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인생
조지프 캠벨 / 다이앤 K. 오스본(편) / 박중서 / 갈라파고스 / 464쪽
(2014. 1. 10.)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조지프는 종종 이렇게 묻고 나서 곧 스스로 답하고 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죠." 카를 융과 마찬가지로 조지프는 노년기를 인생의 감소기로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개의 시기로 보았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컵을 가득 채우고, 태워 버릴 것은 다 태워 버렸다면 노년의 고요는 오히려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면 우리는 노녀의 문턱에 도달해서도 뭔가 불만족스러운 욕구 때문에 눈길을 자꾸 뒤로 돌리게 될 것이다. 융의 말마따나 "인생에 대해 작별을 고하지 못하는 노인은 인생을 포용할 수 없는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연약하고 병약하게 보인다."
(11)

 

 

  단테는 연옥을 통과해 나오면서 그곳의 강물을 마심으로써 자신의 모든 죄를 기억 밖으로 씻겨 나가게 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모든 죄를 사해 주는 강물을 마셨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천국에 들어가려는 자는) 심지어 죄에 대한 기억조차 완전히 망각해야 했던 것이다.
(59)

 

 

  나는 조이스와 토마스 만과 슈펭글러를 읽었다. 슈펭글러는 니체를 언급했다. 나는 니체도 읽었다. 그러다가 니체를 읽으려면 쇼펜하우어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쇼펜하우어도 읽었다. 그러다가 쇼펜하우어를 읽으려면 칸트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 칸트도 읽었다. 일단 거기까지만 가도 되긴 했지만 칸트를 출발점으로 삼자니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거기서 다시 괴테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 가지 흥미진진했던 사실은 조이스 역시 이들과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물론 조이스가 쇼펜하우스의 이름을 언급한 적은 없어도, 나는 조이스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쇼펜하우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증명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나는 융을 읽었고, 그의 사고 체계가 근본적으로 슈펭글러의 사고 체계와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이 모든 것을 한데 버무리기 시작했다.
(88)

 

 

  사람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에는 정말로 어찌할 수 없다. 내겐 아무런 철학도 없었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영문인지 우리는 함께 존 듀이를 공부했다. 카멜 도서관에서 나는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두 권 짜리 <서구의 몰락>을 꺼내 들었는데, 이런, 세상에! 거기 적힌 내용은 벼락과도 같았다. 슈펭글러는 말했다. "젋은이여, 만약 그대가 미래의 세계에 있고 싶다면, 자신의 그림붓과 시 쓰는 펜일랑 선반 위에 얹어 두고, 멍키 스페너나 법전을 집어 들어라." 나는 스타인벡에게 말했다. "저기요, 이것 좀 한번 읽어 보세요." 나는 그 책의 제1권을 다 읽은 다음에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잠시 후에 내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 나는 이 책 절대 못보겠는걸. 아, 내 예술을 어쩌나." 그는 거의 2주 동안이나 한방 먹은 사람처럼 넋이 나가 좀처럼 글을 쓰지 못했다.
(92)

 

 

 

  조이스의 소설에서처럼, 그리고 토마스 만의 소설에서처럼, 진보의 열쇠는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강조하는 것에 놓여 있다. 조이스의 소설 속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이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영혼이 탄생할 때 거기에 그물을 뒤집어 씌워 날지 못하게 한다. 너는 나에게 국적이니, 국어니, 종교니 하고 말하지만, 나는 그 그물에 빠져 나가 도망치려고 노력할 거야."
(p. 108)

 

 

  죽음과 낳음은
  동시에 다가온다.

  오직 탄생 - 낡은 것의 탄생이 아닌, 새로운 것의 탄생 - 만이 죽음을 (진정으로) 정복할 수 있다. 죽음의 끈질긴 재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내부에서, 사회의 내부에서 끊임없는 '탄생의 재현(팔링게네시아)'이 있어야 하며, 우리가 이 땅에서 오래 잔존하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p. 144)

 

 

  조이스는 『율리시즈』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다섯 개의 손가락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대무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이다." 우리가 접하는 어려움 역시 닫힌 문이 아니라, 오히려 활짝 열린 대문으로의 변화 가능서이라고 간주되어야 하리라.
  여러분이 자신의 어린 시절로부터 차단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어떤 구체화된 상징에 있다고 여겨질 경우, 명상은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적인 훈련이 된다. 이상적인 명상의 기능은 구체화된 답변을 초월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된다.
(p. 223)

