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보면 이야기의 핵심 테마는 '나'이다. 앨리스는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실에서 알던 자신의 정체성을 이상한 나라에서 발견하려 그토록 헤멘다. 그 혼란을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바로 제멋대로 변하는 그녀의 키이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앨리스의 키는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법정에 들어서 비로소 소녀는 자신을 찾게 된다. 


 인간에게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델포이 신전에 새겨졌던 "네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되새기지 않더라도 자신을 아는 일은 만만치 않다. 앨리스처럼 끝에 이르러서야 알 수밖에 없는 일일지 모른다. 삶이란 완료가 아니라 진행이기에 죽을 때까지 바로 자신을 알기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잠시 서서 나란 사람을 되새겨 보자. 훌쩍 서른을 뛰어넘어 후반에 접어들었다. 0과 1, 참과 거짓을 분명히 나누려던 외골수에서 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삶에 대해 너그러워졌다 말하고도 싶고 세상풍파에 오염됐다고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과거에 내 안에 갇혀 있던 모습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이의 삶에 관심갖게 되었다.


 그래서 블로그 대문에 제목을 '나 너 세계'라고 이름붙였다.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너 그리고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이유로 책은 좋은 매개체이다. 책의 형식을 빌러 내 생각을 전하고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독서이후 '반드시' 말하거나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야 책은 고스란히 나의 부분이 된다. 박제된 지식에서 박동하는 지식으로. 이게 내가 책을 읽는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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