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워낙 원작이 뛰어나니 당연히 원작만 따라가도 어느 정도 성공적이리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소설의 설정은 단순하다. 한 도시 전체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백색 실명에 걸린다면, 그리고 그 실명이 전염병이라는 설정부터 충분히 암시적이며 사회적인 메시지(전염병)를 담고 있다. 이 사회적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관건이다. 영화는 화면톤을 전체적으로 백색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한 서사 재현을 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어설프게 튀는 장면도 없고 내용 전개를 위해 과도하게 건너뛰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누구도 주제 사라마구가 짜놓은 구조를 넘어설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눈물을 닦아주는 개나 성상이 눈을 가린 장면과 같은 후반부는 책만큼 감동을 전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를 맞는 세 여자가 나오는 장면은 책에서는 거의 숭고 그 자체로 느껴졌지만, 영화에서는 그만큼 극대화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충족은 시키지만, 거기서 멈춰버렸다는 느낌. 기대 심리가 없이 봤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기대가 있기에 그보다 더 나아가길 은근히 바랬던 것 같다. h와 영화를 보고 돌아오며, 차라리 영화가 완전히 더러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를 했다. 거의 똥칠이 되고 토사물로 치장을 해서 역겹게 만들었다면 하는. 물론 가설일 뿐이지만 그랬다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며 후반부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나는 여자가 당연히 검은 단발컷트머리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금발 머리 여성이었지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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