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 열린책들 / 512쪽
(2015. 6. 9.)

 


스웨덴 판 포레스트 검프
하지만, 그 많은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스웨덴의 시골의 평범한 한 인물을 중심으로
기묘하게 엮어 나가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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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할아버지는 청중을 휘어잡는 재능이 있으셨다. 코담배 냄새를 물씬 풍기며 지팡이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벤치에 앉아 계시던 그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그분의 손주인 우리가 입을 헤 벌리고서 하던 질문도 아직 귀에 생생하다
  <할아버지...... 그게...... 진짜 정말이에요......?>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라고 할아버지는 대답하셨다.
(P.5)

 

  복수는 좋지 않은 거야. 복수는 정치와도 같은 것이라서. 하나는 다른 하나를 낳고 악은 개악을 낳아 결국 최악에 이르게 되거든.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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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달리다
배순탁 / 북라이프 / 264쪽
(2015. 6. 8.)

 


나와 몇살의 나이차가 나긴 하지만..
거의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시대를 겪으며 들었던 음악의 동질감이

느껴져서 좋은것 같다.
그 시절 나 역시 왜 그리 음악에 빠졌던 것이었을까?
젊은 날 불안했던 나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던 음악들 추억하며

즐겁게 읽어 내려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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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이 던져준 비장한 메시지의 음악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언명이었다. 헤비메탈 기타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었던 <나는 남들과 다르다> 덕분에 처음으로 남들과는 다른 음악과 관련딘 직업을 그려 보았고, <Maunfacturing: 생명생산>은 예전에 본 <블레이드 러너>라는 암울한 풍경의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이런 영화와 노래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간을 묘사한 작품'임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훨씬 후였다.
(P.20)

 

 

  모든 위대한 음악가는 자신만의 음악사를 갖고 있다. 위대한 음악가는 그래서 곧 하나의 장르가 된다. 나는 신해철이야말로 그런 음악가였다고 확신한다. 부디 영면하시길. 내 인생의 뮤지션이여. 당신을 향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팬레터를 여기에 부칩니다. 왜 우리는 항상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걸 모른 채, 그 마지막 순간을 무심코 흘러보낼 수밖에 없는 건지요.
(P.29)

 


  자본이라는 포악한 괴물에 이해 한국대중음악계는 잠식당한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대중이라는 이름은 자본주의가 가장 편하게 쓰곤 하는 위선의 가면이다. 이게 무조건 그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대중을 위하여'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시즘적 슈퍼 갑질을 보라.
(P.42)

 

 

  가을바람 느껴지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플레이이한다. 비단 나만의 오랜 습관은 아닐 것이다. 이소라의 음악은 바람 그 자체다. 그가 <바람이 분다>를 처음 발표한 2004년, '결국엔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픔을 아픔으로 달래 보는 것. 이소라 음악의 핵심이다.
(P.107)

 


  이기용, 그리고 밴드 허클베리 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인디 신의 베테랑. 1998년 데뷔한 이래 그들은 다섯 장의 앨범을 내놓았고, 예외 없이 비평적 찬사를 받았지만 커다란 상업적 성공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음악을 논해야 하는 이유. 그건 그들의 음악이 현재 우리 대중음악의 주류가 상실해버린 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세상이라는 현실과의 긴장'이라고 부른다.
(P.124)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을 되새겨본다. "예술에 있어서의 혁신은 내용이나 형식이 아니고 기술에서 나온다."
  우리는 예술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작사, 작곡, 편곡이라는 삼위일체를 향한 맹신이 낳은 사생아 중에 하나다. 물론 창작이라는 행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중음악에 있어 혁신을 거듭해온 것은 어찌 보면 뮤지션의 대뇌가 아니라 스튜디오라는 '공간'이었다. 이승환은 이 공간의 완벽한 지배자를 꿈꾼다.
(P.158)

 


  과거에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질 않아서 불안해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래가 너무 뻔히 보여서 불안해한다. 이렇게 죽어라 공부해봤자 내 미래는 잘해야 대기업의 사원 정도나 될거라는 현실. 실존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생존이라는 인간의 본질에만 더없이 충실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이런 와중에 (그것이 비록 평론가들에 의한 펌프질일지라도) 한 시대를 압축해서 전시하는 노래나 뮤지션 따위, 등장할 리 만무한 것이다.
  단언컨대, 그것이 버록 허상일지라도 넥스트 서태지는 없다. 무한한 청춘의 가능성을 찬양하는 노스텔지어적 정서 역시 폐기 처분된 지 한참이다. 청춘이라는 소재를 포장조차 할 수 없는 시대. 그러니까, 청춘이 곧 어른이 된 시대. 우리의 각박한 21세기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P.189)