 

 

  삶이란 항상 슬픔이 가득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삶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꿀 수는 없다.
(p. 304)

 

 

  운명의 수레바퀴에서는
  지혜가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젊음은 가장자리를 가리킨다.
(p. 380)

 

 

  글쓰기에 있어서는
  일단 나오는 말을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말이 나오도록 내버려 둬라.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는 비판적 요소는 그냥 놓아 버려라.

(p. 383)

 

 

  새로운 신화는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그 '주관적 의미'에서 보자면 오래되고, 영원하고, 끊임없는 신화이며, 기억되는 과거나 투사되는 미래의 견지에서가 아니라 현재이 견지에서 시적으로 갱신되는 신화이다. 이는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즉 특정한 '민족들'의 아첨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지식을 각성할 수 있게 호소하는 신화인 것이다. 즉 개인이 스스로를 이 아름다운 행성 표면의 특정한 장소를 얻기 위해 싸우는 자아로서뿐만 아니라 거대한 정신 - 각자 자기 나름대로, 모두와 (경계없이) 하나가 되어 - 의 중심으로서 각성하도록 호소하는 신화인 것이다.
(p.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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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읽은 책들 (2013년)(초등3학년)

 

(1) 한밤중의 고양이 손님 (다카도노 호오코 / 시공주니어 )
(2) 어느 날 오로지는 (임정자 / 사계절 )
(3)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레벨2009) (구두룬 멥스 / 시공주니어 )
(4) 고양이 택시 (꾸러기 문고 13) (난부 가즈야 / 시공주니어 )
(5) 폭풍우 치는 밤에 (가부와 메이 이야기) (기무라 유이치 / 아이세움 )
(6) 꼬마 용 룸피룸피 (과자 집의 마녀가 나타났다) (실비아 론칼리아 / 시공주니어 )
(7) 오천년 지혜담긴 건물이야기 (우리누리 / 미래M&B)
(8) 서울 100배 즐기기 3 (편집부 / 미래M&B)
(9) 네가 별이었을 때 (한수산 / 미래M&B)
(10) 푸른난쟁이와 수박머리 아저씨 (꾸러기 문고 12) (이상권 / 시공주니어 )
(11)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 (다카도노 호오코 / 시공주니어 )
(12) 단추들의 수다 파티 (다카도노 호코 / 시공주니어 )
(13) 어깨동무 즐거운 우리놀이 (우리누리 / 미래M&B)
(14) 마녀 배달부 키키 2 (키키와 재채기약 마법) (가도노 에이코 / 소년한길 )
(15) 대륙에 떨친 고구려의 기상 (광개토태왕 이야기) (김용만 / 마루벌 )
(16) 마음을 열어주는 우정이야기 (우리누리 / 미래M&B)
(17) 포도대장과 훈장선생님 (소중한 우리것 재미난 우리얘기 14) (우리누리 / 미래M&B)
(18) 강한 나라 고구려의 시작 (추모왕 이야기) (김용만 / 마루벌 )
(19) 고양이 도우미 (다케시타 후미코 / 주니어랜덤 )
(20) 배다리는 효자 다리 (임정진 / 웅진주니어 )
(21) 외계인 유학생 아스트리드 (에밀리 스미스 / 시공주니어 )
(22) 도마 이발소의 생선들 (박상률 / 시공주니어 )
(23) 신기하고 새롭고 멋지고 기막힌 (김기정 / 창비 )
(24) 마법사 똥맨 (송언 / 창비(창작과비평사) )
(25) 바늘 부부 모험을 떠나다 (도바시 에츠코 / 시공주니어 )
(26) 주근깨 주스 (주디 블룸 / 시공주니어 )
(27) 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 (이용포 / 창비 )
(28) 전설따라 팔도명산 (우리누리 / 미래M&B)
(29) 옛날엔 이런 직업이 있었대요 (우리누리 / 미래M&B)
(30) 플라스틱 공장에 놀러 오세요 (임유진|허승회 / 웅진주니어 )
(31) 나라를 다스린 법 백성을 위한제도 (우리누리 / 미래M&B)
(32) 심부름센터 시작합니다 (쇼도 가오루 / 가치창조 )
(33) 노는 도서관 배우는 도서관 (서해경|이소영 / 현암사 )
