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b30 잘 혼합된 정체에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며, 특히 사소한 범법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불법행위(paranomia)는 부지불식간에 기어들어와 나라를 망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사소한 지출이라도 자꾸 되풀이되면 결국 한 재산을 날리게 되는 것과도 같다. 지출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작으면 전체도 작다.'는 오류추리를 할 때처럼 오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추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전부(to holen) 또는 전체(ta panta)는 작은 부분들로 이루어져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선 사소한 불법행위 때문에 변혁이 시작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1308b31 그러나 모든 정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이나 다른 제도(oikonomia)를 통하여 공직을 축재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과두정체에서는 특히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면 대중은 공직에서 배제된 것에 화를 내기는커녕 생업에 열중하게 해준 것을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통치자들이 공금을 횡령한다고 생각되면, 대중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서, 즉 공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이익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분개할 것이다. 공직이 축재 수단이 될 수 없을 때에만 민주정체와 귀족정체가 결합될 수 있다. 귀족들도 대중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것은 민주정체의 목표이고, 사실상 귀족만이 공직자가 되는 것은 귀족정체의 목표다. 이것은 공직을 축재 수단으로 삼을 수 없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빈민은 그래봐야 덕될 것이 없으니 공직에 취임하기보다 생업에 종사하려 할 것이고, 부자들은 공금에 기댈 필요가 없으니 공직에 취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빈민은 생업에 열중하여 부자가 될 것이고, 귀족은 아무에게나 지배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공공재산의 횡령을 막기 위해서는 전 시민이 모인 앞에서 공금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회계장부의 사본은 씨족별로, 부대별로, 부족별로 보관해야 한다. 공직자가 다른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도록, 평판이 좋은 공직자에게는 명예가 주어지게끔 법이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