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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것이 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내부에 은폐되어 있고 자기 자신이 알 수도 있으며 모를 수도 있지만,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룰이 있으며 그 룰을 정확히 설명해낼 수는 없어도 인간은 그 룰을 따르며 살아간다. 주인공 조나단은 룰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러나 타인에게도 타인 기준의 각자의 룰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창피하고 부끄러워하는 게 다르고 이루고자 하는 게 다르다는 사실을 조나단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나단은 혼자가 편하다. 물론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룰에 충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그 룰을 어겨야 할 수도 있으며 충돌의 가능성이 내재한다. 조나단은 그것을 참아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사실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조나단과 같이 자신의 룰을 지키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룰이 침해받았을 때 안절부절 못하고 어긋나고 있는 자신에 대해 또한 자신을 그렇게 만드는 요소에 대해 화를 참아낼 수 없을 것이다. 꼭 자폐적이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말하자면 거지에게는 거지만의 룰이 있는 것이다.
각자에게 각자의 룰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방침들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눈치를 채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이 수없는 많은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니, 이 얼마나 진귀한 일인가. 가끔 그들의 방식에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싶지 않은가. 내게 비둘기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