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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 1997년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이순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소개를 받아 읽은 작품이다.
생각해보면 이순원 소설은 처음이다.
은비령이란 말이 예뻐서 오히려 기피했다고나 할까
비밀이 숨겨진 고개라는 뜻의 은비령, 이름만큼 아름다운 소설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사랑한다는 감정에 대해서, 그렇지만 또 어쩔 수 없음에 대해서
그외에 좋았던 작품은 김병언의 <금색 크레용>과 전경린의 <고통>
아~
하지만 사실 요새 나는 잘 모르겠다
사는 게 매일 고개를 넘는 일이지만,
요새 나는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왠지 구조를 보게 되고 느끼기 힘들어지는 이 고개에 있다.
매너리즘
여기를 어서 벗어나면 좋겠다.
그날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 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비스조드로 날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여자가 잠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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