(34) 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파스칼 샤드나 / 책속물고기 )
(35) 도둑고양이 연구 (이자와 마사코 / 파랑새 )
(36) 사람들은 왜 싸울까 (이와카와 나오키 / 초록개구리 )
(37) 책을 사랑한 꼬마 해적 (양태석 / 주니어김영사 )
(38) 구석기 시대 흥수 아이 (권기경 / 한솔수북(한솔교육) )
(39) 신토불이 우리음식 (우리누리 / 미래M&B)
(40) 조상들은 어떤 도구를 썼을까 (우리누리 / 미래M&B)
(41) 민족의 멋 전통예절 (우리누리 / 미래M&B)
(42) 엄마 마음속에 들어간 키모 (이영 / 예림당 )
(43) 꼭 가보고 싶은 역사 유적지 (우리누리 / 미래M&B)
(44) 나라의 자랑 국보이야기 (우리누리 / 미래M&B)
(45) 머리에 쏙쏙 선조들의 공부법 (우리누리 / 미래M&B)
(46) 동화 토지 1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47) 악동들의 주머니 (하이타니 겐지로 / 양철북 )
(48) 엄마 마중 (겨레 아동문학선집 1) (방정환 / 보리 )
(49) 못하면 어떡해 (자신감 있는 아이로 길러주는 책) (최형미 / 스콜라 )
(50) 동화 토지 2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51) 천하제일 자린고비 이야기 (소중한 우리것 재미난 우리얘기 19) (우리누리 / 미래M&B)
(52) 알쏭달쏭 12가지 띠의 비밀 (우리누리 / 미래M&B)
(53) 놀라운 발견 생활의 지혜 (우리누리 / 미래M&B)
(54) 동화 토지 3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55) 짜장 짬뽕 탕수육 (김영주 / 재미마주 )
(56) 할아버지의 시계 (윤재인 / 느림보 )
(57) 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김율희 / 예림당 )
(58) 나무는 꼭 필요해 (허승회 / 웅진주니어 )
(59) 강 따라 이야기 따라 (우리누리 / 랜덤하우스코리아 )
(60) 우리 국토 수놓은 식물이야기 (우리누리 / 미래M&B)
(61) 동화 토지 4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62) 동화 토지 5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63) 동화 토지 6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64) 석유가 뚝 (담이와 함께하는 좌충우돌 에너지 탐험) (신정민 / 파란자전거 )
(65) 누구나 세상의 중심이다 (조선의 과학 사상가 홍대용 이야기) (김향금 / 웅진주니어 )
(66) 동화 토지 7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67) 고려의 시장에서 만난 아라비아 상인 2 (박종기 / 비룡소 )
(68) 마법의 두루마리 1 (석기 시대로 떨어진 아이들)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69) 아름다운 독도와 우리 섬 (우리누리 / 랜덤하우스코리아 )
(70) 큰 부자들의 경제 이야기 (이형진|우리누리 / 랜덤하우스코리아 )
(71) 동화 토지 10/완결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72) 동화 토지 8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73) 동화 토지 9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박경리 / 이룸 )
(74) 마법의 두루마리 4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75) 마법의 두루마리 5 (석가탑의 석공을 찾아서)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76) 빛나는 보물 우리 사찰 (우리누리|황보순희 / 랜덤하우스중앙 )
(77) 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 (김희경 / 논장 )
(78) 마법의 두루마리 6 (백제의 마을에서 도둑으로 몰리다)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79) 자전거 태워주는 형 (채우리 고학년 문고 10) (고정욱 / 채우리 )
(80) 그림 도둑 준모 (낮은산 작은숲 4) (오승희 / 낮은산 )
(81)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1 (우리 생활과 환경) (이수종 / 길벗스쿨 )
