사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크. 사실 별볼일 없던 소개팅 상대 알렉스가, 지갑을 훔쳐나온 이후엔 꽤 괜찮은 남자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호텔 라운지에서 나온 이들은 사샤의 절도 콜렉션이 있는 사샤의 집에 함께 가고, 알렉스는 이야기 속에서만 읽어본 부엌 안에 욕조가 있는 집에는 처음으로,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으로 와본 경험이 되었는데, 둘이 별 애정도 없이 만나자마자 그 밤으로 한 번 한 다음에 정말로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사샤의 집에서 나왔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침이 될 뉴욕 거리를 걷는 알렉스의 뒷주머니에 더 이상 알렉스의 오래되어 헤진 지갑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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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6-01-29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읽지는 않았어요ㅋ 여기서 ‘깡패‘가 시간을 의미하나 보네요. 적절한 비유 같아요. ㅠㅠ

Falstaff 2026-01-29 15:4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재미있는 책이더라고요. 뭐 사는 게 다 그렇지요. ^^

부생백년 2026-02-05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가 허접해서 그렇지 작품은 좋은 것 같습니다,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도 제목으로 손해 많이 본 작품인 듯,,매해마다 좋았던 책을 선정해 주시던데 그동안을 통틀어 최고의 책을 한번 선정해 주시지요 ,,

Falstaff 2026-02-05 15:20   좋아요 0 | URL
옙. <호랑이들...>은 정말 아깝습니다. 작품에 비해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아서요.
최고의 책 선택하면 고전 소설만 잔뜩 들어갈 텐데 사실 그러면 뻔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