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고 희망하고 믿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 믿지 않는 것은 외면과 단절로 끝이 나지만 믿는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이후의 발걸음까지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42

헤세는 자신이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지만 한가지만은 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그것은 바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무상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충고한다. - P55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갈 마음이 아닐까. 준 것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완전한 습관으로서의 돌봄, 혹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 P83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가능한 한 힘써보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관이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얻는 것이 없더라도 끝까지 애쓰면서 아주 천천히 손에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 그 역시 우리가 아는 사랑의 일면이니까. - P83

가장 간절하고 애끓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이런 것에 기대게 된다고 생각했다. 꽃, 나무, 달, 물결, 하늘, 구름처럼 모두에게 주어져 ‘갖는다‘는 개념이 아예 불가능하고 그래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 것들에. - P87

무언가를 보살피는 마음에서 그 대상은 다른 대상으로 좀처럼 대체되지가 않았다. 마음은 늘 동일한 것이라서 쓰려고 하면 여러 대상을 향해 나아갔고 더이상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함께 멈췄다. - P101

나 역시 실패야말로 이후의 갱신을 위해 어쩔 수 없이거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여기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단선적인 성과의 누락이 아니라 알고 있던 세상의 입체적인 붕괴이니까. - P165

식물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좋은 마음도 그런 안도였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식물들이 피고 지는 숱한 반복을 하며 가르쳐주는 것은 뭐 그리 대단한 경탄이나 미적 수사들이 아니라 공기와 물, 빛으로 만들어낸 부드럽고 단순한 형태의 삶의 지속이었다. 그런 식물의 녹록함이 우리에게 지혜로서 머물기를, 녹록지 않은 순간에도 고개를 돌려 나무 한그루, 잎한 장에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용기가 새해에는 마음속 포트에 늘 담겨 있기를 바랐다. 바로 그 전환의 용기야말로 식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빛나는 마음이라는 것을 한 해의 끝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기쁘게 깨닫고 있으니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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