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달리다
배순탁 / 북라이프 / 264쪽
(2015. 6. 8.)

 


나와 몇살의 나이차가 나긴 하지만..
거의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시대를 겪으며 들었던 음악의 동질감이

느껴져서 좋은것 같다.
그 시절 나 역시 왜 그리 음악에 빠졌던 것이었을까?
젊은 날 불안했던 나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던 음악들 추억하며

즐겁게 읽어 내려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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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이 던져준 비장한 메시지의 음악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강력한 언명이었다. 헤비메탈 기타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었던 <나는 남들과 다르다> 덕분에 처음으로 남들과는 다른 음악과 관련딘 직업을 그려 보았고, <Maunfacturing: 생명생산>은 예전에 본 <블레이드 러너>라는 암울한 풍경의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이런 영화와 노래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간을 묘사한 작품'임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훨씬 후였다.
(P.20)

 

 

  모든 위대한 음악가는 자신만의 음악사를 갖고 있다. 위대한 음악가는 그래서 곧 하나의 장르가 된다. 나는 신해철이야말로 그런 음악가였다고 확신한다. 부디 영면하시길. 내 인생의 뮤지션이여. 당신을 향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팬레터를 여기에 부칩니다. 왜 우리는 항상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걸 모른 채, 그 마지막 순간을 무심코 흘러보낼 수밖에 없는 건지요.
(P.29)

 


  자본이라는 포악한 괴물에 이해 한국대중음악계는 잠식당한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대중이라는 이름은 자본주의가 가장 편하게 쓰곤 하는 위선의 가면이다. 이게 무조건 그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대중을 위하여'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시즘적 슈퍼 갑질을 보라.
(P.42)

 

 

  가을바람 느껴지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플레이이한다. 비단 나만의 오랜 습관은 아닐 것이다. 이소라의 음악은 바람 그 자체다. 그가 <바람이 분다>를 처음 발표한 2004년, '결국엔 올 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픔을 아픔으로 달래 보는 것. 이소라 음악의 핵심이다.
(P.107)

 


  이기용, 그리고 밴드 허클베리 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인디 신의 베테랑. 1998년 데뷔한 이래 그들은 다섯 장의 앨범을 내놓았고, 예외 없이 비평적 찬사를 받았지만 커다란 상업적 성공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음악을 논해야 하는 이유. 그건 그들의 음악이 현재 우리 대중음악의 주류가 상실해버린 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세상이라는 현실과의 긴장'이라고 부른다.
(P.124)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을 되새겨본다. "예술에 있어서의 혁신은 내용이나 형식이 아니고 기술에서 나온다."
  우리는 예술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작사, 작곡, 편곡이라는 삼위일체를 향한 맹신이 낳은 사생아 중에 하나다. 물론 창작이라는 행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중음악에 있어 혁신을 거듭해온 것은 어찌 보면 뮤지션의 대뇌가 아니라 스튜디오라는 '공간'이었다. 이승환은 이 공간의 완벽한 지배자를 꿈꾼다.
(P.158)

 


  과거에 사람들은 미래가 보이질 않아서 불안해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래가 너무 뻔히 보여서 불안해한다. 이렇게 죽어라 공부해봤자 내 미래는 잘해야 대기업의 사원 정도나 될거라는 현실. 실존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생존이라는 인간의 본질에만 더없이 충실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이런 와중에 (그것이 비록 평론가들에 의한 펌프질일지라도) 한 시대를 압축해서 전시하는 노래나 뮤지션 따위, 등장할 리 만무한 것이다.
  단언컨대, 그것이 버록 허상일지라도 넥스트 서태지는 없다. 무한한 청춘의 가능성을 찬양하는 노스텔지어적 정서 역시 폐기 처분된 지 한참이다. 청춘이라는 소재를 포장조차 할 수 없는 시대. 그러니까, 청춘이 곧 어른이 된 시대. 우리의 각박한 21세기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P.189)

 


  음악과 영향력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의 음악적인 위치는 독특하다. 일단 그는 메이저도 아니고 인디도 아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즉, 산업적인 포지셔닝 측면에서 유희열과 그의 분신인 토이는 이 '중간계'들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중간계는 적어도 유희열에게 메이저보다 영향력이 떨어진다거나, 인디보다 창작의 자유가 덜 보장되는 곳이 아니다. 도리어 이를 통해 그는 메이저와 인디 모드를 아우를 수 있는, 일종의 위치 이동을 보장하는 프리패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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