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요 몇년간 크라식 음악계에 가장 크게 회자되었던 작곡가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가 아니었었나 싶다. 특히나 작년 즈음에는 사후 100년이라고 해서 많은 공연들이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음악책에는 한 줄 나올까 말까한 작곡가였는데, 오늘날의 크라식 음악계 안에서의 인기는 거의 베토벤이나 바흐 정도 인듯. 무엇보다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휘에 있어서는 끝판왕이 아닌가 한다. 정명훈도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한 이유가 말러를 지휘해보고 싶어서였다고 하니 뭐 할말 다했지.

 

 말러는 음악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음악 외적인 사생활에서도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부인 알마 말러가 바람피는거 알고 (현대 건축의 거장인 발터 그로피우스랑 바람 핌) 작곡했던 9번에서는 엄청나게 염세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9번의 4악장 그야말로 '소멸' 한다.) 물론 본인의 건강이나 딸의 죽음이 큰 역할을 했지만 말이다. 이런걸 보면 어떤 창작물은 그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니었다. 말렐루야를 부르짖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반작용이었을수도 있겠다. 말러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종교집단의 향내가 났다. 길이가 길다보니 쉽게 들리는 음악이 아닌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으니,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생각나는 열정적인 말러리안 중에는 지금은 시샵 미디어에서 크라식 음반 수입과 평론을 하는 ㅈㄱ형이 있었고 가끔 네이버에 음반 설명이 뜨곤 하는데 거기 뜨는 사진은 예전 그대로이더라. 얼굴본지는 몇 년이 되었지만.

 

 하여간 인생이 빡세지기 시작한 2008년 쯤인가부터 열심히 들었던 것 같은데, 설계실에 앉아서 끝나지 않는 도면작업을 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귀에 꽂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언이 터지는 것 처럼 내 입에서 말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아닌가. 사실 말러의 음악은 주 선율 이란게 별로 없어서 흥얼거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따라 부르게 되었다는건 말러의 은총이 내린 것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후로 생겨난 말러 음반 수집병은 2010년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도합 60장 이상의 말러 음반이 책장에 먼지를 맞으며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1 'Titan(거인)'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바도와 베를린필의 찬란했던 한때' 라고 표현하면 좋을 음반이다. 요즘엔 거의 해골이 되신듯 한데 살아 계신것 만으로도 참 많은 사람에 심금을 울리는 아바도옹의 아름다운 미소가 음반 표지를 장식한다. 사실 1번은 몇개 안들어봐서 어떤 점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많이들 추천하는 말러 1번이 아마 이 음반일 듯. 1번은 말러의 개성을 완전히 드러내는 곡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베토벤으로 치면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영향을 받을 때 쓴 초기 곡들과 비슷한 듯. 거인들이 행진하는 것 같은 3악장은 초심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찬란한 피날레를 가지는 4악장을 좋아한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2 'Resurrection(부활)' 

주빈 메타/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요즘 메타옹이 한물 간 지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때만 해도 어마어마 한 지휘자였다고 한다. 이 연주를 듣고 있자면 정말 뼈다귀라도 일어나서 살아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뒷부분으로 갈수록 강렬한 연주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 곡은 70분이 넘는 연주가 많아서 두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주 만큼은 다행스럽게도 한장에 다들어간다. 게다가 가격도 MID Price이고. 아마 2번을 여러장을 구입한다면 모르겠지만 처음 사는 음반으로는 부족함이 없을 듯. 가격도 착하고 연주도 좋고. 옷으로 치면 유니클로 정도 되려나.

 

 Gustav Mahler : Symphony No.3

리카르도 샤이/로얄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말러가 이 곡을 친구이자 후배인 브루노 발터에게 소개할때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교향곡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주 길다.) 1악장의 첫 주제는 은하영웅전설에서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은하영웅전설이 뭔지 아는 사람 있으려나. 하여간 엄청난 길이 때문인지 이 곡은 연주하기도 힘들고 듣기도 힘든 것 같다. 다행이도 3번에는 샤이의 연주가 있다. 마치 출제자의 머리꼭데기에 앉아있는 속성 과외 선생님처럼, 말러가 그리는 우주를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씹어서 먹여주듯'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명반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내 생각에도 3번에서 하나의 결정반을 꼽으라면 샤이의 음반인듯.

