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오식당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곱 개의 영등포시장 사람들 이야기

이전에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연극화한 작품을 보고 꽤 감동을 받았었다. 살아간다는 일의 생생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 역시 살아간다는 일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해관계가 뒤얽힌 시장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멋지지도 쿨하지도 감상적이지도 아름답지도 또 어떤 형용사로도 다 말해지지 않는

인간사를 그려낸다

소설을 보며 감히, 가장 한국적인 문화는 시장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난해서 삶이 아니라 생활을 사는 듯 하지만

그 속에 가장 익숙한 정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그 익숙한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소설적인 어떤 장치로서가 아니라 생활로서의 그것

 

나는 꼬맹이의 등에 등껍질처럼 달라붙어 있는 어린이집의 가방을 바라보며, 사랑 뒤에 그저 한 마리 슬픈 동물이 되어 떠도는 저 아이의 엄마, 0번 아줌마를 떠올린다.

-<까라마조프가(家)의 딸들> 中



엄마가 버텨온 세월이 거기, 당신의 무릎 안쪽에 고스란히 고여 있었다. 가난 앞에 주먹질 한번 할 수 없었던 세월의 막막함이 거기 한줌의 응어리가 되어 박혀 있었다. 스스로 한 마리 우매한 소가 되어 그저 묵묵히 현재만을 일궈야 했던 늙은 어미의 무르팍엔 열매 대신 염증이 맺혔고 어미는 자신이 꽃 피워낸 그 흉한 꽃이 못내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른 무릎을 감싸쥐었다.

-<엄마의 무릎>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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