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수상록 범우문고 52
몽테뉴 지음, 손석린 옮김 / 범우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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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꿈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듣고 부터 자주 이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신념을 가진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이런 식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며 다시 이 말을 떠올리게 됐다. 몽테뉴는 확실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라 할 수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하며, 이전에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지만 그의 그러한 글들이 그의 신념을 저버리지는 않는다.

몽테뉴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이러한 믿음이 가끔은 너무 확고해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되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있어 솔직함으로 해서 면죄부를 받는다. 즉, 자신에 대해 솔직할 것을 그는 신념으로 삼는다.

또한 자신을 측정해보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약함을 말하기란 쉽지가 않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인간세계에도 지배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인간들은 약자보다는 강자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하려 한다.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이와 같은 내면의 진실을 말하는 데 거침이 없다.

공자는 70이 되면 마음의 뜻에 따라도 거스르는 바가 없다고 했는데,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며 이 말을 자주 떠올렸다. 물론 공자의 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몽테뉴는 자기 마음의 이야기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몽테뉴 스스로도 이 수상록이 자기모순의 결함을 안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잡다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건들과 미확정의 상상들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되는 상상의 기록부이다’)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이 중 많은 말들에 귀 기울이게 되고 책을 읽는 중간중간 연필로 줄을 긋게 되기도 했다.

그의 글은 마치 산책을 하는 자의 느린 보폭 같다. 천천히 자신을 돌보기 위한 명상에 잠기는 자의 발걸음 같은 맛이 있다. 여유로운 정신은 인간을 풍요롭게 한다. 물론 여유로운 정신을 갖기 위해서는 나름의 상황이 주어져야 하겠지만, 그의 수상록을 통해 여유롭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여유로운 정신을 갖고 싶어지게 한다.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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