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호랑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처절하게 패배하고 만다. 곰의 앞발은 내가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범이란 말이다, 곰의 목덜미를 콱 물었으나 도리어 내팽개쳐져 그 자리에 눕고 만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요새 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나봐, 살쾡이 한마리가 죽어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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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gore 2013-02-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내스타일이야완벽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너와 너희들이 심어놓은 씨앗이
이렇게나 자라났어.

때를 맞추어 물을 주지도
근사한 비료를 주지도 못했는데
서러웁도록 시린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이렇게나 자라났어.
나무가 되고 숲이 되었어.

그래, 나는 나이지만
또 너이고 너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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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3-02-1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굽어진 나무
 

잔을 비웠다.

나의 위장은 부풀어 올랐지만

이내 몸 밖을 빠져나가 소변기로 흘러 내려갔다.


예수의 신성에 대한 이야기가 내 귀로 흘러들어와

그분의 인성에 관한 말로 번안되어 입으로 흘러나왔다.

카잔차키스였다. 


프란체스코와 도스토예프스키로 풍성해졌던 잔은 

다시 한번 비워졌고 

무언가로 채워졌지만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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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끄러지듯 다가왔지
우리 사이엔 인력 이외에
어떠한 힘도 작용하지 않았어

운석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자신의 갈길을 잃게되
공전 반경은 점점 줄어들고
지구의 품에 안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빛을 내며 소멸해버려
오늘같이 맑은 날의 밤이면
찬란한 최후의 순간을 확인할 수 있을꺼야

그래서 말인데
집 앞에 내린 눈은
꼭 치워 주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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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갈구한다. 사람들은 고독-궁극적으로는 죽음-앞에서 평안함을 원했다. 불변의 절대자라는 존재야말로 고통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에서 인간을 건져낼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절대자의 영원성의 이미지가 자신과 하나되는 것, 그럼으로 생에대한 긍정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종교의 본질이었다. 사람들은 마음에 평화를 얻었고, 사회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절대자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아들을 인간의 죄를 위해 희생양으로 내어 주었다는 선홍빛의 서사구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문학적인 상상력이 덧붙여져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종교에 대한 통찰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은 크리스챤임이 분명하다. 오분도 채 되지 않는 문답과 세례라는 형식을 통해 기독교의 가치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절대자에게 인간의 마음을 돌리는데 5분은 긴 시간이 아니지만, 절대자는 아무래도 자신의 피조물이 초월적인 권력을 통해 자신에게 복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것에도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원하는 것이다. 연인처럼, 혹은 자식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묵묵히 바라보는 어머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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