 


  음악과 영향력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의 음악적인 위치는 독특하다. 일단 그는 메이저도 아니고 인디도 아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즉, 산업적인 포지셔닝 측면에서 유희열과 그의 분신인 토이는 이 '중간계'들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중간계는 적어도 유희열에게 메이저보다 영향력이 떨어진다거나, 인디보다 창작의 자유가 덜 보장되는 곳이 아니다. 도리어 이를 통해 그는 메이저와 인디 모드를 아우를 수 있는, 일종의 위치 이동을 보장하는 프리패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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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노혜숙 / 북로드 / 467쪽
(2015. 6. 6.)

 



  창의성이란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창의적'이라고 불릴 만한 아이디어나 업적은 한 개인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상승작용의 결과이다.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쪽이 훨씬 수월하다. 아울러 진정으로 창의적인 업적은 갑작스러운 통찰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노력 끝에 찾아오게 된다.
(P.9)

 


  창의성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체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겨난다. 그 세 가지 요소란 상징적인 규칙들을 포함하는 문호, 상징영역에 새로움을 가져오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새로움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현장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발견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P.15)

 


  창의성의 구성요소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주어진 장소와 시간에서 창의성의 수준이 개인의 능력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역과 현장에서 인정을 받고 널리 알려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우리의 노력 여햐에 따라 창의성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회사들은 시장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종업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는 일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경영진이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로부터 유용한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P.37)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체계를 완전히 습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어렵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상황에 적응하고,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이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다름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P.63)

 


  창조과정은 직선적이 아니라 순환적이다. 얼마나 많은 반복과 전환과 통찰을 거치는지는 문제의 깊이와 넓이에 따라 달라진다. 잠복기간이 몇 년씩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몇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하나의 심오한 깨달음일 수도 있고, 수없이 많은 작은 깨달음의 연결에서 나올 수도 있다.
(P.98)

 


  만일 여러분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다면, 적어도 과학과 수학은 배워야 합니다. 특히 수학은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대학에 갔을 때 마음이 바뀌어서 과학이나 수학을 좀 더 배우고 싶어한다면 필요한 기초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니까요.
(P.111)

 

 

  깨달음은 아이디어 사이의 무의식적인 연관성이 정확하게 들어 맞으면, 마치 물 속에서 코르크를 잡고 있다가 놓는 순간 물 밖으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의식 밖으로 튀어오르는 듯하다.
(P.129)

 

 

  나중에 어느 영역에서 창의적 인물이 되는지에 관계없이 어릴 때부터 풍부하고 다양한 삶을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난이나 사회적 불이익에 맞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극진한 관심이 필요하다. 좋은 학교와 교사를 만나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도움과 지도 없이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P.197)

 

 

  인간은 실패가 허락된 유일한 창조물입니다. 만일 개미가 실패를 하면 그건 죽음이죠. 하지만 우리는 시룻와 실패를 통해서 배우도록 허락되었습니다. 인간은 넘어지면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배울 수 있죠. 만일 마음 넣고 실패를 할 수 없다면 나는 또 다른 책을 시작하지 못할 것이고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할 겁니다.
(P.305)

 

 

  창의적 인물들은 끊임없이 놀라워한다. 마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들은 우리가 보기에 너무나 당연한 일에도 의문을 갖는다. 그 이유는 까다로운 성격 때문이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기존의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인식이 되기 전에 문제점을 감지하고 표현한다.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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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현대문학 / 456쪽
(2015. 6. 3.)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167)

 


  가족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좋은 일로 잠시 헤어져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싫어져서, 그만 지겨워져서, 라는 이유로 서로 뿔뿔이 헤어진다는 것은 가족의 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258)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 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 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구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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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우리시대 공부의 일그러진 초상)

이원석 / 책담 / 192쪽
(2015. 5. 11.)

