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키요 사르니엔토 1 대산세계문학총서 4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지음, 김현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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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소설하면 나는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떠오른다. 얄팍한 지식밖에 갖지 못한 탓에 그렇다.

그래서 중남미 소설하면 환상적 리얼리즘이 주를 이루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최초의 중남미 소설이라면 멕시코인의 이 작품은 환상적 리얼리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작품의 주제 의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람이란 자고로 성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생이란 그 마음 속을 살펴보고 연구하고 통찰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인용한 말이다.

그렇지 않고 대충 한 몫 잡아보려 하면 갖은 인생 역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자기 자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페리키요 사르니엔토(옴 붙은 앵무새새끼라는 주인공의 별명이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식들에게 펼쳐 보인다. -이는 작가가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정한 상황이다

주인공이 태어나면서 어떤 교욱을 받았는가로 소설이 시작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또 가정에서 받은 교육은 무엇이었는지를 밝힌다. 그 교육의 헛점으로 인해 자신의 그릇된 가치관이 형성되었고 그 그릇된 가치관을 토대로 살아가다보니 갖은 수난을 겪는다는 게 이 소설의 내용이다. 그는 성직자가 되려다 그만두고, 의사, 약사의 보조자, 재판관 서기의 보조자, 군인 장교의 보조자, 도적떼의 일원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심지어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중국에까지 흘러들어가게 된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풍자이다. 말하자면, 작가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의 경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 세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비꼰다. 자기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다양한 직업 군상을 보여주기 위해 페리키요 사르니엔토는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것이다.

결국 페리키요는 회개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다 죽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이 쓰여지던 당시 멕시코는 막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상황이었으며 그 이후 왕정, 공화정을 거치는 정치적, 사회적 변동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그러한 정치적 상황은 다루어지지 않는다.(막강한 검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소설에 나온 여러 풍자 대상들이 현대에도 여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올바른 교욱을 하지 못하는 선생이 있고 아무 약이나 대충 파는 약사가 있고 제대로 된 치료는 못하고 돈만 밝히는 의사가 있고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판사가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우리는여전히  '어느 꾀돌이 망나니가 귀족입네, 능력 있네, 부자네, 쓸모있네 하며 우리를 속이려들면 우리는 속절없이 속아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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