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가 어리석은 줄을 모릅니다. 고치는 것은 둘째 치고, 아예 모르는 줄도 몰라요. 잘못했으면서도 잘못한 줄을 모르고, 틀렸으면서도 틀린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자기 생각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 괴롭고 슬퍼요. 마음에 근심과 걱정, 초조와 불안, 미움과 원망이떠나질 않습니다. - P51

깨달으려면 이렇게 "아니오" 하려고 할 때 한번 꽉 뒤집어서 "예"라고해버려야 합니다. "예"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 때 "예"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절대로 저것은 아니야." 이 생각이 딱 들 때 공부하는 사람은 한번 확 뒤집어서 "예"라고 해버려야 해요. - P81

아상을 꺾는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다를 때 탁 내려놓고 "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되지 않아 결국 자기 업에 따라서 삽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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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한 감정이 바람 불면 물결이 일듯 일어나는 것과, 그 속으로 풍덩 빠져 헤어나올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물론 나쁜 상태는 한번 일어나면 거부할 수 없이 우리를 포박하려 들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음의 힘 또한 노력할수록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노력의 방법 중 하나가 자연과 최대한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은 자기 상태에 대한 미움이나 비난이 없다. 그리고 마음은 본래 그런 식물의 형태이지 지금 나를 옥죄어오는 이 나쁜 형태가 아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한번 더 환기하기 위해 지금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P216

저자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원예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다가 사실 현대인의 일조량, 곧 외부 활동의 양을 따져보면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실 이 거대한 도시에 갇힌 수감자들이며, 적절한 파괴와 돌봄, 성장의 드라마, 그것을 통해 얻는 승화를 의도적으로 도모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 P223

도시는 식물을 풍경의 오브제로 삼곤 하지만 본래 식물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만지고 뜯고 냄새 맡고 먹는 것이니까. 만약 식물에게서 매번 고통을 상상한다면 식물을 기르는 방식은 매우 왜곡될 것이다. 잎을 떨어뜨리거나 가지를 휘거나 적절한 시기가 되면 꽃을 말려 떨어뜨리는 식물의 행태는 식물의 방식대로 읽을 때 비로소 본질에 맞는 자연적 행위가 된다. 가드닝을 하며 식물과 나는 생존의 드라마를 함께 겪지만 그것은 인간인 내가 구성한 것일 뿐 사실 거기서 발생하는 상념들은 식물 자체와는 무관하다. 그 무관함, 발코니에서의 날들이 계속되면서 나는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그 무관함이라는 생각을 한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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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희망하고 믿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 믿지 않는 것은 외면과 단절로 끝이 나지만 믿는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이후의 발걸음까지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42

헤세는 자신이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지만 한가지만은 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그것은 바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무상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충고한다. - P55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갈 마음이 아닐까. 준 것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완전한 습관으로서의 돌봄, 혹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 P83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가능한 한 힘써보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관이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얻는 것이 없더라도 끝까지 애쓰면서 아주 천천히 손에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 그 역시 우리가 아는 사랑의 일면이니까. - P83

가장 간절하고 애끓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이런 것에 기대게 된다고 생각했다. 꽃, 나무, 달, 물결, 하늘, 구름처럼 모두에게 주어져 ‘갖는다‘는 개념이 아예 불가능하고 그래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 것들에. - P87

무언가를 보살피는 마음에서 그 대상은 다른 대상으로 좀처럼 대체되지가 않았다. 마음은 늘 동일한 것이라서 쓰려고 하면 여러 대상을 향해 나아갔고 더이상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함께 멈췄다. - P101

나 역시 실패야말로 이후의 갱신을 위해 어쩔 수 없이거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여기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단선적인 성과의 누락이 아니라 알고 있던 세상의 입체적인 붕괴이니까. - P165

식물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좋은 마음도 그런 안도였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식물들이 피고 지는 숱한 반복을 하며 가르쳐주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경탄이나 미적 수사들이 아니라 공기와 물, 빛으로 만들어낸 부드럽고 단순한 형태의 삶의 지속이었다. 그런 식물의 녹록함이 우리에게 지혜로서 머물기를, 녹록지 않은 순간에도 고개를 돌려 나무 한그루, 잎한 장에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용기가 새해에는 마음속 포트에 늘 담겨 있기를 바랐다. 바로 그 전환의 용기야말로 식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빛나는 마음이라는 것을 한 해의 끝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기쁘게 깨닫고 있으니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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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냉소란 ‘차가운 실망‘이라는 상담사의 표현을 들었는데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다. - P7

지금의 나라면 이십대의 나에게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은없다고 말해줄 수 있을 듯하다. 더 덧붙이자면 상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아예 말이 되지 않는다고. - P10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 (때론 달갑지 않은)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진딧물의 습격을 받고도 가지의 어느 한편이 꺾인 채로도 동시에 새잎은 나고 나뭇가지는 길어진다. 성장이라는 무람한 에너지는 늘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발산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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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 P7

옮겨 살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 어렵다면, 살기 어려운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서 짧은 생명을, 한동안만이라도살기 좋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시인이라는 천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내려진다. 예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만들고,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해주는 까닭에 소중하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기 어렵게 하는 번뇌를 뽑아내고, 고마운 세계를 직접 묘사해내는 것이 시고 그림이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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