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신서 114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멘토, 몇년 전인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단어이다. 대학생 멘토를 중, 고등학생과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에서 멘토 전문 방송 프로그램까지 생길 정도로 우리는 스승을 원하고 있다. 흔히 멘토는 경험이 많고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으로 멘토의 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하며 너도나도 인생의 멘토를 찾기 위해 분주히 인맥을 넓혀가거나 강연회에 참여한다. 교육 일선에서도 멘토는 주요한 역할인데, 선생님들에게 그 역할이 돌아간다. 대학에서는 어떨까. 대학교에서는 교수님들이 언제든지 상담을 환영한다며 찾아오라고 하지만 우리는 섣불리 찾아가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고지식한 수업 방식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담, 재미있는 얘기를 최대한 배제한 수업은 중,고등학교에서처럼 편안한 분위기보다는 엄숙하고 긴장감이 감돈다. 교수님들이 멘토의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동안의 불만과 비난에 대해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베버는 이 책의 내용이 되는 강연에서 교수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사실만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100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베버의 강연은 지금까지도 옳고 가르침을 준다. 대학 진학률이 80퍼센트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왜 학문을 하는지 알고 대학에 들어온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남들이 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대학을 가기에 남들만큼 열심히 했고, 그로 인해 지금 여기까지 왔다. 초,중,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무려 16년동안 공부하면서 왜 내가 이런 학문을 선택했고, 공부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많은 친구들이 교수라는 직업이 자신만의 연구시간도 많고, 방학이라는 여유시간도 있고, 명망도 있기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학문을 직업으로 가지는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베버는 강연에서 학문의 목표는 학자가 이루어낸 성취가 또 다른 성취에 의해 능가되고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즉, 내가 이루어낸 발견, 성취는 끝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더 나아갈 발전의 단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명의식이 없는 사람은 학문을 직업으로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베버는 말한다. 진정으로 학문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자신의 발견의 존속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후배들에 의해 넘어서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이 나를 앞지르는 것을 좋아라하는 사림이 얼마나 될까. 필자가 보기에 현대에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논문을 유력 잡지에 내는 것이나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연을 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진정한 학문의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학문은 무엇이고 왜 우리는 계속해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일까. 수백년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우주에 대해서는 아직 1퍼센트도 알지 못한다고 하고, 지구의 생명체에 대해서도 아직도 의문 투성이이다. 그렇다면 학문의 발전은 어디서 멈추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그 다음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학문에도 끝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 같다.
  
  베버는 미국의 예를 들며 올바른 교수의 역할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대학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하며 지식과 방법을 학생들에게 파는 것이 채소가게에서 채소를 파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교육은 담백하고 깔끔해야 하며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교수에게 멘토라는 유교적인 지도방법을 강권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과 지식을 알려주는 방법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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