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민음사 세계시인선 17
프레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7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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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프레베르가 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의 시선은 회화적인 면이 있었다. 한 장면을 통해 느껴지는 독특한 감정의 포착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시나리오를 꽤 많이 쓴 작가였고 영화와 같은 카메라 포착의 효과를 詩 속에서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한 풍경 속에서 생의 슬픔, 기쁨을 발견하고 그것을 카메라의 클로즈업 효과나 대사 없는 정적인 행동 따라가기 등의 기법으로 그려낸다.

또 프레베르의 시는 대단히 반항적이다. 그 반항은 거창한 이념의 반항이 아니다. 그는 현실적으로 쉽게 시를 쓴다. 그래서 그의 시는 프랑스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프랑스 문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난해한 정서와는 달리 프레베르의 시는 서민적인 맛이 있다. 또 그의 반항 정신은 종교의 횡포, 권력의 횡포, 전쟁의 횡포에 대해 쉽게 대응한다. 그 쉬운 맛이 프레베르 시의 중심이다. 또 그의 자유는 이러한 그의 시 형식(?)과 잘 어우러진다. 격식을 거부하는 자유의 시 정신은 프레베르의 거의 모든 시에 나타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소재에 새가 자주 나오는 것도 이러한 그의 자유 정신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새와 자유는 어찌보면 식상하다 할 수도 있는 이미지이지만 그 이미지를 살려내는 그의 반복이나 내용 안에 존재하는 기지를 통해 새로워진다.

왜 꼭 시는 어려워야 하는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무거운 비유를 통해 그 뜻을 헤아리고 헤아려야만 하는 시가 좋다는 통념(누가 말해줬는지도 알 수 없는)이 얼마나 그릇됐는가를 프레베르는 내게 말한다. 물론 시가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된다고 해서 그 시가 쉽게 씌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더 쉽게 그러나 더 깊게 읽히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시가 인간을 말한다 했을 때, 각자의 삶은 모두 다르고 그 삶에 통용되는 진실의 무게 또한 다르다. 그러한 개별성을 아우르는 통찰력이 바로 시인의 눈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바라보는 삶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의 능력을 시인은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프레베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법을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법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이며 또한 그가 말하는 삶의 진실 또한 결코 일차적이지 않다. 프레베르는 내게 나만의 이야기법을 가질 것을 확신을 가지고 충고해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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