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요새 생각한다.

우리의 발화 행위란 얼마나 마음 속의 진실을 담보할 수 있을까.

지금 말한 것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해도 그 이유는 언젠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고 남는 것은

타인에게 남게 되는 말밖에 없다.

그 순간 진실은 나의 말이다. 내가 그 말을 했던 이유와는 상관없이, 이미 내가 그 말을 하던 순간의 감정은 모두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나의 진실은 말로 남을 뿐이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잔혹한 전쟁이 훝고 간 뒤 쌍둥이의 삶을 쫓는다.

원래 3권 연작을 기획하고 작가가 작품을 쓴 것이 아니므로

1권과 2권 3권은 각각 다른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게다가 제목부터 거짓말이란 함의를 품고 있으니 당연히 조금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정리를 할 때에는.

하지만 읽는 동안은 머리 아플 필요가 없다. 그냥 읽으면 된다. 우선 간결한 문장은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하고 1권의 두 쌍둥이의 엽기적인 행동들, 상황들은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공허함이다.

우리의 상상은 얼마나 또 우리를 외롭게 하는가.

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외로운 세상을,

두 사람이 서로를, 어딘가에 있는 서로를 끊임없이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빈 틈을 인생에서 목도하게 만드는가.

그것은 끔찍하도록 생을 외롭고 바람 불게, 허하게 만들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발화 행위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리를 이끌고

훗날 남는 것은 공허함, 거짓을 말한 것은 누구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진실이 어디 있기나 했던가 하는 공허함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책이 텅 비었다는 공허함이 아니라, 나의 생도 어딘가로부터 어딘가로 흘러가며

자꾸만 거짓을 되풀이하고 진실이 있는 곳을 잃었고 잃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어차피 진실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텀빔이다.

슬프지만 진실로 이것만은 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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