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진화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심 끝에 완성한 문장이었다 

 

(그리고는 긴 침묵) 

 

나는 하염없이 뚱뚱해져간다 

모서리를 잃어버린 책상처럼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 

심지어 그 독하다는 전갈자리 여자조차!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슬픔에 대해 아는 바 없다 

공에게 모서리를 선사한들 책상이 될 리 없듯이  

 

그렇다면 이제 

인간은 어떤 종류의 가구로 진화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어제 밤새 고심 끝에 완성한 질문이었다 

 

(그리고는 영원한 침묵)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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