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트르 씨와 공드리 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변에는 가족객들이 뛰어다니며 시끄럽게 굴고  

종종 샤르트르 씨와 공드리 씨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자그마한 아이들에게 두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샤르트르 씨 곁으로 비둘기 떼가 날아왔습니다. 

"결국 저 비둘기들이 존재합니다. 그 존재는 모두 우연이지요. 휴머니스트. 웃긴 말입니다. 당신은 저 비둘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겁니까? 어떤 존재 이유, 필연, 이런 것들로 적당히 관념화된 세계. 아~물론 박물관은 관념의 천국이지요. 다들, 인간의 역사나 의의를 생각하곤 감탄하지만, 실은 자기네들의 권리를 공고히하기 위한 얄팍한 짓거지료. 존재라는 엄청난 부조리를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이야말로 미칠 듯한 부조리이죠. 박물관, 박물관, 더러운 짓거리죠." 

샤르트르 씨는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샤르트르 씨는 그저 혼자, 비둘기 떼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공드리 씨는 시종일관 상상합니다. 

'박물관에서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있던 불상이 갑자기 다리를 쫙 펴고 일어나서 소녀의 볼을 만지기 위해 쫓아온다거나, 처음엔 울던 소녀가 점점 호기심에 가득 차 불상이 볼을 만지니 웃는다거나 그러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 어떤 노래가 좋을까? 그러자 다른 불상들도 어깨를 으쓱대고 자기나 토기에 무늬로 새겨져있던 꽃들이 갑자기 흩날리고 가족객들은 모두 행복해하며 그 노래에 따라 흥얼거리고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고.' 

공드리 씨는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공드리 씨는 신석기관, 구석기관, 통일신라 조각전을 재게 돌아다니며 혼잣말을 중얼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하루입니다. 

 

-이것은 잡채, 이것은 오늘 하루, 이것은 오늘 마신 커피가 식도를 타고돌던 시간 

이것은 구토, 이것은 나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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