 

 

Gustav Mahler : Symphony No.4

필립 헤레베헤/샹젤리제 오케스트라

말러의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5번으로 넘어가기 전에 과도기적인 곡이라 그런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은, 그렇기에 듣기에도 좋은 곡이다. 말러 본인은 고전적인 양식에 초점을 맞춘 곡이라는 설명을 남겼다고 한다. 말러의 곡 치고는 꽤나 담백한 음악이고, 그래서인지 고악기로 연주 바로크음악을 녹음해온 헤레베헤의 지휘가 이 곡이랑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된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5

피에르 불레즈/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실 래틀의 베를린필과 이 음반중에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취향은 불레즈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불레즈의 연주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아무래도 5번과 6번에 있어서는 꽤나 훌륭한 연주임을 부인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중기 교향곡의 연주 스타일은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불레즈의 음반은 그런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렸다고 할 수있다. 어쩌면 디테일 안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말은 이 음반을 위해서인지 모르겠다. 각 성부가 각기 다른 춤을 추는 것 같은데, 신기한 것은 그 각각의 춤은 하나씩 보면 개별적인 춤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거대한 군무를 이루는 것이다. 물고기 떼들이 각자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흔히들 5번의 경우 4악장의 아다지에토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부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불레즈가 지휘한 5번의 2악장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6 'Tragic(비극적)'

피에르 불레즈/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실 내가 제일 선호하는 말러 음반 중에 하나인데... 5번을 쓰면서 할말을 다해버렸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7 'Song of the Night(밤의노래)'

미하엘 길렌/ 바덴바덴& 프라이부르크 남서독일 교향악단

 ㅈㄱ형의 표현을 빌리자면 청명한 하늘에 은하수를 바라보는 느낌이라나. 나도 꽤나 동의하는 표현이다. 사실 7번이 듣기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듣고 있으면 도데체 무슨말을 하고 싶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술먹고 작곡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만큼 주제의 도약이 심하고, 심지어 평론가들은 마지막 악장은 그저 감정의 고조만을 노리는 싸구려 악장이라고 폄하했다고 한다. (7번을 디오니시스적인 곡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여간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정갈한 길렌의 연주는 곡 전체의 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8 'Symphony of thousand(천인교향곡)'

사이먼 래틀/버밍험 시립 교향악단

 말러가 살아 생전 연주했던 자신의 교향곡 중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곡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이 곡에는 웅장함이 있다. 마지막에 천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에서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버밍험 시향은 래틀이 베를린 필에 입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왜 래틀이 베를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를 보면 이 음반을 들어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러는 대부분의 곡들이 지휘자가 포인트를 잡고 이끌어주지 않으면 난잡해지기 쉬운데, 천인 같은 경우 특히나 그렇다. 꽤나 좋은 평가를 받는 솔티의 지휘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것도, 그 웅장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모든것을 뭉개버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9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바도와 베를린필의 이 음반이 아무래도 9번의 결정반이 아닌가 생각한다. (9번도 2번처럼 자칫하면 2장의 분량으로 연주될 수 있는 곡인데, 다행이도 이 음반은 1장이다.) 말러는 이 곡을 작곡하고 기력이 다한 것 같다. 작곡가들에게는 마의 번호인 9번을 결국은 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알마 말러의 외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기도 하다. 이 곡은 죽음과 광기와 소멸을 이야기하고 아바도는 그 흐름에 충실한 지휘를 보여준다.

 

 

 Gustav Mahler : Das Lied von der Erde (The Song of the Earth; 대지의 노래)

오토 클렘페러/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 곡이 말러가 작곡한 실질적인 9번 교향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자신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나면 선대의 작곡가처럼 죽음을 맞이할까 두려워했던 말러는 실질적인 9번 교향곡을 대지의 노래라는 교향곡+성악곡으로 발표한다. 독일어로 번역되었다는 중국의 시에 곡을 붙였는데, 동양적인 선율을 느낄 수 있는 몇몇 부분이 있고 기저에 깔린 가사와 감성에서 허무와 비애를 느끼게 한다. 이 음반은 실황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인데, 몇날 며칠에 걸쳐 녹음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옛날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음질도 좋을 뿐 더러 연주에도 집중력이 있다.