 

 


  동아시아 공동체의 일원답게 한자부터 살펴보자. 공부는 工夫다(실은 이것조차 to study를 번역한 것이다.) 工夫를 원래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다들 아실 게다. 바로 쿵후다. 우리가 중국 무술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그것이다. 단순한 음운록적 유사성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실제 어원상으로 그 단어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미론적으로도 깊은 상관성이 있다. 몸의 수련법으로서의 쿵후와 지적 노동으로서의 공부가 하나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P.33)

 


  공부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온전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자연적 존재로서의 동물을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무술을 단련하고(쿵후), 기술을 가다듬고(공부), 심성을 연마하는(마음공부) 것 등이 모두 '공부하다'라는 표현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곧 공부는 몸을 새롭게 만들고, 마음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P.44)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하게된 것은, 그가 언제나 달갑지 않은 진실을 알게 하는 귀찮은 존재로서, 마치 등에(쇠파리)와도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많은 경우 진실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직면시킬 때, 폴리스 시민들이 그에게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듣고 싶어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굳이 들려주는 일은 위험한 것이다. 그는 그 일을 감당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진실/진리를 말하고자 하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와 맞짱 떴다.
(P.68)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런데 시선은 권력을 함의한다. 보는 자가 보이는 자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다. 즉, 시선의 비대칭성에서 권력이 발생한다. 시각적 주체각 권력의 주체인 셈이다. 조지 오웰의<1984>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에서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시민들이 감시당하고 있다. 빅브라더의 권력은 바로 이 텔레스크린을 통한 총체적 감시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P.101)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것이나 골라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고전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유효적절한 고전을 선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나 자신에게 와 닿는 책을 선택하라. 핵심은 내가 그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오를 잡고자 하는 얄팍한 동기라도 좋다. 남들을 의식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다. 하나 최소한 내가 그 책을 읽고 싶은 매력이 있어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냥 고른다면, 겨우 생긴 열정이 금방 사그라질 것이다.
  둘째, 자신에게 조금 높은 허들을 제공하는 고전을 택하는 편이 좋다. 난이도가 지나친 책은 멀리하라. 많은 고전들이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읽힌다.
(P.109)

 


  현대인은 누구나 글을 읽고, 생각을 한다. 그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언어가 발명된 이래로 우리는 언어를 매개로 정보를 습득하고, 사유를 진행하게 되었다. 인쇄매체의 발명은 이를 가속화하였다. 물론 인간으로서 더욱 성장하려면, 그 정도를 확장해야 한다. 다독과 다상량은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핵심은 성장에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읽고 듣는 것조차 생각하기 위한 자양분일 따름이다.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 바르게 읽어야 바르게 생각할 수 있다.
(P.117)

 


  마음 관리의 기본에 해당하는 독서 또한 일주일에 한 권이 기본이다. 한 주라는 리듬 안에서 새로운 정보와 그에 기반한 깊은 성찰이 한주기를 이루며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최소에 해당한다. 시험이나 전쟁과 같은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한 주에 적어도 두 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어디 가서 독서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른 분야의 고수와 마찬가지로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도 다른 것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서 역시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P.126)

 


  공부는 우리 사회를 보여 주는 창문이다. 초두에 지적하였듯이 한국 사회의 문제는 공부의 맥락에서 압축적으로재현되기 때문이다. 왜곡된 욕망의 실현을 공부를 통해 주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실상이다. 우리의 사회적 위계는 위리의 학업적 위계에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애초에 우리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은 우리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우리의 현세적 욕망이 공부의 목적이 되고, 공부가 현세적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부를 통해 들여다보는 우리 사회는 이토록 철저하게 왜곡되어 있다.
(P.165)

 


  한국을 구성하는 시민들 중 5퍼센트만이라도 이렇듯 공부에 입각하여 나름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질까 생각해보자. 그들은 더 이상 특정 대학의 서열에 민감하지 않고, 특정 업종의 광휘에 눈이 멀지 않으며, 자신의 직급과 연수독,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배기량 등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헛되이 자녀의 성적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자녀의 성적보다 인성을 중시할 것이며,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보지 않으며, 자신들의 생각과 욕망을 불어넣는 것을 자녀에 대한 상이라 착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기 삶을 자기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가도록 격려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아이드로가 함께 공부하는 것일 게다. "아이가 진짜 공부를 한 뒤에 진학을 않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음을 부모는 예상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바르게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찬란한 빛을 되찾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밝은 광명을 비추어 줄 것이다.
(P.169)

 


  제대로 된 공부는 사람을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으로 만들어 준다. 이 사회가 짜놓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사실 이 길은 조금 어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멋있고 자유로운 길이기도 하다.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삶을 걸 만하지 않은가.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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