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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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뻥 뚫렸다.

거대한 엄지 손가락이 나타나서  바람을 막아주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내 몸으로 들고 나던 바람이  멈출텐데.

 

어릴 때부터 종종 했던 생각인데, 욕망이 없으면

사람은 행복할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사람 없는 도서관에 앉아서 에어콘 돌아가는 소리만 듣는 일은 괜찮은데

그런 채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평생을 고통과 원인을 합체해 생각할 줄 모르는 여인 춘희는

그런 까닭에 고통을 그냥 마음에 둔 채 벽돌만 만든다.

벽돌만 만든다.

이전의 노파의 이야기, 금복의 이야기, 그 숱한 욕망들, 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 남성에 대한 욕망,

욕망에 대한 욕망들이

그저 쌓인, 움직이지 않는 벽돌이 된다. 붉은 벽돌.

 

시끄러운 욕망들보다 가라앉은 것이 더 아름답다. 더 편안하다.

그런데 나의 생은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 시종일관 시트콤처럼, 코미디영화처럼, 삼류멜로처럼, 드라마처럼, 무협극처럼

살아야 한다.

이 소란한 생이 참 가엾다.

그런데 그 조용한 생도 참 가엾다.

사는 게 참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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