 

 Gustav Mahler : Complete Symphonies & Orchestral Songs

레너드 번스타인/로얄 콘서트헤보우, 뉴욕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말러를 언급하면서 번스타인을 빼먹으면 그분이 꽤나 섭섭하실것 같다. 말러-브루노발터-레너드번스타인을 잇는 뉴욕필의 계보를 생각해보면, 말러 지휘의 정통성의 일정한 지분이 번스타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음반은 콘서트헤보, 뉴욕필, 빈필 등의 세계 최고 악단을 두루 지휘하면서 번스타인의 말년까지 이어진 말러에 대한 집념의 결과물이다보니 그만한 수준이 담긴,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집이라 할 수 있다.  말러의 지휘는 번스타인류의 주정주의(감정의 흐름을 강조)와 불레즈류의 주지주의(세부 묘사와 이지적 해석을 강조)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 한쪽 끝에 위치한 번스타인의 해석은 아무래도 오늘날의 지휘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6번 같은 것을 불레즈와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듯.

 

 한겹의 지식으로 리뷰를 적다보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지적해주신다면 적극 반영하여 수정하겠고,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라는 책을 통해 말러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게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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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1-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 멋져요. 말러에 대해서 듣기만 주구장창 들어왔는데 한 번도 그의 음악을 들어보진 못했거든요. 차근차근 들어보려구요~

일개미 2012-11-12 19:38   좋아요 0 | URL
흠 말러는 천천히 들어보세요. 아직 젊으신거 같은데ㅋㅋ

oren 2012-11-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러의 음반만 60장 넘게 수집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일개미님의 입에서 어느 순간 '방언이 터지듯' 말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니 그것도 더더욱 놀랍구요. ㅎㅎ

저도 올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을 실황 연주로 두번(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발레리 게르기예프, 모스크바 필하모닉&유리 시모노프) 듣고 난 뒤에, 어느 한 악장의 매우 애잔하고도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현악 선율 '한가닥'이 한동안 제 머리속을 계속 맴돌며 떠나지 않아서 꽤나 놀란 적이 있었답니다. 이런 걸 경험하면서 저는 내심 솔직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더디지만 분명한 '진일보'가 일어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했답니다.

저는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도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 같은 걸 제대로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요 몇년 동안 매일 습관처럼 라디오를 듣고 또 가끔씩 공연장을 찾아가 실황 연주를 듣게 되면서 조금씩 클래식 음악의 엄청난 깊이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실황으로 들은 건 금년 4월에 '위대한 말러주의자'로 불리는 로린 마젤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뿐이었지만,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거대함과 심연' 같은 게 느껴져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도 납니다. 일개미님의 이 글을 읽고나니 앞으로 말러의 음악과 거장 지휘자들의 명연주를 꼭 듣고 싶습니다.

일개미 2012-11-12 22:01   좋아요 0 | URL
저같은 경우엔 이어폰으로 일하면서 계속 듣다보니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와닿은 듯 하네요. 마젤의 실황 연주라니 부럽습니다. 작년에 정명훈 지휘자가 시향이랑 말러 연주 많이 했었는데, 올해는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음악생활 되시길.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클래식의 광맥에서 올해 찾아낸 보물은 아무래도 시벨리우스가 아닌가 싶다. 시벨리우스는 중고등학교 음악책에서는 국민악파 정도로만 기술된다. 국민악파라니 얼마나 지엽적이며 촌스러운 이름인가. 내 생각은 음악책의 기술과는 다르다. 그는 진정 이시대의 마지막 교향곡 작곡가였다. 쇼스타코비치와 더불어 20세기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교향악의 자리에는 시벨리우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이 7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8번 교향곡을 작곡했으나 폐기했다고 하는데 이건 음악사적인 비극임에 틀림없다.