(82) 수학 첫발 (이영민 / 문공사 )
(83) 자석 총각 끌리스 (임정진 / 해와나무 )
(84) 마법의 두루마리 8 (암행어사 출두야)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85) 마법의 두루마리 7 (고구려 국경 수비대의 첩자를 찾아라)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86)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7 (지도) (엄정훈 / 길벗스쿨 )
(87) 공이 굴러가지 그게 물리야 (김영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재미난 물리 이야기) (김영대 / 토토북 )
(88) 손에 잡히는 과학 교과서 10 (전기와 자기) (송은영 / 길벗스쿨 )
(89) 꼬질이 버티 3 (트림)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90) 빨강 요정 루비 (데이지 메도우 / 주니어김영사 )
(91) 주황 요정 오렌지 (데이지 메도우 / 주니어김영사 )
(92) 마법의 두루마리 10 (하얼빈 역에 울려 퍼진 총성)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93) 꼬질이 버티 1 (지렁이)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94) 꼬질이 버티 2 (벼룩)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95) 마법의 두루마리 9 (해적선에서 만난 장보고) (햇살과 나무꾼 / 비룡소 )
(96) 사람과 세상을 잇는 다리 (김향금 / 아이세움 )
(97) 푸릇파릇 가로수를 심어봐 (김순한 / 대교출판 )
(98) 반가워요 길버트 (꼬마 나침반의 좌충우돌 자석 이야기) (장수하늘소 / 좋은책어린이 )
(99) 별가족 블랙홀에 빠지다 (김지현 / 토토북 )
(100) 꼬질이 버티 7 (코딱지)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101) 꼬질이 버티 5 (웩)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102) 꼬질이 버티 6 (뻥) (앨런 맥도널드 / 중앙출판사 )
(103) 노랑 요정 민들레 (데이지 메도우 / 주니어김영사 )
(104) 난중일기 (이명애 / 파란자전거 )
(105) 초록 요정 잔디 (데이지 메도우 / 주니어김영사 )
(106) 끈적끈적 꼬물꼬물 우리 몸의 신비 (정명숙 / 한솔수북(한솔교육) )
(107) 아찔아찔 화학 황금 비밀을 찾아라 (김경희 / 한솔수북(한솔교육) )
(108) 출동 우리말 구조대 (GOGO 지식 박물관 5) (김민정 / 한솔수북(한솔교육) )
(109) 자석 인간 마티 (자기와 자석: 물리) (맥밀란교육연구소 / 을파소 )
(110) 만년샤쓰 (방정환 / 길벗어린이 )
(111) 우리 할아버지는 괴짜 요리사 (세상 모든 음식에 숨음 이야기) (김수경 / 한솔수북 )
(112) 조선 화원의 하루 (궁중 화가와 우리 그림 이야기) (조정육 / 문학동네 )
(113) 민주주의를 부탁해 (강여울 / 한솔수북 )
(114) 여자는 힘이 세다 (한국편) (유영소 / 교학사 )
(115) 조선의 풍속을 그린 천재 화가 김홍도 (최석태 / 아이세움 )
(116) 수원화성 (정조의 꿈을 품은 성곽) (김진섭 / 웅진주니어 )
(117) 여자는 힘이 세다 (세계편) (유영소 / 교학사 )
(118) 별이 된 일곱 쌍둥이 (저학년 문고 14) (신순재 / 대교출판 )
(119) 넌 무슨 동물이니? (윤소영 / 길벗어린이 )
(120)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성호 / 사계절 )
(121) 우리 음식이야기 (햇살과 나무꾼 / 해와나무 )
(122) 노리개랑 조각보랑 겨레의 멋 이야기 (햇살과 나무꾼 / 해와나무 )
(123) 귀신 도깨비 내친구 (이상희 / 웅진주니어 )
(124) 써프라이즈 오딧셈의 수학대모험 1 (수의 세계) (강상균 / 스콜라 )
(125) 이이화 역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뒷간 이야기 (이이화 / 파랑새 )
(126) 누가 쓰던 물건일까 (쓱쓱 쟁기 빙글빙글 물레) (햇살과 나무꾼 / 해와나무 )
(127) 굴렁쇠랑 새총이랑 신명나는 옛날 놀이 (햇살과 나무꾼 / 해와나무 )
(128)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 (조은수 / 창작과비평사 )
(129) 분노 폭발 (에르빈 그로쉐 / 한림출판사 )
