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지하철을 타면서 애용하는 정거장 자리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자리가 편리하다는 사실이다. 그 '편리하다'는 단어속에는 특별히 효율적이라거나 빠르다거나 등의 의미는 없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그 자리가 눈에 들어와 버렸다. 그래서 매일 그 자리에 선다. 그 자리는 환승하는 곳과 적당히 떨어져 있고 그럭저럭의 사람이 내가 이용하는 시간에 서있다. 그게 이유라면 이유이다.
예전에는 지하철 자리 하나하나를 옮겨타며 그 자리를 실험(?)해보곤 했다. 내가 여기서 마음속에 둔 가설이라고 해봤자 어느 자리가 괜찮을까하는 정도의 어렴풋한 생각 정도였다. 지하철 보도에 써진 숫자 하나하나를 옮겨 타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어느 자리든 차이가 없다! 조금 빨리 갈 수는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그 이전까지 나는 강박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장 빠른 길을 택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머리속에는 '왜 이렇게 사나'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뒤 나는 여유롭게 지하철을 타는 습관을 들였다. 뛰기 보다는 걸으면서 하루를 계획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어도 내면의 안정을 얻는다. 그렇게 잠시 속도를 늦추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