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 1
마루야마 겐지 지음, 박은주 옮김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이 시적이라는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소설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에는 시적인 부분이 자주 엿보인다. 시종일관 주인공 세이지는 가벼움을 유지하지만, 그의 삶 속에는 바다와 같은 충만함이 깃들여있다는 기분. 소설을 읽는 내내 '충만하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매우 어긋난 가정의 차남인 세이지가 믿는 유일한 가족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가 세이지에게 남긴 몇몇 교훈들이 소설 속의 세이지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중에 어떤 일이 있든 인간은 모두 제각기 바라는대로 되며 자리를 잡을 곳에 자리잡는 법이다.''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남모래 바라고 있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두루미, 기요시, 쓰루가 가버린 바다 속, 언젠가 그 바다 깊은 곳으로를 꿈꾸는 세이지의 모습은 험난한 인생을 헤쳐나갈 준비를 이제 막 마친 선장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소설 후반부의 환상성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이 시종일관 유지해오던 시적인 문체 덕분에 힘을 얻는다.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은 희망을 암시한다. 무엇을 바랄 것인가, 한 번쯤 무언가를 바래도 좋은 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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