(130) 호호 아줌마의 나들이 (알프 프로이센 / 비룡소 )
(131) 호호 아줌마가 작아지는 비밀 (알프 프로이센 / 비룡소 )
(132) 마법의 숲에 간 호호 아줌마 (알프 프로이센 / 비룡소 )
(133)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지혜롭게 살았을까 (지혜가 넘치는 우리문화 이야기) (강난숙 / 청년사 )
(134) 시간을 재는 눈금 시계 (김향금 / 아이세움 )
(135) 날씨 나라 우산 가족의 나들이 (바람과 구름이 들려주는 기후와 날씨 이야기) (장수하늘소 / 밝은미래 )
(136) 사시사철 우리 놀이 우리 문화 (이선영 / 한솔수북 )
(137) 연예인이 될거야 (김선희 / 채우리 )
(138) 지구 구출 대작전 (지구 온난화를 생각하는 환경 동화) (서지원 / 베틀북 )
(139) 난 뚱뚱보 그만할래 (박연아 / 씨앤톡 )
(140) 황금 똥을 누는 아이 (홍은경 / 느림보 )
(141) 수학이 정말 재밌어지는 책 (미레이아 트리위스 / 그린북 )
(142) 속담을 말해봐 (유혜정 / 한솔수북(한솔교육) )
(143) 누렁이를 삼켜 버린 안개산으로 (제주도에 얽힌 우리 설화를 찾아 떠나는 모험) (박재형 / 국민서관 )
(144) 마녀 배달부 키키 3 (키키와 또 한 명의 마녀) (가도노 에이코 / 소년한길 )
(145) 마녀 배달부 키키 4 (사랑에 빠진 키키) (가도노 에이코 / 소년한길 )
(146) 딱 걸렸다 임진수 (송언 / 문학동네 )
(147) 달팽이의 성 (임제다 / 웅진주니어 )
(148) 무인도에서 살아 온 책귀신 솔봉이 (이상배 / 처음주니어 )
(149) 할머니는 왕 스피커 (장지혜 / 주니어김영사 )
(150) 뻔뻔한 실수 (황선미 / 창비 )
(151) 똥 뒤집어쓴 도깨비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신기한 옛이야기) (서정오 / 토토북 )
(152) 꼬리 달린 두꺼비 껌벅이 (김하은 / 해와나무 )
(153) 불량 아빠 만세 (김경옥 / 시공주니어 )
(154) 찔레 먹고 똥이 뿌지직 (약이 되는 열두 달 옛이야기) (김단비 / 웃는돌고래 )
(155) 독서 대왕 이도 할아버지가 알려 주는 세종대왕 독서법 (조혜숙 / 주니어랜덤 )
(156) 나라 꽃 무궁화를 찾아서 (김숙분 / 가문비어린이 )
(157) 제비야 날아라 (송재찬 / 봄봄출판사 )
(158) 열 살에 꿈꾸면 좋을 것들 (김태광 / 나무생각 )
(159) 거북이가 2000원 (이와사키 쿄코 / 천개의바람 )
(160) 달팽이 따라잡기 (제10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강은령|홍기운|장한애|오민영 / 푸른책들 )
(161) 내 친구 해리는 아무도 못 말려 (동화는 내친구 5) (수지 클라인 / 논장 )
(162) 방귀 스티커 (최은옥 / 푸른책들 )
(163)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요 10 - 블랙홀에 빠져 버린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홍당무 / 파란자전거 )
(164)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았을까 (김왕기 / 청솔 )
(165) 지구의 마법사 공기 (자연의 아이들) (허창회 / 풀빛 )
(166) 살 생각을 시작하는 나이 (12가지 생각 씨앗으로 큰 꿈을 펼쳐라) (김재헌 / 토토북 )
(167)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모니카 슐츠|요란 슐츠 / 고래이야기 )
(168) 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안네마리 노르덴 / 보물창고 )
(169) 어린이를 위한 우리나라 지도책 (이형권 / 아이세움 )
(170) 사라 버스를 타다 (윌리엄 밀러 / 사계절 )
(171) 펜도롱씨의 똑똑한 세계 여행 (6대륙에서 배운 삶의 지혜) (명로진 / 주니어김영사 )
(172) 어린이를 위한 배려 (전지은 / 위즈덤하우스 )
(173) 어린 임금의 눈물 (이규희 / 파랑새어린이 )
(174) 동화 토지 2부 2권 (박경리 / 이룸 )
(175) 동화 토지 2부 1권 (박경리 / 이룸 )
(176) 동화 토지 2부 3권 (박경리 / 이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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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금비늘 (1) (이외수 / 동문서)

