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일요일 

 

스킨헤드族이었고 샤넬의 모델이었던 그녀가 로마 가톨릭에 귀의하여 사제의 발걸음을 배울 때, 일요일의 종소리는 열두 시와 여섯 시에 한 번 

 

나는 이 형식을 벗어나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독일式 화이버를 쓴 남자는 일 초 전이나 일 초 후의 내 자리를 지나고 휘파람을 씨익 불지만 저기 멀리 달아나는 오토바이의 시간 

 

오토바이는 오토바이의 형식으로 달리고 

모래는 모래의 날들 위에 반짝인다 

 

누군가 목격했다고 해도 나는 같은 형식으로 잠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사제는 사제의 발걸음을 옮긴다 종소리는 열두 시와 여섯 시에 한 번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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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지의 밤 

 

호주머니를 잃어서 오늘 밤은 모두 슬프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모두 서른두 개 

나는 나의 아름다운 두 귀를 어디에 두었나 

유리병 속에 갇힌 말벌의 리듬으로 입 맞추던 시간들을. 

오른손이 왼쪽 겨드랑이를 긁는다 애정도 없이 

계단 속에 갇힌 시체는 모두 서른두 구 

나는 나의 뾰족한 두 눈을 어디에 두었나 

호수를 들어올리던 뿔의 날들이여. 

새엄마가 죽어서 오늘 밤은 모두 슬프다 

밤의 늙은 여왕은 부드러움을 잃고 

호위하던 별들의 목이 떨어진다 

검은 바지의 밤이다 

폭언이 광장의 나무들을 흔들고 

퉤퉤퉤 분수가 검붉은 피를 뱉어내는데 

나는 나의 질긴 자궁을 어디에 두었나 

광장의 시체들을 깨우며 

새엄마를 낳던 시끄러운 밤이여. 

꼭 맞는 호주머니를 잃어서 

오늘 밤은 모두 슬프다 

 

-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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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80이 되면 인생에 대해  
할 말이 많구나 라는 것을 실감 

영화를 보는 내내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생각되지 않지만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크리스틴 콜린스가 월터라고 주장하는 다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그 아이를 경찰측에서 크리스틴의 아들이라고 주장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그녀가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을 때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다가 살인범과 그의 사촌 동생 얘기가 진행될 때는 경악과 처연함, 사촌 동생에 대한 동정이 오갔는가 하면 그녀가 끝까지 아들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하는 대목에서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인간성의 질기딘 질긴 끊어지지 않는 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근데, 음악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일 줄이야 

"이 할배 정말 장난이 아니군!" 

이런 말밖에... 

그녀는 끝내 아들을 찾으려 했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공권력이라든가, 살인범이라든가 하는 어떤 이상한 집착에 휩쌓인 이들에게는 그 순수한 욕구가 보이지 않는다.    

까뮈의 페스트를 읽은 얼마 뒤라서 그런지, 나는 저 살인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명도 생명이니까 살인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게다가 그렇게까지 죽기 싫어하니 더더욱 미운데. 아,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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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류 최대의 적이자 최고의 적 귀차니즘과 싸워 이겨내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시퍼라  

라고 끝나는 만화 

2. 후루야 미노루는 '최악이야' 라고 생각할만한 인물들을 사랑해준다. 변태 아저씨들-여학생 교복을 입고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부장님-, 못생긴 데다 대머리인 삼십대 총각, 돈 없고 아르바이트도 하기 싫어하며 멋진 오토바이를 몰고 싶어하는 한심한 대딩에 대해서 이런 미친놈, 한심한 인간이라고 삿대질하지 않는다. 대신 걔네들도 살고 있다고, 어디선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3.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네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줄게,  

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고마워  

라고 대답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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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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