 

 시벨리우스를 차이코프스키 연장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선율적인 면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의 곡은 자기가 할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또 그 할말에 집중하는 악기 편성과 화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선율적인 면이 강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곡보다는 구조적인 면에서 깊이가 있다.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 효율성이라는게 있겠나 싶지만 이건 말러와 비교해보았을때 극명히 드러난다. 사실 말러의 음악 역시 훌륭하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그에 반에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훨씬 구조적으로 단단한 구성을 지닌다. 주제와 주제 사이에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은 말러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브람스를 들어야하는 가을에서 본격적으로 러시아와 북유럽 음악이 어울리는 겨울이 오고 있다. 냉면이 겨울음식인 것 처럼 시벨리우스에서 느껴지는 현악기의 서늘함은 아무래도 찬바람이 씽씽 부는 겨울이 제격인듯.  

 

 Jean Sibelius : Symphony No. 1,2,5,7 

 번스타인과 빈필의 연주. 고클에서 사람들의 리뷰는 대체적으로 핀란드가 아열대지방이냐? 너무 뜨거운 연주다라는 반응이 대부분.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반응에 동의한다. 하여간 핀란드가 아열대 나라로 느끼질만큼 열정적인 연주이다. 번스타인의 개성은 말러에서 뿐 아니라 시벨리우스에서도 드러나는데, 완급을 (극단적으로) 조절하는 지휘로 말러에서와 같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시킨다. 후회하지 않을 음반임은 분명하다. 가격도 착해서 Top price 2 for 1 인 듯. 단지 3,4,6번을 녹음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Jean Sibelius : Complete Symphonies   

 내가 처음 구입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 빈약한 부클릿과 버짓도 아닌것이 박스포장이 되어있는데 더럽게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휼륭한 연주인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중에 하나이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발란스가 좋은 듯. 시벨리우스의 청량하고 서늘한 미감을 잘 살린 연주가 아닌가 한다. 

 

 

 

 

 Jean Sibelius : Complete Symphonies  

 러시아 음악은 므라빈스키를 따라가기 힘들고,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은 베를린필과 빈필을 따라가기 힘든 것 같다. (판소리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해야 제맛인 것 처럼?) 아무래도 그 유전자와 환경에서 나오는 태생적인 공통분모가 크기 때문일터인데 이 음반의 경우 핀란드 작곡가(시벨리우스) - 핀란드 지휘자(세게르스탐)- 핀란드 악단(헬싱키교향악단)이라는 트라이엥글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 아닐까 한다. 연주는 몰아칠때 몰아쳐 주는 스타일이다. 생각보다 박력 있어서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함께 들어있는 바이올린 협주곡도 꽤나 훌륭한 연주인 듯. 

 

 Jean Sibelius : Symphony No. 2,5

 낱장으로 선택한다면 이 음반이 좋은 선택일 듯. 아무래도 가장 듣기도 쉽고 금방 흥얼거릴 수 있는 2번과 5번이 들어있는게 장점이다. 영국은 시벨리우스의 인기가 많았다고 하고 지금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인 레틀도 어렸을때 바비롤리등의 시벨리우스의 연주를 들으면서 자라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에 대응해 정치적으로 많이 연주되어왔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영국이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보편화시킨데는 큰 역할을 한건 사실인 듯. 실황 음반인데, 마지막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이 날 바비롤리가 얼마나 청중을 휘어잡는 연주를 펼쳤는지 잘 보여준다. (내가 산 이 음반은 ㅇㅅ이에게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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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1-1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벨리우스 만세만세 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일거예요, 아마도. 좋아하긴 정말 좋아하는데.

일개미 2012-11-12 19:29   좋아요 0 | URL
ㅎㅎ안녕하세요. 블로그 방문했다가 뭔가 훈훈해 져서 즐겨찾기 추가했는데, 방문해주셨군요. 저도 핀란디아 들으면 이렇게 숭고한 곡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핀란디아 국가 부분 성악 합창이 있는데, 기회되시면 들어보시길.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