 


(2) 황금비늘 (2) (이외수 / 동문서)


 

(3)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 / 메디치미디어)

 

 

(4) 캐주얼 베이컨시 (1) (조엔 K. 롤링 / 문학수첩)

 

 

 

(5) 캐주얼 베이컨시 (2) (조엔 K. 롤링 / 문학수첩)

 

 

 

(6) 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 현대문학)

 


(7) 왜 나는 눈앞의 고릴라를 못 보았을까? (리처드 와이즈먼 / 세종서적)

 


 

(8) 구글+아이폰 200% 업무 활용법 (이임복 / 한빛미디어) 

 

 

 

(9) 자기앞의 생 (로맹 가리 / 문학동네)

 

 

 

(1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11)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 양철북)

 


 

(12)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 싸앗을 뿌리는 사람)

 


 

(13)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 달)

 

 

 

(14) 정재승+진중권 크롯 (정재승,진중권 / 웅진지식하우스)

 

 

(15) 이코노믹 싱킹 (로버트 프랭크 / 웅진지식하우스)

 

 

(16)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17) 불안 (알랭 드 보통 / 이레)


 

(18) 박주석의 사진이야기 (박주석 / 눈빛)


 

(19) 창업국가 (사울 싱어 / 다할미디어)


 

(20)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 갤리온)


 

(21)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 다른세상)

 


(22)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 (함유근 / 삼성경제연구소)

 

 

(23)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 민음사)


 

(24) 초등 고전 읽기 혁명 (송재환 / 글담)

 


(25) 레미제라블 1 (빅토르 위고 / 범우사)

 


(26)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브레네 브라운 / 북하이브)

 


(27) 초등 고전읽기 혁명 (실천편) (송재환 / 글담출판사)

 

 

(28) 주름 (파코 로카 / 중앙북스)

 


(29) 레 미제라블 2 (빅토르 위고 / 범우사)

 


(30)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 문학동네)

 


(31) 레미제라블 3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2) 레미제라블 4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3) 레미제라블 5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4) 레미제라블 6 (빅토르 위고 / 동서문화사)

 


(35) 웬디수녀의 미국미술관 기행 1 (웬디 베케트 / 예담)

 

 

 

(36) 웬디수녀의 미국미술관 기행 2 (웬디 베케트 / 예담)

 


(37)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 웅진닷컴)

 


(38)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 웅진닷컴)

 


(39)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 웅진닷컴)

 


(40)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이윤기 / 웅진닷컴)

 


(41) 변신이야기 1 (오비디우스 / 민음사)

 


(42) 고령화 가족 (천명관 / 문학동네)

 


(43)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 을유문화사)

 


(44)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토마스 불핀치 / 창해)

 


(45) 인문학으로 창조하라 (김상근 / 멘토프레스)

 


(46)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프랭크 모스 / 알에이치코리아)

 


(47) 은교 (박범신 / 문학동네)

 


(48)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 사이먼 슈타인하트 / 위너스북)

 

 

(49) 일리아스 (호메로스 / 숲)

 

 

(50) 올 어바웃 커피 (윌리엄 H. 우커스 / 세상의아침)

 

 

(51) 1984 (조지오웰 / 민음사)

 

 

(52)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만화) (신승현 / 주니어김영사)

 

 

(53)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 삼인)

 

 

 

(54) 정치학 (아리스토넬레스 / 숲)

 

 

(55) 데카메론 1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6) 데카메론 2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7) 데카메론 3 (조반니 보카치오 / 민음사)

 

 

(58) 고래 (천명관 / 문학동네)

 

 

(59) 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강대전 / 그린비)

 

 

(60)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 천병희 / 숲)

 

 

(61) 신곡(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2) 신곡(연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3) 신곡(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64)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65) 그리스 비극 걸작선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 천병희 / 숲)

 

 

(66)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향연 (플라톤 / 천병희 / 숲)

 

 

(67)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 예담)

 

 

(68)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 예담)

 

 

(69)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 와이즈베리)

 

 

(70) 일리아스 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 (강대전 / 그린비)

 

 

(71) 발해고 (유득공 / 홍익출판사)

 

 

(72) 영혼의 자서전 (상)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73) 영혼의 자서전 (하)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74)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심재천 / 웅진지식하우스)

 

 

(75)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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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 440쪽
(2013. 12. 22.)

