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와의 대화
인생은 항해와 같다고 말해도 좋지만
다만 대화의 시작은 부츠와, 부츠와의 대면을
혀가 딱딱하게 굳고 침을 삼키기 어려워진다면
부츠와의 대화를 시도해
철갑을 두른 듯 검고 푸른 대화를 이어나가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두를 신은 것 같다고
흑인에 대한 인상을 말해도 좋아
순서가 바뀌었어 하이힐, 하이힐과 대화를
맥없이 툭 떨어지는 팔처럼
깊은 수렁에 빠진 듯 경련하는 다리처럼
순간 사라져도 좋지만 되돌아와도 좋아
골목이 삼키는 뜨거운 발자국들
그러나 상관없어
대화의 미학은 다리에서 시작되지
부츠, 부츠와의 대화를
뾰족한 것은 언제나 열쇠와 같다
나는 대화를 시도해
-이근화, <<칸트의 동물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