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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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에 정세랑의 <이만큼 가까이>를 읽고, 나는
  “문학에, 소설판에도 그런 게 있다면 <호밀밭의 파수꾼>, <노르웨이의 숲>과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여보고 싶은 <이만큼 가까이>다.”
  라고 메모한 적이 있다. 파주 근방을 무대로,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쓸쓸하며 따뜻했고, 멀고도 가까웠으며, 낡아 누추하면서 찬란했고, 그립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장소를 깔끔하고 담백하게 묘사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나, 이후 정세랑의 작품들이 연쇄적으로 출간되는 걸 알면서도 어찌하다 보니, 제을러서 언뜻 선택을 하지 않았었다.
  이제 <덧니가 보고 싶어>를 읽었다. 여백이 많은 편집으로 220쪽의 짧은 소설. 다 읽으려면 반나절하고 조금 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당연히 전에 읽었던 <이만큼 가까이>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었고, 읽는 과정에 크게 실망했고, 다 읽고는 완전히 실망했으며, 이 책은 절대 책꽂이에 꽂히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정세랑이 쓴 책은 딱 한 권만 더 읽어보고 또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사무실 내 앞자리에 지난주에 결혼한 스물여섯 살 덧니 난 직원이 있어서 보라고 줘버렸다.
  이게 사랑 이야기라고? 나는 아무리 좋게 봐도 죽도 밥도 아니던데. 오히려 장르 소설로 보는 게 맞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장르 소설이라기보다 한 발만 그쪽에 올려놓고 짝다리 짚은 형국이다.
  정세랑의 언어유희 하나만 건지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시라. 사서 읽으시라.

 

 

* 서사가 없다. 그래도 문장이 날아다닌다. 문장이라도 보고, 옛 정을 기억해서 별 하나, 아나, 여깄다, 더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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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9-16 08: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장도 날지만 발차기도 날고 그래서 제겐 경쾌하고 귀여웠….습니다. ^^ 보건교사 안은영과 닿아있는 기분이었고요. (제가 좀 젊은 건가봐요? ….)

Falstaff 2021-09-16 08:18   좋아요 3 | URL
ㅎㅎㅎ 독자마다 감상이 달라야지 똑같으면 재미 없잖아요. 그게 재미죠 뭐. ^^

수이 2021-09-16 0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세랑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거 같아요. 사랑 소설이라고 해서 저도 별 하나만 주고 아 잼없어 이랬다가 친구가 별 다섯 주는 거 보고 깜놀했고 또다른 정세랑 소설은 읽고 오 좋아 이러면서 별 다섯개 주고_ 왔다갔다 이 템포가 너무 극과 극인지라 쭉 읽는데는 좀 무리가 가더라구요. 그리고 별표 하셨으니_ 저는 서사 없는 소설(?), 이야기 흐름도 좋아하는데 표지 사진 보니 읽고싶지 않아졌어요 소심

Falstaff 2021-09-16 09:13   좋아요 2 | URL
저는 이제 두 권 읽어서 정세랑에 대해 뭐라 하기는 좀 그렇고요, 하여튼 이 책은 꼽표였습니다. 아우....
서사가 없으면 의식이라도 흘러다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내용은 감각적이었다가 끝내 엽기를 향해 치닫고, 도대체 이게 뭔지 잘 모르겠더랍니다.
제가 책 읽는 내공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요. ^^
표지 그림이야 뭐.... 좀 남사스럽긴 합니다. 전철에서 내놓고 읽기엔 좀. -_-;;

수이 2021-09-16 09:24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이 내공이 부족하시면 ㅋㅋㅋㅋㅋㅋ 저 굴 파고 머리만 박고 있어야겠네요. 위에 유부만두 언니는 좋게 보셨다고 하니 호기심도 살짝 생기고

유부만두 2021-09-16 09:39   좋아요 1 | URL
제 취향은 천방지축입니다! 하하하

청아 2021-09-16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제목은 신박한데 안타깝네요. 덧니난 직원에게 주셨다는 대목에서 빵ㅋㅋㅋㅋ <이만큼 가까이>보니 판매순위는 많이 밀려 있는데 샐린저와 맞짱수준이라니 궁금해서 찜합니다~🤭

새파랑 2021-09-16 09:58   좋아요 2 | URL
저도 폴스타프님이 극찬하시니 읽어봐야겠어요 ^^

Falstaff 2021-09-16 10:07   좋아요 3 | URL
앗, 조심하세요!
<이만큼 가까이> 감상평이 극과 극입니다. 반면에 책 읽고 독후감 쓰기 시작한지 겨우 한 달 정도밖에 안 될 시점이라 과장이 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1-09-16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그 직원은 왜 덧니가 나가지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6 10:26   좋아요 5 | URL
문제가 표지였습니다.
너 가져. 이랬는데, 직원 얼굴이, 책 표지 보더니 저 새끼가 성희롱 하는 거 아냐, 뭐 이런 기색이 팍, 나는 거예요. 떱떠름해 하는 게.
아 참. 세상 왜 이리 어려워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6 10:4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지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9-16 11:13   좋아요 3 | URL
아 ㅠㅠ 덧니ㅠ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빵집에서 곰보빵 열개만 달라고 하고 주인을 보니 주인 얼굴이 곰보였다는 ㅠㅠ 너무 미안해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돌아가신 아빠가 해주신 얘기가 생각나네요.

공쟝쟝 2021-09-16 11:21   좋아요 1 | URL
아..... 표지...... 폴스타프... 직원에게...............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9-16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이런 표지에 약하신듯 하네요. 캣퍼슨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ㅋㅋㅋ

Falstaff 2021-09-16 11:27   좋아요 3 | URL
이런 표지에 약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덧니 난 여직원한테 너나 읽어라, 하고 줬지요.
덧니 직원이 눈을 내리 깔고 책 표지를 힐끗 보더니 저를 다시 올려다 보는데, 그 눈길이 꼭 째리는 거 같았다니까요. ㅠㅠ

초딩 2021-09-16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음 남자 두명인줄 알았습니다. 표지가
전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인가 앞 부분 좀 듣다 치웠습니다 ㅎㅎㅎ 리스트 추가하고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Falstaff 2021-09-16 12:10   좋아요 3 | URL
표지가 남자 두 명으로 생각하셨다고요?
음하하하하..... 굿 아이디어입니다!! ^^

잠자냥 2021-09-16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트위터 보다 보니까, 어제(9월 15일) 정세랑 작가 생일이었답니다. ㅋㅋㅋㅋ 이 리뷰 어제 안 올리신 거 왠지 다행(?) ㅋㅋㅋ

Falstaff 2021-09-16 14:45   좋아요 2 | URL
아, 그랬습니까?
아이고, 하마터면 천하에 재수없는 인간이 될 뻔했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