 

 


사람들은 자신이 알던 알지 못하든 누구나 자신만의 색채를 갖고 있다. 자기만이 특별한 색채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자키 쓰쿠루에게 하루키가 부여한 색채는 어떤 색일까....
하루키에 대한 인연이 특이한것 같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처음 읽은 책이 '1Q84'이고 고전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처음 들게해 준 책은 '상실의 시대'였다. 올해의 마지막 책이 하루키 책이 된것도 우연이었을까? 도서관 책꽂이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하루키의 신간을 발견했을때의 그 소소한 기쁨을 간직하며 올 한해 책읽기는 이것으로 마무리!!

 

쓰쿠루는 일본어로 作의 발음이다.
만들다는 뜻이란다. 창조의 創과 같은 발음이라고 한다.
쓰크루의 아버지는 이 두가지 단어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作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에 색채가 들어있는 모든 인물들과는 다르게 색채없는 쓰쿠루는 어쩌면 이 모든 색채를 한데 어울어 지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색채없는 다카키 스쿠루의 색채를 찾아 떠난 여행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다카키의 자기의 색채를 찾아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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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자키 쓰쿠루를 제외한 다른 넷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름에 색깔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남자 둘은 성이 아카마쓰(赤松)와 오우미(靑海)이고 여자 둘은 성이 시라네(白根)와 구로노(黑야??)였다. 다자키만이 색깔과 인연이 없었다. 그 때문에 다자키는 처음부터 미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물론 이름에 색깔이 있건 없건 그 사람의 인격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건 잘 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애석하게 생각했고, 스스로도 놀란 일이지만 꽤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다른 넷은 당연한 것처럼 곧 바로 서로를 색깔로 부르게 되었다.
(P. 13)

 

 

"사고란 수염 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가 한 말 같은데." 쓰쿠루가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볼테르입니다." 하고 연하의 학생이 말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웃음이 밝고 티 없이 맑았다. "그렇지만 그 말은 딱 맞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난 아직 수염은 거의 없지만 어릴 적부터 사색하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과연 그의 얼굴은 매끈한 것이 수염의 흔적도 없었다. 눈썹은 가늘고 짙었으며 귀는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볼테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사고보다 오히려 성찰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하고 쓰쿠루가 말했다.
상대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성찰을 낳는 것은 아픔입니다. 나이도 아니고, 하물며 수염은 더더욱 아니죠."
그의 이름은 하이다였다. 하이다 후미아키(灰田文紹).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여기에도 색이 있는 인간이 있다.'라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미스터 그레이. 회색은 물론 눈에 잘 안 띄는 색깔이기는 하지만.
(p. 69)

 

 

어떤 피아노 곡 레코드를 듣다가 쓰쿠루를 예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곡이란 것을 깨달았다. 제목은 몰랐다. 작곡가도 몰랐다. 그렇지만 조용하고 애절함이 가득한 음악이었다. 시작이 단음으로 천천히 이어지는 인상적인 테마. 그 안온한 변주. 쓰쿠루는 읽던 책에서 눈을 들어 무슨 곡인지 하이다에게 물었다.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예요.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에 들어 있죠.
"내가 아는 여자애가 자주 그 곡을 쳤거든.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나도 옛날부터 이 곡을 좋아했아여. 일반적으로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요 그 친구라는 분, 피아노 잘 쳤어여?"
"이 피아니스트는 누구야?"
"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인데 섬세한 심상 풍경을 그리듯이 리스트를 치지요. 리스트의 피아노 곡은 일반적으로 기교적이고 표층적이라는 평을 받아요. 물론 개중에는 기교 위주의 작품도 있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들어 보면 내면에 독특한 깊이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장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요. 특히 이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이 그래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에서 리스트를 올바르고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비교적 요즘 사람 가운데에는 베르만이 뛰어나고, 예전 사람 가운데서는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iu) 정도가 아닐까 해요.
(p. 78)

