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짧은 문장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화자를 나타낸다. 나는 뭐가 좋다, 라고 확신할 수 있으므로 짧고 강렬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것을 '쿨하다'고 표현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는 군자(君子)라는 얘기다. 소인배처럼 이리저리 남의 말에 따라 자기 주체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혼자 사려깊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인간 말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 책 속의 인간들은 군자인가. 나는 과거 따윈 신경쓰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실은 대부분 불쌍해지고 싶지 않은, 동정받고 싶지 않은 마음의 발현인듯 한 행동들이 엿보인다. 과거 따윈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던 요인이 무언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그것은 지난 얘기니까, 말도 안 되는 심리학자들이 괜히 유년기가 인간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는 둥 책 속의 화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과거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이 그 속에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말하자면, 단편 <메뉴>에서 우리 엄마는 내가 다섯 살 때 자살했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노출시키는 자체가 이미 그 사실에 엄청난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거기서 상처받는 방식의 남다름이랄까. 속으로 곪고 곪아서 완전히 껍질까지 같아져버린 경지이다. 여기에 대해 동정을 느껴야 하는가, 감탄을 해야 하는가. 나는 도대체 어떤 포즈를 취해줘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대해 그랬다.

문제는 연애를 하며, 마치 당신과 나만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태도를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도대체 이 책들은 가족과 연애 상대 말고는 누가 등장하는가.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게 가족과 연애 상대밖에 없다니... 이거야 말로 정말로 소인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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