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말을 하는 영화다 그런데 그 많은 말이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이니 분명 좋은 영화이다. 눈으로 얼마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정말 언어로는 표현 불가능한 그 말들이 눈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내가 지금은 무섭게 굴고 있는 거에요 사실 정말 악한 건 아니지만 악하게 굴어야 할 때에요 지금은 이런 말들을 킹콩은 눈으로 한다 그래서 행간을 읽어주라고, 남자 주인공이 말을 했나 보다 결국 우리의 진짜 대화는 말과 말 사이라는 걸 오랜만에 느낀다 그리고도 어쩌면 이런 세계가 있을 지도 몰라요 하는 신비를 말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방법이라 말할 수 있는 거라면 그 방법 혹은 그 과정에 대해 말하고 영화하기에 대해 말하고(영화감독을 통해) 상업주의에 대해 말하고 어떤 일을 겪는 사람과 그 일을 바라보는 사람에 대해 말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소통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일임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기억하고 살기로 했다. 행간은 읽으려 할 필요도 없이 읽어지는 거, 라고 생각해본다. 아침의 영롱한 빛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속에서의 생의 찬란함이라는 것을 행간을 내 말로 풀어내는 일 하고 싶은 말을 부담스럽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