 

 

"물론 재능이란 덧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최후의 순간까지 지탱하는 인간은 거의 없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거기서 태어나는 것은 가끔씩 정신의 위대한 도약을 이루어 냅니다. 개인을 넘어 보편적인, 거의 독립적인 현상으로서."
(p. 105)

 

 

"따져 보면 참 기묘한 이야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를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해 대량의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보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몰라."
(p. 167)

 

 

아카가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사실이란 모래에 묻힌 도시 같은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래가 쌓여 점점 깊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모래가 날아가서 그 모습이 밝게 들어나는 경우도 있어."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스는 없어."쓰쿠루는 사라의 말을 떠올리고 그것을 외우듯이 말했다.
아카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p. 229)

 

 

여행 준비를 끝낸 다음, 오랜만에 리스트의 「순례의 해」레코드를 꺼냈다.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하는 세 장짜리 LP. 15년 전 하이다가 남겨 둔 것이었다. 그는 거의 레코드를 들을 목적 하나만으로, 아직도 구식 레코드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었다. 첫 장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2면에 바늘을 올렸다.
제1년 스위스. 그는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르 말 뒤 페이」는 그 소곡집의 여덟 번째 곡이고, 레코드에서는 2면의 첫 번째였다. 그는 그 곡부터 듣기 시작하여 제2년 이탈리아의 네 번째 곡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제47번」까지 듣곤 한다. 거기서 레코드가 끝나고 바늘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르 말 뒤 페이」. 조용한 멜랑콜리가 어린 그 곡은 그의 마음을 감싼 형체 없는 슬픔에 조금씩 윤곽을 그려 준다. 마치 허공에 잠겨 든 투명한 생명체의 표면에 수없이 많은 가느다란 꽃가루가 달라붙어 전체 형상을 눈앞에 조용히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이윽고 사라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민트 그린의 반소매 원피스를 입은 사라.
가슴의 동통이 다시 살아났다. 격렬한 통증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격렬한 통증의 기억이다.
(p. 288)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에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의식의 꼬리에 매달린 빛이 멀어져 가는 마지막 특급 열차처럼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작어지더니 밤 가운데로 빠져들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작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만 남았다.
(p.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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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만점 수기
심재천 / 웅진지식하우스 / 298쪽
(2013. 12. 18.)



 

  지금까지 내 토익 최고점은 590점이다 - 리스닝 290점, 리딩 300점.
  이 점수로는 한국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여자들한텐 인기가 없고, 취직도 안된다. 대학을 4년씩이나 다녔는데도 나는 리스닝이 무섭다. 리스닝 1번 문제부터 패닉에 빠져버리니까 리딩도 죽을 쑨다.
  토익 만점은 990점. 거기에 비교하면, 590점은 어디 가서 말하기도 창피한 점수다. 반타작을 조금 넘긴 수준. 만점을 받으려면 400점을 더 보태야 한다. 앞이 캄캄한 일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만점을 받은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토익 만점은 뭐, '나 눈 두 개 달렸소'하는 것과 같지."
  겸손도 아니었고, 농담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찡 울렸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p. 17)

 


  "미안하지만, 거기에 있으면 내 영어가 늘지 않아."
  내가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나는 스티브를 세워두고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도 시티브 덕분에 토익 실전문제집에서 805점이란 점수를 맞을 수 있었다. 또, 스티브는 내게 콘플레이크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타월도 마음대로 쓰게 해줬다. '앉아 쏴'를 강요하거나 변기 뚫는 일을 시키지 않았다. 인질 신분에서 매니저, 파트너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하는 기쁨도 주었다. 스티브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를 매정하게 돌려 보내서 마음이 무거웠다.
(p. 207)

 

 

  외출한 김에 교보문고에 갔다. 광화문은 그새 많이 변해 있었다.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못 보던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엔 이순신 장군 동상이 버티고 서 있다. 거대한 남자가 둘이나 있으니, 거리가 영 우중충했다. 홀아비 냄새가 난다. 차라리 인어공주를 세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p.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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