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1
황지우 지음 / 민음사 / 1985년 10월
평점 :
절판


아는 것은 독이다. 어느쪽도 선택하지 못한다. 알고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을 택하지만 맹목이 되지 못하고 믿음이 되지 못한, 적진을 적이라고만은 규정할 수 없는, 모순의 상태가 된다. 그래서 그는 자꾸만 적전(敵前)에서 뒤돌아보는 제스처를 취한다. 어물쩡한 자신을 탓하지만 결코 온전한 미음을 바치지는 못한다.(원하는 만큼은)

그는 때때로 가족 때문에(식구를 인질로 인식하는 <잠든 식구들을 보며>) 때때로 본인이 가짜 같음에 놀라고(<박쥐>) 적이 결코 보이지 않음에 경악하며(<닭장>), 생의 물질적 편안함(곧 성인이 되면 취하고 향해야만 하는) 과 현실의 모순, 그 사이를 갈등한다.

이 갈등 자체가 시이다.

황지우 시인이 사랑한 건 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이념보다 더 사랑한 건 시라고, 그가 자신을 모두 내맡기는 것이 시이므로.

 

두번째 읽는다.

이전에 했던 표시들을 다시 본다. 시가 좋아서 체크하려고 보니 이미 이전에 체크해놓은 시였다. 취향의 문제일테지만, 별로 변하지는 않았나보다.

그의 시속에서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든다. 어느날 갑자기, 달빛이 절에서 사라지는 순간처럼, 갑작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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